평택in 평택人, 소사벌 서예대전 입상 강선자 ‘언니’

일주일 내내 서예와 지내요

신문에 찍혀 나오는 활자로 오늘의 주인공 강선자(70)씨의 서예작품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혹시나 지난 7월 열린 소사벌서예대전의 도록을 유심히 본 분이시라면 알 수 있을 지도요. 한시와 해설을 보면서 가슴 깊이 와 닿지 않을 수 있지만, 정성스레 작품을 완성해 가며 느꼈을 그녀의 느낌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醉臥西窓下(취와서창하)
孤眠到夕陽(고면도석양)
覺來推戶看(각래추호간)
微雨過方塘(미우과방당)
지은이 : 조선 중기 문신 홍우적
 
술에 취하여 서쪽 창가 아래에 누워
혼자 외로이 잠이 드니 석양이 기운다.
깨어나 문 열고 바라보니
가랑비가 연못을 지나간다.

하얗고 얇은 화선지를 깔고 붓을 들어 글을 천천히 써 내려가는 강 씨. 7년 전 서예를 마음에 품고 처음 붓을 든 느낌은 어땠을까. 이제 나이가 지극히 든 할머니일 뿐이라고 수줍게 웃으며 손사래를 치지만 붓 끝에서 나온 그의 작품에선 열정이 보였고 강렬함이 감돌았다. “무엇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빠져버리잖아요. 서예를 하면서 저도 그걸 느꼈어요. 남들보단 아주 늦게 서예를 시작했지만, 누구보다 자신 있게 붓을 드는 저를 발견하죠. 전시회나 공모전에 작품을 내어 평가를 받는 건 아직도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요.”

거짓말을 약간 보태 강 씨는 일주일 내내 서예와 함께 살고 있다. 월요일·목요일은 이충동 건영아파트에서 에바다학교 손현득 교장이 가르치는 사군자 수업을 듣고, 화요일·금요일은 북부여성회관에서 서예인협회 안영래 회장에게 서예를 배운다. 화요일은 서예 수업이 끝난 후 바로 한자수업을 더 들으러 간다니 배움의 열정이 대단하다. 주말엔 손자들이 몰려와 강 씨가 그린 사군자와 서예작품을 보고 엄지손가락을 머리 위로 들며 “우리 할머니 최고 멋지다! 나도 학교에서 한자 배우는데 열심히 해서 할머니보다 더 잘 할 거에요”라고  자신감을 듬뿍 주고 간단다.

손자들이 준 용기가 결실을 만들어냈다. 지난 7월 평택미술협회에서 주최한 소사벌서예대전에서 강 씨가 당당히 입상자 명단에 오른 것. “여성회관에서 연말이면 작은 전시회를 개최해 작품을 낸 적은 있었지만 공모전은 처음이었거든요. 떨어지면 어쩌나? 작품을 내놨어도 그 생각이 자꾸 들더라고요.”

이충동 건영아파트에서 함께 사군자를 배우는 동료들은 강 씨를 ‘강겸손 언니’라 부른다. 왜냐 했더니 “우리 언니 겸손함이 너무 지나친 것”이 이유란다. “무엇을 하든지 즐거운 마음으로 한다면 다 잘 된다”며 고운 홍조를 띄워 작은 목소리로 귀엣말을 건넨다. “오는 11월엔 한자시험에 도전할 계획이에요. 외우면 자꾸 까먹어서 복습에 복습을 거듭하고 있어요. 공모전이 잘 된 것처럼 이번에도 잘 되겠죠?”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