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맛집 “나는 이래서 이 집을 찾는다”
녹차물에 푹 재운 오리
푸짐하고 싱싱한 부추
들깨수제비로 입가심

“겨울철 해장국보다 더 든든해”
자고로 추운 날엔 속이 든든해야 한다고 했다. 요즘처럼 쌀쌀한 날엔 무얼 먹어야 이 속을 든든하게 채울 수 있을까? 뜨끈한 육개장, 순대국 등의 해장국을 제일 일순위로 꼽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에바다학교 손현득(62) 교장은 “해장국보다 더 든든한 게 있지요”라며 자신 있게 한 음식점을 소개했다.
그가 소개한 곳은 이충동에 위치한 녹차음식전문점 ‘우전(雨前) Ⅲ’이다. 가게 문을 연 지는 올해 겨우 3년밖에 안됐지만 깔끔한 맛의 녹차보쌈과 녹차오리불고기가 입소문을 타 점점 단골손님들이 늘고 있다. 그 중 매주 일요일 들리는 손현득 교장은 단골 중의 단골이다.
문진희(48)사장과의 각별한 친분 탓에 우전을 자주 들리는 것도 이유는 이유지만 손 교장은 “처음 앉았을 때부터 나오는 따뜻한 녹차와 음식의 주재료인 싱싱한 채소가 입맛을 사로잡는다”고 전한다. 녹차와 함께 주는 물수건은 따뜻하게 다시 삶아 내오는 문 사장의 센스도 ‘굿’이다.
우전에서 주로 사용하는 녹차는 보성에서 직접 공수하고, 오리보쌈과 불고기에 나가는 오리는 녹차물에 푹 재웠다가 손님의 상으로 나간다. 뜨거운 불판에 싱싱한 부추와 함께 지글지글 구워진 오리불고기엔 촉촉한 육즙이 음식을 더욱 맛깔스럽게 한다. 넓은 도자기에 예쁘게 담아 나온 오리고기와 갖가지 밑반찬들은 고기 맛을 더욱 담백하게 한다.
손 교장 손녀가 인연…둘도 없는 친구로
손 교장은 녹차오리 뿐 아니라 메밀냉국수, 겨울엔 따뜻한 들깨칼국수, 들깨수제비 등 우전의 메뉴에서 그가 안 먹어본 음식은 없다. 그래도 그가 제일 으뜸으로 칭하는 것은 오리불고기에 나오는 싱싱한 부추다. 이런 손 교장에게 문 사장은 평소보다 더 많은 부추를 섞어준다. 또한 음식을 다 먹고 난 후 고소한 들깨수제비로 입가심을 하면 “어느 누구 부럽지 않다”고 말한다.
서로 10살이 넘는 나이차이가 있지만 지금처럼 친해질 수 있었던 계기는 손 교장의 손녀 하영이 덕분이다.
“가게에 밥을 먹으러 온 작은 꼬마아이와 우연히 대화를 하게 됐죠. 한마디한마디 똑 부러지게 대답하는 걸 보고 도대체 어떤 아이인가 했어요. 3살 밖에 안됐는데 정말 똑똑했거든요. 다음에 꼬마이름이 하영이라는 걸 알게 됐고 손현득 교장선생님을 만났죠.”
아무 지인도 없이 평택에 터를 잡은 문 사장에게 하영이를 통해 만난 손 교장은 편안하게 얘길 터놓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문 사장은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살았다. 20대 후반에 접어들어 서울 여의도 모은행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부장까지 올랐지만 점점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어졌다.
“이 회사를 나갔을 때 과연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어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고요. 무능력한 나를 발견했죠” 그때부터였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우연히 삼촌이 했던 녹차오리가 생각났다. 무작정 삼촌을 찾아가 요리비법을 가르쳐달라고 사정했고 몇 개월에 걸쳐 맛내는 법을 배웠다. 음식점을 내기 위해 바쁘게 뛰어다니면서 문 사장은 ‘모르는 곳으로 가서 맛으로 검증받자!’는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아는 사람 없는 곳에서 맛으로 승부
“아는 사람이 맛있다고 하는 것은 믿을 수가 없었어요. 다른 사람이 직접 먹어보고 검증된 음식을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3년 전 아내와 단 둘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평택에 자리를 잡고 ‘우전 3(Ⅲ)’ 이라는 상호를 올렸어요.”
처음엔 장사에 대한 경험이 없다보니 손님과의 마찰도 잦았다. 손님에게 무릎도 꿇어보고, 직접 집을 찾아가 머리를 숙이며 사과도 해봤다. 그때마다 아내와 손 교장은 문 사장에게 큰 힘이 됐다. 이젠 그런 문 사장을 배려하는 단골손님들까지 생겨나 오래 앉아서 식사를 하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
출입문에서 직접 손님을 맞이하고 배웅하는 문 사장. 손현득 교장에게 주말보단 시간 넉넉한 평일에 한번 들리란 말을 건넨다. “바쁘지 않은 날엔 예전처럼 마주보고 앉아서 긴 얘기를 나누고 싶어요”라며 크게 미소짓는다.
큰 유리창으로 큰 나무가 보이며 사계절이 변화되는 모습이 보이는 음식점. 자연속에서 잠시나마 친구와 연인, 그리고 가족과 함께 한 박자 쉴 곳이 필요하다면 우전에 한번 들려서 고소한 오리맛을 즐겨보는 것도 괜찮겠다.
■ 찾아가는 길
송탄고등학교에서 이충레포츠공원 방향으로 올라가다보면 ‘우전(雨前)’이라고 쓰여져 있는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을 따라 시골길로 들어가면 바로 발견할 수 있다.
주소 : 경기도 평택시 이충동 146-1번지
전화번호 : 031-666-8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