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서의 전통예절 재해석 --51(제례 이야기)

▲ 박준서

우리나라의 예법은 고대부터 주례(周禮), 의례(儀禮), 예기(禮記)인 삼례에 근거하여 마련되어 왔다. 그러다가 한국사상사에 일대 전기를 마련해준 여말의 주자학의 도입은 조선 500년간 정치·문화·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고려에서 조선으로의 왕조 교체는 단순한 성씨의 교체가 아닌 주자학, 즉 유교라는 통치이념을 바탕으로 유불 교체를 수반한 것이었다. 조선 건국에 앞장섰던 신진 사대부들은 정치적·사회적으로 안고 있는 대내적인 모순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사회질서를 확립해야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실천윤리로서 주자가례에 바탕을 둔 예제의 보급을 통해 국가의식의 변천을 꾀하고자 하였다. 그 중에서도 상장의례와 제례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였으며, 사회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전통문화와 달랐던 <주자가례>
토착화 과정서 예법 다양해져

조선시대는 말 그대로 제사의 전성시대라 할 수 있다. 오늘날에 보통 행해지는 제사로는 기일제, 차례, 묘제(시제)가 현대 제사의 주종을 이룬다고 할 수 있지만 조선시대에는 훨씬 많은 종류의 제사가 이루어졌다.
제사지내는 격식은 제사가 성행했던 당시 조선시대에도 다양한 학설이 있었고 실제로 지방마다 문중마다 지내는 절차가 달라 공통된 규칙이 없었다. 이처럼 제사 절차가 집집마다 달랐던 것은 제사의 기본 지침서라고 할 수 있는 <주자가례>가 기본적으로 중국 문화와 생활 관습을 토대로 한 것이어서 우리 관습에 그대로 적용되기 어려웠다는 데에 큰 원인이 있었다.


문화는 한번 토착·관습화되면 나름대로의 의미와 존재 이유를 가지면서 오랫동안 지속되는 속성이 있다. 그런 만큼 조선 초기에는 기존의 불교적 의례와 민간 신앙적 요소가 강한 전통이 남아 있어 마찰은 필연적이었다. <주자가례>의 이러한 문제점은 그 당시에도 이미 심각하게 논의되고 비판 되었으며 이에 따라 <주자가례>를 보완하려는 많은 이론과 학설들이 나왔다. 그런데 이들은 제사의 절차와 방법에 있어서 저마다 조금씩 견해와 주장이 달랐다. 지방이나 가문에 따라 제사의 방법과 절차가 다양한 것은 바로 예법 자체에 불확실함과 미비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 서민들은 번다하기 이를 데 없는 각종 제사의 절차를 유교식 예법대로 다 배우고 행할 수가 없었다. 경제적 능력이나 또 한자를 해독하는 지적·문화적 능력 면에서도 예법 자체를 다 갖춘 제사는 불가능했다. 따라서 서민들의 제사는 나름대로의 신념과 형편 그리고 각 지방의 전통적인 습속에 따라 변형된 채 행해졌고, 이에 따라 제사는 각양각색의 형태를 지니게 되었다.

 

제사의 근본정신은 공경
학습 훈련으로 예법 익혀야

지방과 계층에 따라 또 집안마다 다양한 형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사의 근본정신은 다르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조상을 받들어 모시는 것이며 각자의 정성을 다하는 것이었다. 다만 예법과 습속의 차이에 따른 제사 절차의 다양한 형식은 제사의 근본정신인 공경을 실천하는 방법의 차이였을 뿐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떻게 제사를 지내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질문에는 명확한 정답이 있을 수 없고 다만 그것이 역사와 문화의 소산인 만큼 전통적인 관례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제사의 전통은 대부분 유교에서 온 것이며, 그 중에서도 <주자가례>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조선 중기부터 많은 예학자들이 현실에 맞게 변통하고 우리나라의 풍속을 붙여서 실용하기 편리하게 내용을 꾸며 저술하기 시작했으며, 대표적인 예서가 <가례집람>과 <사례편람>이라 할 수 있겠다.
제사는 예법대로, 예법에 따라 맞게 해야 한다. 예법이란 사실 모든 인간 행위에 다 해당되는 것이다. 예법은 공경하는 마음을 근본으로 하여 우러나는 것이지만, 여기에는 또한 일정한 절차와 형식이 있다. 제사는 하나의 의전이기 때문에 나름의 엄격한 격식이 있을 수밖에 없다. 착한 마음만 가지고 있다고 저절로 예법에 맞는 것은 아니다. 예법은 교육을 통해 이루어진다. 즉 그것은 일정한 학습과 꾸준한 훈련을 통해 터득되고 몸에 배게 된다. 따라서 예법에 맞는 제사를 드리기 위해서는 평소에 예를 배우고 익힐 필요가 있는 것이다.

 

박준서씨는
-성균관유도회 중앙위원
-국가공인 실천예절지도사
-(사)범국민 예의생활
 실천운동본부 강사
-평택문화원 예절교육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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