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동 식<변 호 사>

요즘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낯익은 말들이다. 월드컵행사가 지구촌을 술렁이게 한다고 하면 이는 과장이겠지만 적어도 우리나라를 출렁이게 한다고 하는 말은 조금도 과장이 아닌 듯하다. 단일스포츠행사에 불과한 월드컵행사가 이처럼 우리나라를 술렁이게 하고 지구촌을 술렁이게 하는 원인이 무엇인가.
첫째, 월드컵행사가 시간적으로 동시성을 갖는 행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즉, 각 경기가 디지털통신, 인터넷을 통하여 전 세계에 뿌려져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경기장면을 보게되고 함께 응원하고 승패에 반응하게 된다는 점이다. 둘째, 규모가 세계적, 지구적이라는 점이다. 축구가 발로 차는 서민운동이고, 축구인구가 2억명이 넘으며 국제축구연맹(FIFA)의 회원국이 204개국이나 된다. 어느 한 국가나 지역에서 열리는 운동경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이다. 나아가, 세계적인 축구스타들이 모두 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 지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월드컵이 각 국의 국민들에게 국민통합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월드컵 본선에 다섯번 참가하였으나 한번도 16강에 진출한 적이 없다. 월드컵 본선에서 16강에 드는 것이 마치 우리국민의 소원이라도 되는 듯이 이야기되고 있을 정도이다.
신문의 1, 2, 3면의 대부분과 텔레비젼의 저녁 9시 뉴스의 전반 20분 이상이 월드컵소식으로 채워진다. 월드컵에 대한 기사와 보도가 언론매체를 장식하던 정치적인 각종 게이트를 밀러내고 있다. 경기장의 관중들은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바라보고 열광하고 가족들은 텔레비전 앞에 앉아 축구경기를 보고 있다. 광화문 네거리에 마련된 대형 전광판 앞에 유니폼을 입은 수백명이 앉아 마치 운동장에 앉아 있는 것처럼 열광하고, 심지어 대합실이나 맥주집에서조차 텔레비전을 응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치 일상을 팽개쳐 버린 사람들로 착각을 하게 할 정도이다.
우리나라의 전체가 이렇듯 월드컵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월드컵의 모습은 분명 축제의 모습들이다. 닉슨대통령이 탁구를 통하여 중국과 외교를 텄고 과거의 통치자들이 스포츠를 통치이데올로기로 이용한 예도 있었다. 이번 월드컵행사로 인하여 8조원의 생산유발효과, 3조 7천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 24만명 이상의 고용창출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 정당들이 상대 정당에 월드컵 기간 중에는 상호 정쟁을 하지 말자고 제의하기도 하였다. 스포츠는 이미 정치, 경제, 사회에 영향을 주는 것을 넘어 이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이다.
그런데, 월드컵 개막일의 종합주가지수 800선이 무너졌다. 원-달러 환율이 1,226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여 수출업체들이 대응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는 보도다. 공교롭게도 월드컵기간에 6·13 지방선거가 있다. 6·13 지방선거결과에 따라 정계개편이나 정치구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6·13 선거는 대통령선거의 전초전 격을 가질 수밖에 없어 각 정당은 6·13 거에 총력을 기울 것이다. 단 세번의 경기를 치르기 위하여 각 시도에 건설된 월드컵경기장의 활용도 숙제로 남는다.
이것들이 우리의 현실이고 해결하여야할 과제들이다. 월드컵의 정치적 무관심이라는 국민통합의 역기능과 경제효과에 대한 낭만적인 기대를 경계하고자 한다. 김동식 변호사
평택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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