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사투리로 금방 친해져 “이젠 평택이 고향이죠”

꼬마시절 의사선생님보다 간호사 언니(누나)가 놓는 주사가 더 무서워 병원엘 간다하면 아무도 모르게 숨어버렸다. 어머니께 끌려가 주사의 아픔을 기다리며 의사선생님께 받는 진찰은 왠지 따뜻해서 폭풍전야의 고요함(?) 같았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의사를 만났다. 물론 TV드라마에서 “메스”를 외치며 수술 집도를 하는 잘생긴 의사도 포함해서…
오늘은 몸과 마음이 괴로운 환자들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빛성세노인병원 배상수(43) 내과전문의를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포근한 눈으로 건네는 인사말엔 사투리가 섞여 소박함과 넉넉함이 뚝뚝 묻어난다. 어디 사투리인가 했더니 평택과는 조금 먼 대구란다.
“평택에서 의사생활을 한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네요. 그동안 평택도 많이 변했고, 우리 병원도 많이 발전했죠. 그런데 제 사투리는 그대로네요. 하하.” 사투리 덕분에 환자들과 더 친근해지는 것 같다는 배 전문의의 겸손한 모습이다. 그는 대구에서 태어나 영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인천성모자애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를 거쳤다. 신장실과 함께 할 수 있는 병원을 찾다 2001년 평택으로 왔다.
배 전문의가 보살피는 환자들은 평생 진료를 받아야 하는 신장투석환자들이다. 일주일에 2~3번씩 정기적으로 투석을 받아야 하는 그들은 다른 환자들보다 더 많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힘든 고통 속에 삶의 회의를 느낄 때도 많아 더 많은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다. 의료기술과 의약품, 의료장비 등 눈에 띄는 발전이 있었지만 투석에 관한 완치는 현재까지 신장이식이라는 방법뿐이란다.
“환자 본인을 비롯해 가족, 병원과의 삼위일체적인 공동노력이 필요해요. 약복용과 식사에도 세심한 진료와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죠. 어떤 의사든 병을 고치기 위해 최선을 다해요. 그리고 먼저 환자의 아픔을 공유하고 용기를 주려고 더 신경을 기울이죠. 환자들의 메마른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다면 그것만큼도 좋은 게 없어요.”
“언제부턴가 길거리에 아는 얼굴이 참 많아졌어요. 멀리서도 절 알아보시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시는 분도 계시고, 제가 먼저 인사를 건네기도 하죠. 평택이 고향은 아니지만 고향보다 정을 더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푸근하고 넉넉한 인심에 기분이 좋아요.”
의사 생활을 하면서 환자가 병을 이기고 훌훌 털고 일어날 때 제일 기분이 좋단다. 하지만 언제나 좋은 일들만 일어나지 않아 참 힘들다. “오랫동안 신장투석을 받던 환자분이 신장이식을 받아 다시 건강을 되찾았을 때 감사하고 고마워요. 하지만 제가 계속 돌보던 투석환자분이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을 땐 가슴이 너무 아프고 깊이 남아요.”
현재 이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환자 ㅊ 아무개씨는 정해진 시간에 어김없이 찾아 그동안의 경과와 불편은 없었는지 자상하고 세심하게 대화를 나누는 배상수 의사에게 아들 같은 친근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선생님이 다녀가시면 마음속으로 따뜻하고 포근한 것을 느껴요. 많은 병원을 다녔지만 인간적이며 소통할 수 있는 의사는 정말 오랜만에 만나봐요” 하루에도 몇 번씩 담당환자들을 돌보는 그의 정성은 환자로 하여금 신뢰와 희망을 준단다.
의사들은 환자의 두 눈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사람을 생각하며 진료를 하고, 환자들은 그런 의사들의 고마움을 두 눈에 담아간다.
장동섭 시민기자
평택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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