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 수 <발행 편집인>

지방자치 10년을 중간 결산하며 새천년 풀뿌리민주주의의 새 출발을 이끌 지역 지도자를 뽑는 6·13지방선거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전은 월드컵 열기로 주민 관심이 저조한 속에서 민주-한나라 주요 정당이 대통령선거 전초전으로 생각해 총력 대응하면서 과열·혼탁의 양상을 보이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속에서 전국적으로 볼 때 해당 지역의 과제나 의제는 선거전의 주요 이슈가 되지 못하고, 광역단체장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세 확보 싸움이 중심이 되는 선거전이 되고 말았다. 이와 함께 특별한 이슈가 없다보니 정책과 공약보다는 후보자의 신상문제나 비리의혹 폭로 등 네거티브한 선거운동이 주류를 이루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평택의 경우도 유권자들의 낮은 관심 속에 후보들과 선거운동원들만 열심히 뛰는 모습이었으나 그 나마도 열기는 예전 같지 않았다. 이런 속에서 시장선거전의 경우 한나라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의 선거전이 치열해 지면서 양당에서 선거전 기간 중에 고발과 맞고발이 오가는 볼쌍사나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후보진영의 이러한 과열된 모습이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비칠지 궁금하다. 치열한 접전을 벌이면서도 당락을 떠나 후보자들간에 상호 비상을 자제하기로 합의를 한 고양시장 후보자들의 신사협정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제 막 성숙되는 지방자치를 잘 보존하고 가꾸는 것이 당장의 당락(當落)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다. 지방자치는 주민 참여가 필수적이다. 다소 부정적이고 좋지 않은 모습이 있더라도 주민들에게 지방자치의 긍정적인 요소를 보게 하고 참여 속에 문제를 해결하도록 이끌어 주는 것은 시민단체, 언론과 정치지도자들의 몫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전무하다시피 한 것은 꼭 짚어보아야 할 대목이다. 평택은 비교적 시민단체 활동이 활발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YMCA, 흥사단 등 전국단위 단체의 지역지부도 많고 그 외 많은 시민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평택지역 풀뿌리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이들 단체들이 이번 선거에는 한사람의 시민후보도 내지 못하고 의례적인 성명서 발표에 머무는 등 무기력할 정도로 방관하고 있다는 점은 원인이야 어찌되었든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비판적으로 조명되어야 한다. 고양이나 진주 등 평택과 비슷한 여건에서 시민운동을 펴온 시민단체들은 시민위원회를 구성해 시민후보를 선정·발표하며 적극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있으며, 고양시장 선거에 나선 시민후보는 선전을 펼치고 있다는 보도다. 시민운동이 활발하다는 평택지역에서 지방자치의 꽃인 지방선거에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부족했다는 것은 시민운동 뿐 아니라 평택시민 전체를 위해서도 아쉬운 대목이다.

지역언론의 경우도 나름대로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러한 비판에서는 크게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지역언론사 등이 주최한 두 차례의 시장후보자 초청 정책토론회는 이번 선거를 정책선거로 이끄는데 나름대로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리고 본지는 부족한 역량 속에서도 객관적이고 심층적인 보도와 논평을 통해 유권자의 선택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말하고 싶다. 신문 보도 내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선거시기의 특성상 보도내용과 관련해 불필요한 오해도 많이 받았지만, 항상 시민을 중심에 두고 균형감각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우리 지역언론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정보의 양과 질에서도 개선할 점이 많고, 시장선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도의원 선거에는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시민의 관심사를 선거전의 주요 이슈로 부각시키는데도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이제 유권자들의 깨어 있는 의식이 평택의 지방자치를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때이다. 오는 13일 다 함께 투표에 참여하자. 이날은 경기도지사, 평택시장, 도의원, 시의원을 우리 손으로 뽑는 날이다. 그동안 차분하게 지켜본 후보자들의 면면과 정책, 공약 등을 꼼꼼히 살펴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자. 내 한 표가 제대로 된 사람들이 새로운 평택의 4년을 이끌어 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이 필요하다. 새로운 4년을 손해보는 느낌으로 시작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