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맛집 -“나는 이래서 이 집을 찾는다”

▲ 왼쪽부터 유두순 대원, 이복희 사장, 김정환 대장

언제든 문 열어주고 때마다 식단 변하는 ‘가정식 백반’


‘꼬르륵 꼬르륵’ 분명히 저녁을 먹고 나왔지만 한국자율방범 평택시연합대장 김정환(63) 씨와 대원들의 배에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밥 달라고 소리친다. 저녁 8시부터 지역 곳곳을 순찰하고 새벽 1시가 훌쩍 넘었다. 그냥 집에 가서 잘까? 생각도 했지만 도저히 못 참겠다.
쾅쾅쾅!!
“상록수 사장님~ 밥 좀 주쇼~”
잠깐의 정적. 딸랑 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아유, 고생이 많네, 어서 들어와요. 내일 반찬 만들고 있어서 망정이지. 만약 나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요? 그런데 누룽지밖에 없어도 괜찮죠?” 이내 누룽지를 보글보글 끓여 갖가지 반찬과 내오는 상록수뚝배기 이복희(55) 사장. “차린 건 없지만 맛있게 먹어요”라는 멘트도 빼놓지 않는다.

 

새벽 한 시에도 누룽지 끓여 줘

이 사장은 가게 문을 닫아도 손님이 찾아오면 언제나 반갑게 맞이한다. 가끔 남은 밥이 없을 땐 안타까운 마음에 누룽지도 끓여주고, 너무 늦은 저녁이 아니라면 밥도 새로 해주는 센스도 발휘한다. 웬만한 인심으론 어림도 없을 일을 척척 잘도 해낸다.
“이런 사장님 어디 없을 겁니다. 우리 대원들과 제가 하는 일이 야간순찰이라 다 돌고 나면 배가 너무 고파요. 그런데 그 시간에 문 여는 밥집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죠.” 한창 겨울엔 이곳에서 추운 몸도 녹이고 주린 배도 든든하게 채웠다.
김 대장은 민간기동순찰대의 초창기 멤버로 30년 동안 매일 밤을 지역 범죄예방활동으로 보냈다. 1997년~2003년, 2008년~2009년엔 민간기동순찰대 연합대장으로 청소년 선도, 위험지역 순찰, 한광여중·고 교통정리 등 지역 파수꾼으로 활발히 봉사했다. 민간기동순찰대가 사단법인 자율방범대 평택시연합대로 출범하면서 지난 1월엔 연합대장으로 다시 취임했다.


“저녁에 순찰을 돌면 취객, 비행청소년, 강도 등등 별의별 일이 다 생겨요. 그럴 땐 대원들과 힘을 합쳐 일을 해결합니다. 봉사에서 얻은 보람과 대원들과 지내면서 얻는 믿음이 지금의 저를 만들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자신의 일을 하면서도 매일 밤 방범대 일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터, 그는 한 명의 대원과 만나는 자리에서도 지역의 안정을 걱정한다.
비전1동 덕동산 앞에 함께 위치한 평택 자율방범대와 상록수뚝배기. 둘 사이의 거리가 열 발자국도 안될 만큼 사이도 돈독하다. 인심 좋은 사장님으로 불리며 입소문을 타 가게를 찾는 손님도 꽤 많아졌다. 1년에 한두 번, 자율방범대가 회의를 할 때면 새벽 3시든, 4시든 끝날 때까지 기다려 늦은 저녁을 대접한다. 이렇게 지낸 시간이 햇수로만 벌써 5년이다. 가족보다 이웃이 더 좋다는 말. 아마도 이 둘을 놓고 하는 말이 아닐까? 

 

배터지게 먹어도 값은 언제나 5천원

“김 대장님과 방범대가 우리 지역 든든하게 지켜주는 덕분에 옆집인 우리 가게도 덩달아 복 받는 것 같아요. 예전보다 찾는 손님들이 더 많아졌어요.”
옻닭·감자탕·해장국이 크게 쓰여 있는 붉은색 간판. 하지만 상록수뚝배기를 찾는 사람은 이 메뉴를 외치지 않는다. 왜? 눈을 잠깐 내려 보자. 창문에 자그마하게 쓰인 ‘가정식백반’이라는 붉은 글씨가 보일 것. 다른 백반 집처럼 밥에 반찬만 가득 나오는 그런 백반을 생각했다면 이제 놀랄 일만 남았다.
전날 누가 곱창을 수두룩 가져다주면 다음날 백반 메뉴는 지글지글 고소한 곱창이다. 거기에 양파와 버섯은 옵션! 배터지게 곱창을 구워먹고도 단돈 5천원밖에 받지 않는다. 어제는 제육볶음, 오늘은 옻닭, 내일은 감자탕, 누가 고기를 구워달라고 하면 고기도 구워준다. 메뉴는 언제나 사장님 마음이다.


가끔 누가 아산만에서 회를 쳐오면 그녀의 손을 거쳐 회 무침으로 재 탄생되기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말하면 다음날 메뉴는 바로 ‘그것’이다. 가끔 손님들이 먹고 싶어 하는 것이 5천원을 넘을 경우엔 약간 더 보태 싯가로 가격을 책정한다. 그래도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 아깝지 않다.
“작년까지 4천원을 쭉 받았어요. 그런데 오시는 손님들이 ‘왜 이렇게 적게받냐’고 하도 성화를 부리셔서 어쩔 수 없이 올렸어요. 그런데 4천원이나 5천원이나 돈을 더 버는 것 같지는 않아요. 괜히 올렸나?” 조심조심 말하는 이 사장이다.

 

생고기로 만든 제육볶음 씹는 맛 유별

김 대장은 가정식백반에 나오는 메뉴 중 생고기, 청국장, 누룽지 등등이 있지만 제육볶음이 아주 끝내주게 맛있단다. “생고기로 제육볶음을 만들어서 그런지 씹는 맛이 다릅니다.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들도 아낌없이 써서 더 맛있죠. 3주 전엔 옻닭 먹고 옻도 올라봤어요. 허허허 이게 국물이 엄청 진하게 우려졌기 때문이라네요?”
김정환 연합대장이 느끼는 이 ‘맛’이 궁금하다면 덕동산 맞은편 은행아파트로 발길을 돌려보자. 상가 1층 눈에 확 띄는 빨간 간판이 보인다면 바로 거기가 ‘상록수뚝배기’다.
제일 좋은 자리에 앉아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니는 이복희 사장님께 주문하자.
“사장님! 여기 백반 하나요!”
문의 상록수뚝배기 031-654-0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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