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맛집 “나는 이래서 이 집을 찾는다”

지중해에서 온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분위기의 ‘아름다운 집’으로
격식보다는 남유럽의 자유로움이
이탈리아 어로 ‘아름다운 집’이라는 뜻의 카사벨라(Casa Bella). 이름만 들어서는 어쩐지 잔뜩 차려입고 가야하는 호사스러운 식당을 연상시킨다. 그렇지만 이곳에 온 이상 타이는 조금 느슨하게 풀어놔도 좋다.
이곳을 적극 추천한 경기일보 고제민 평택지사장. 미리 카사벨라에 자리한 폼이 예사롭지 않다. 특별히 꾸미지 않은 옷매무새도 그렇거니와 흐르는 음악을 즐기는 모습과 편안한 표정까지. 이건 대체 누가 주인이고 손님인지 구분이 힘들 정도다. 카사벨라의 전체적인 분위기 자체가 격식보다는 자유로움이 더 어울리는 까닭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이혜경 사장과의 친분이 이런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큰 몫을 한 것 같다.
가게 문을 연 것이 올해로 6년째니, 고 지사장과 이혜경 씨의 인연이 5년째라는 것을 생각하면 고 지사장을 대표단골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겠다. 현재 이 씨는 충남일보의 이사로 5년 전으로 거슬러 가보자면 당시 이 씨의 부친이 운영하시던 신문사가 재창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것이 오늘로 이어졌다.
결혼기념일 등 특별한 날 찾으면…
고 지사장은 “부담스러운 코스 요리 개념이 아니면서도 이것저것 부담 없이 다양하게 먹어볼 수 있어서 친구 녀석들하고도 자주 온다”면서 특히 결혼기념일이나 부인 생일 때와 같이 특별한 날에 이곳을 찾으면 부인의 총애가 더욱 각별해진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메뉴가 가장 맛있냐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지 못하는 모습이니 이상하기만 하다. 이유를 들어보니 올 때마다 주문했던 메뉴가 ‘적당히 알아서’와 ‘소주도 주면 고맙고’였다는 것.
단골인 고 지사장에게만 특별히 제공되는 메뉴인지라 오늘도 ‘적당히 알아서’라는 주문에 그리스 전통 빵인 ‘피타브레드’부터 시작해서 만두의 일종인 ‘라비올리’, 얇은 빵 사이에 고기와 치즈 등이 들어간 ‘퀘사디아’, 양고기에 꼬치에 꽂아 구운 ‘시시케밥’, 피타브레드에 각종 고기와 채소를 넣고 돌돌 말아 만든 ‘기로’ 등으로 푸짐하게 한 상 차려졌다.
“사실 내가 음식을 특별히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긴 하거든. 그런데 여긴 정말 맛있어. 별미라고. 어서 먹어봐. 아마 중독될 걸?”이라며 껄껄 웃어 보인다. “내가 지중해를 가보진 않았지만 우리나라 가정식 백반처럼 그 쪽 일반 서민들이 먹는 맛이 이런 게 아닐까 싶어. 특별히 한국식으로 개량한건 아니라는데, 아주 고소하고 부드러워서 입에 잘 맞아”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한 가지 재밌는 점이라면 카사벨라의 대표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기로에만은 고 지사장의 손이 가는 걸 좀처럼 보기 힘들다. “아 나는 기로는 안 먹어. 배불러서 딴 걸 못 먹잖아”란다. 이 말에 오해할 새라 얼른 이혜경 씨가 말을 거든다. “기로가 사실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을 만큼 양이 푸짐하거든요. 흔히 케밥이라고 하죠? 터키식이 또띠아라고 불리는 얇은 빵에 만 케밥이라면 그리스 식인 기로는 두툼한 피타브레드에 말았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외국 손님들은 잘 알아서 마음에 맞는 고기며 채소를 골라서 드세요.”
주 고객의 90% 이상은 외국손님
사실 카사벨라의 주 고객은 90%이상이 외국손님이다. 때마침 가게를 찾은 미국인 단골 마이클 씨도 홍보대사를 자청했다. 마이클 씨는 가끔 건너편 가게에서 이쪽을 보면 화요일마다 이 가게가 문을 닫는다는 걸 모르고선 찾아오는 손님들이 애타게 문을 두드리는 모습을 종종 봤다는 에피소드를 전하면서 “이 곳은 특히 소스가 신선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요구르트를 주원료로 만들어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차지키’소스를 추천하면서 다른 소스가 있더라도 꿈쩍 않고 꿋꿋하게 기다리는 이유는 조금 더 맛있는 것을 위한 기다림이라고 설명했다. 비로소 차지키 소스가 나오자 피타브레드에 곁들여 먹으며 연신 “Very delicious”를 외치며 풍부한 맛을 즐기는 마이클 씨의 표정에서 즐거움이 엿보인다. 이혜경 씨가 고집스럽게 직접 신선한 재료를 고르고, 직접 만드는 정성이 통한 모양이다.
이혜경 씨는 “사실 제가 이렇게 식당을 하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알았다면 유럽에 있을 적에 조금 배워뒀으면 좋았을 텐데 말예요.”라며 웃어 보인다. 특별히 조리법을 따로 배운 것도 아니다. 그저 15년 동안 유럽생활을 하며 맛보았던 그 맛을 기억하며 만드는 것뿐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손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음식이 나오는 걸 보면 이혜경 씨의 손이 많은 재주를 타고 난 모양이다.
식당 여사장님은 유럽서 모델활동
잠깐 말하자면 유럽에서 이 씨는 헤어와 메이크업을 겸한 모델이었다. 또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벽면마다 가득한 그림들도 이 씨의 손을 거쳐 태어났다. 고 지사장도 이 씨의 ‘손’을 칭찬하며 “사실 뭐 늘 이 사장은 이것이 정통 유럽의 맛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지만 왜 우리가 같은 김치찌개를 해도 집마다 맛이 다르잖아. 난 그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어쨌거나 난 맛있어서 좋아”라고 말한다. 또 “회식이라고 하면 늘 메뉴가 고기다 회다 해서 그게 그거잖아. 이색적인 것 먹고 싶을 때는 그만이야”라고 끝까지 단골 ‘손’다운 애정을 과시했다.
2층의 아늑한 식사공간과 3층의 유럽식 바가 어우러져있고 여름이면 옥상에서의 바비큐 등 개인 모임을 가질 수 있어 전혀 유럽을 모르더라도 유럽을 즐길 수 있는 이 곳. 거기에 주인의 유럽에 어린 추억과 향수는 덤이다. 이태리, 프랑스, 멕시칸 요리는 물론 그리스와 터키까지. 각국의 다양하고 소박한 요리를 한 번에 맛보고 싶다면 송탄시 신장동 K-55 정문 앞 신장 쇼핑몰 내에 엘간 골목 중간에 있는 이 곳 카사벨라에 들리는 것은 어떨까? 예약전화 031-666-07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