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시민기자의 음식 이야기 ① 추어탕

왜 복날에는 삼계탕을 먹을까, 삼계탕에 들어 있는 어떤 성분이 여름을 이길 수 있도록 있도록 도와줄까, 삼계탕은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지? 음식을 먹으면서 한번쯤 가져보는 궁금한 이야기들이다. 평택시민신문에서는 평택 지역 맛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최재원 기자가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음식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편집자주>
송북초등학교 앞 도로는 예전에 개울이 흘렀다. 학교가 끝나면 개울가에서 물고기도 잡고 물장구도 치며 놀았던 추억은 이제 아스팔트 아래 묻혀 버렸다. 개울가에서 잡던 물고기 중 길쭉하고 미끈거리던 물고기가 있었다. 바로 미꾸라지다.
도랑에서도 얼마든지 잡을 수 있었던
미꾸라지는 잉어목 기름종개과의 민물고기로 주로 개울이나 연못처럼 물 흐름이 느리거나 물이 고여 있는 곳에서 산다. 3급수 정도의 물이 깨끗하지 않은 곳에도 서식해 농수로나 작은 도랑에서도 쉽게 잡을 수 있다. 환경에 따라 진흙 속으로 들어가 휴면을 취하기도 한다. 옛 문헌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추어로 <한국수산지>에는 미꾸라지로 기록되어 있으며 미꾸라지, 이추, 밋구리 등의 이름으로도 기록되어 있다.
미꾸라지의 미끈미끈한 점액물질인 뮤신에는 황산 콘드로이친이 들어 있어 세포의 노화현상을 예방해 준다. 또한 양질의 단백질이 주성분이고, 칼슘과 비타민A, B2, D 가 많다. 동물성 식품에서는 보기 드문 비타민 A는 시력보호, 노화방지 및 면역력을 향상시켜 준다.
추어탕은 미꾸라지를 재료로 만든 음식으로 단백질이 풍부하고 뼈와 내장을 함께 끓여 조리하기 때문에 칼슘, 무기질 등 영양가가 풍부해 요즘 같은 여름철 보양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여름에 추어탕이 더 좋은 이유는 미꾸라지가 한의학적으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이라 무더위에 소진한 기를 보충해 주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무독하고 설사를 그치게 한다고 하였고 <본초강목>에는 뱃속을 덥히고 원기를 돋우며 술이 빨리 깬다고 한다.
추어탕 재료로는 미꾸리와 미꾸라지 모두 사용하며 특별히 구별하지 않는데 요즘은 양식을 하기 때문에 국산인지 중국산인지를 더 따지게 된다. 추어탕 끓이는 방법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미꾸라지와 야채(얼갈이배추, 무청, 파, 토란, 양파등), 각종 양념으로 만든다. 또 솥에 넣고 푹 삶아 체에 걸러 뼈를 추려내고 곱게 갈아 주면 먹기도 편하고 국물도 담백해 진다. 추어탕 속에 함께 넣는 삶은 시래기, 토란, 숙주 등은 영양을 보충해 주고 식감을 높여준다.

고려때부터 먹어…지방마다 조리법 달라
추어탕은 지방마다 끓이는 방법이 달라 맛도 제 각각 다르다. 크게 서울식과 남도식으로 나누는데 남도식은 미꾸라지를 삶아 으깨어 채소와 양념을 넣어 끓인다. 서울식은 사골국물에 두부, 버섯 유부등을 넣고 삶아 놓은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고 끓인다. 추어탕과 구별해 ‘추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요즘은 먹기 좋은 남도식 추어탕을 선호하지만 대부분 서울식인 통추어탕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추어탕을 먹기 시작한 것은 고려시대로 추정한다. 고려 말 송나라 사신 서긍의 <고려도경>에 추어탕에 대한 기록이 나와 있다. 하지만 미꾸라지가 개울이나 논에 흔해 서민들은 그 이전부터 먹어 왔을 것 이라고 추측한다. 원래 추어탕은 추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가을 추수 때 동면을 위해 살이 오른 미꾸라지를 잡아 끓여 먹는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