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시민단체 두 원로 대담-6·2 지방선거 어떻게 평가하나
때 곳 : 6월12일 평택시민신문사 회의실


대 담 : 최봉로 평택흥사단 고문
황재순 안중제일신협 부이사장
진 행 : 이철형 기자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모두에게 충격을 던져주었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 전체가 놀랐다. 여당에 표를 준 사람도 야당을 지지한 사람도 모두 준엄한 국민의 심판에 전율했다. 지난 12일 평택시민신문사에서 만난 최봉로(77) 흥사단 고문과 황재순(70) 안중제일신용협동조합 부이사장도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릴 순 없다’며 국민의 저항에 대해 이야기 했다. 두 원로는 이번 선거에서 야권연합을 추진한 시민단체 6·2지방선거평택희망연대에 공동대표 자격으로 참여했다. 두 원로에게서 선거결과에서 나타난 민심과 시민단체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진행은 이철형 기자가 맡았다.
# 역사 되돌리는 세력에 국민이 다 알아
이철형(이하 진행): 예상 못한 결과가 나왔다. 어떻게 보는가.
최봉로(이하 최): 이 땅의 민주주의는 소수의 정치인이 만든 것이 아니라 정의로운 젊은이들이 피를 토하고 희생을 하면서 만들어 온 것이다. 이번 결과는 어느 정당이 잘해서 나온 것이 아니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다. 오죽하면 젊은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투표참가 독려 운동을 했겠나. 젊은이들이 움직인다는 것은 뭐가 어떻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황재순(이하 황): 사전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이 늘 앞서는 것으로 나왔 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그것은 여론조사 방법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젊은이들이 잘 표현하지 않아서 발생한 오차이다. 결과적으로 흘러간 물이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듯이, 역사도 거스르면 안 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본다.
진행: 역사를 거슬렀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황: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보수나 수구 세력이 득세를 하면서 부자감세, 언론 장악, 국민 무시 등 역사를 60,70년대로 돌리려고 하고 있다. 자본주의에서는 세금이 정부 정책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인데 OECD 국가 평균 소득세가 33% 정도 되는데, 우리나라는 겨우 17% 정도에 불과하다. 이것은 부자나 서민이나 비슷한 세금을 내고 있다는 것이고 부자를 위한 조세제도를 이 정부가 하는 것이다.
최: 4대강 강행이나 천안함으로 전쟁불안을 조성하는 것도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것이다. 전쟁나면 모두 죽고 나라가 망하는데 전쟁을 획책하는 듯한 정부의 태도는 문제가 많다. 선거를 앞두고 전교조 교사를 구속, 파면하면서 빨간색으로 물 들이려한 것도 지적받아야 마땅하다. 국민들이 어느 때 국민인데, 국민들이 다 알고 이번에 투표로 말한 것이다.
# 야권연대 성사 안돼 시민에 죄송
진행: 두 분은 평택시민희망연대 공동대표 자격으로 야권후보 연합을 추진했는데.
최: 결과적으로 단일화를 기대했던 시민들을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한 마음이다.
황: 젊은 사람들이 참여해 달라고 해서 참여했지만 내부에서 대의명분이나 원칙을 갖고 진행하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왜 단일화해야 되고 어떤 기준을 갖고 단일화해야 할지, 또 정책연합 등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진행: 선거과정을 지켜보면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을 것 같다.
최: 제일 답답했던 것은 시민단체의 매니페스토 평가 결과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후보가 정당공천을 받지 못하고 낙천된 것이다. 정치권이 시민단체의 활동을 인정하지 않고 철저히 당리당략과 지역위원장 마음대로 공천한 것이다. 이런 공천이라면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정당공천제도는 없어져야 마땅하다.
# 평택 시민운동 침체 마음 아파
진행: 희망연대 외에 일부 시민단체들이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 단체들이 대의명분이 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어느 편에 서더라도 원칙과 명분에 입각해야 하고 지지하는 이유를 당당히 밝혀야 하는 것이다.
황: 예전에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배 곯아가면서도 혼신을 다해, 순수하게 일했다. 다시 시민단체의 본령으로 돌아가 정치적 이익에 흔들림 없이 더 나은 사회를 위해 활동해야 한다.
진행: 선거를 치루면서 시민운동이 침체됐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최: 매니페스토 활동을 정치권에서 무시할 정도로 우리 시민운동이 침체된 것이 사실이다. 70년대부터 활동을 지켜봐온 한 사람으로 마음이 아프다. 모두가 힘을 모으고 지혜를 모아 다시 일어나는 모습이 있었으면 한다. 그러려면 젊은 세대, 촛불 세대와 어떻게 호흡을 같이 할 것인지, 그들의 에너지를 어떻게 흡수할 것인지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황: 시민운동은 이슈를 발굴하고 공유해 시민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우리지역에는 미군기지 이전이라는 분명한 이슈가 있다. 왜 주한미군 전체가 우리 지역에 와야 하는가. 본질적인 문제부터 다시 짚어보고 힘을 모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미군기지 있는 도시가 발전한 경우는 없다. 분명한 이슈가 있는데 평택에 있는 시민단체는 평택시민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할 일이 많기 때문에 후배님들이 힘을 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