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외국인 - 올 한 해 어떻게 보냈나

직장서 믿을 수 있는 베트남 청년 만나
맞벌이 하느라 시댁 보낸 아기 보고 싶어
베트남(Viet Nam)’하면 뭐가 먼저 떠오를까? 아름다운 자연? 따뜻한 기후? 아니면 쌀국수?
“참 매력적인 곳이에요. 베트남 여행을 해보셨나요? 그럼 느낄 수 있으셨을 텐데, 제가 살던 하노이는 옹기종기 붙어 있는 상점과 푸른 자연이 함께 있는 곳이에요”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커온 보디토(28)씨.
베트남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하다 2005년 11월 한국에 처음 발을 디뎠다. 쌀쌀한 겨울의 길목에 서 있던 한국은 너무 추운 곳이었지만 그녀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으로 버텼다. 24살이 바라보는 한국은 새로움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현재는 남편 누엔홍(34)씨를 만나 결혼도 했다. 벌써 4년차 ‘한국생활’ 중이다.
“사실 나쁜 사람을 만나진 않을까 많이 걱정했어요. 그런데 일을 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죠. 한국 친구도 있었고, 다른 나라 친구, 베트남 친구도 있었어요. 고민이 있을 땐 서로 고민을 털어놨어요. 힘들 땐 서로 의지가 되어주기도 했죠. 친구들과 자국으로 돌아가면 ‘무슨 일을 할까?’하며 목표와 계획을 세우기도 했죠.” 방긋 웃으며 말하는 그녀. 미래를 생각하는 듯 눈빛이 반짝였다.
한국에 있는 동안 보디토 씨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다. 한국에 도착해 화성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지만 6개월 만에 회사가 문을 닫고 충남 아산으로 직장을 옮겼다. 우연이었는지 필연이었는지 새 직장에서 만난 누엔홍(34)씨는 그녀에게 한국생활 최고의 선물이다.
타국에서의 결혼이었지만 붉은 ‘아오자이’도 입었다. 든든한 남편 덕분에 한국의 생활이 외롭지 않았고, 마음 놓고 기댈 수 있는 따뜻한 품이 생겼다. 한국에 온지 1년 만에 결혼도 하고 다음 해엔 남편을 쏙 빼닮은 아들 누엔선을 낳았다.
취재 중 갑자기 보디토 씨는 가방을 뒤적이며 “우리 아들이에요!”라며 가족사진을 꺼내들었다. 지금과는 또 다른 풋풋한 모습이다. “이 사진은 아들을 베트남으로 보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찍은 가족사진이에요. 많이 보고 싶어요.”
보디토 씨와 남편. 단 둘 뿐이었던 한국에서 아들이 태어나 정말 기뻤다. 생각 같아선 베트남으로 돌아갈 때까지 세 식구가 함께 살고 싶었다. 하지만 남편도, 보디토 씨도 일을 포기 할 수 없었고, 아들을 봐줄 사람도 없는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6개월 후 아들을 베트남 시어머니의 집으로 보내야 했다. 가끔 화상통화를 통해 아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긴 하지만 일을 하고 난 후 쉬는 시간이 오면 너무 보고 싶다.
아픈 일도 있었지만 큰 꿈을 안고 들어온 한국. 아들을 보내고 2년 동안 책임감 있는 남편과 함께 그녀가 품은 꿈은 점점 커져갔다. 이젠 구체적인 꿈도 드러났다. 비자가 끝나면 베트남으로 돌아가 남편과 부동산중개 사업을 할 생각이다. 어느새 사업자 등록도 다 끝냈다.
“아들을 못 본지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네요. 예전처럼 품에 안아 재워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보디토씨. 제법 엄마 분위기가 난다.
“꼭 하나 해보고 싶은 일이 있어요. 고향에서 처음엔 아들을 키우며 남편과 부동산을 경영할 생각이지만, 나중엔 한국처럼 큰 화장품가게를 베트남에 내고 싶어요. 제가 화장품가게 사장님이 되는 거죠. 어때요. 어울리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