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맛집 “나는 이래서 이 집을 찾는다”
⑨ 평택의제21 조정묵 위원장과 함께 ‘바다로’

사시사철 남해안 갯내음이
혹시 ‘삼식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전복치’라는 물고기를 본 적이 있나요? 아니면 ‘쏨뱅이’나 ‘괴도라치’는요?
오늘은 평택시민 95%가 모르는 짠물 생선을 맛볼 수 있는 식당 ‘바다로’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14일 조정묵 평택의제21 운영위원장과 함께 바다로를 찾았습니다. 취재에는 이정재 남서울대 교수와 아리따운 여자 후배, 50대에도 클라이밍을 하는 김붕원 한양인쇄 사장도 함께 했습니다.
조정묵씨는 7년 전 식당이 문을 열면서부터 자주 다녔다고 합니다. 바다로 김송자 사장님과는 한 친구의 여동생이자, 양정고등학교 동창의 부인인 인연도 있지만, 평택 어디서도 먹을 수 없는 음식 맛 때문입니다.
오후 6시쯤 식당 안에 들어섰습니다. 4인용 식탁 7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10평 정도의 자그만 실내에는 저녁 손님이 들기 전인지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요즘 장사가 잘 안되나 하고 앉아마자 손님들이 들어오더니 30분 만에 모든 식탁을 차지했습니다.
하나뿐인 방은 2주전에 예약해야
바로 앞 식탁에는 모 회계사 팀이, 그 앞 식탁에는 평택시청 공무원들이, 2주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는 하나 뿐인 방에는 검찰 관계자들이 자리했습니다. 맛을 찾아 온 사람들입니다.
그러는 사이 우리의 대화는 며칠 전 산행에서 허리를 삐끗한 기자의 몹쓸 몸 이야기에서 이 교수님의 그림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이 교수님은 근래 독도에 관심이 많아 독도를 주제로 한 그림 작업에 빠져있습니다. 경찰총장의 허락을 얻어 독도를 직접 방문하기도 한 이 교수는 15일부터 24일까지 평택남부문예회관 전시실에서 개인전 ‘아! 독도 그 민족혼’을 갖습니다.
음식이 나왔습니다. 기본 반찬이 놓이고, 물미역과 석목이라는 해초도 보입니다. 석목은 갈색으로 파래와 톳의 중간쯤 합니다.
먼저 식탁 한가운데를 차지한 놈은 돌멍게입니다. 물속에서 마치 돌처럼 보인다고 해 이름붙인 돌멍게는 수심이 깊을수록 일반멍게 보다 맛과 향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조정묵씨가 속 하나를 한입 가득 물더니, “멍게 하나에 남해의 내음이 다 담겨있네”라 말합니다.
다음으로 나온 것은 바다장어와 과메기, 전복입니다. 다 ‘한 안주씩’하는 것들이지만 다들 잘 아는 것이라 생략하고, 그 다음에 나오는 ‘껄꾸지’라고 부르는 ‘왕우럭조개’를 소개합니다.
남해안에서는 그냥 우럭이라 부르기도 해 생선 우럭과 혼동하게 하는 이 조개는 수심 15~20미터 바닥의 모래펄에 사는 놈입니다. 이름에 걸맞게 몸체가 13~18센티미터에 이를 정도로 큼직하고 껍데기는 매우 두꺼워 옛날에는 밥주걱으로 사용했을 정도입니다. 맛도 좋아 은백색의 속살은 예상외로 부드럽고 쫄깃하게 씹히는 치감이 좋고, 씹을수록 상큼하게 감치는 뒷맛도 그만입니다. 동해안에 코끼리조개가 있다면 남해안에는 왕우럭조개가 크기와 맛 모두 왕입니다.
맛 좀 안다는 평택인들은 다

그러나 바다로 음식의 핵은 삼식이와 전복치입니다.
정식 이름이 쏨뱅이인 삼식이는 매운탕으로 맛이 좋아 겨울철 바다로의 대표 자리를 차지합니다. 쏨팽이, 쏠치로도 불리며 경기도에서는 삼식이라 부르는데 몸은 타원형이고 옆으로 납작해 조피볼락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몸에 비해 큰 머리에 가시가 사방으로 돋고 잘 발달한 앞 지느러미를 활짝 피면 무섭게 보이기도 합니다.
더 숭악한 놈은 여름이 제철인 전복치입니다. 본명이 괴도라치인 이놈은 바위에 달라붙은 전복을 떼어내 잡아먹고 미역도 먹어 전복치, 미역치로도 불립니다. 몸길이는 40센티미터 정도에 납작하고 길며 표면에 무늬가 있는 장갱이과의 물고기입니다. 얼굴 생김새는 삼식이 보다 심하게 무서워 저승사자가 저렇게 생겼을까 할 정도로 험상궂습니다.
그런데 전복을 먹어서인지 회 맛은 그만입니다. 옅은 분홍빛이 감도는 살결, 복어와 쥐치 같은 탄력은 없는 편이지만 뭐랄까 새콤한 특유의 맛이 먹는 이의 식감을 끌어냅니다. 그 무서운 얼굴이 떠 있는 매운탕도 일품입니다.
전복치의 치어로는 뱅어포를 만듭니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뱅어포에는 뱅어가 없습니다.
바다로에서 맛보는 음식은 모두 자연산으로 거제와 마산 등 남해 바다에서 올라옵니다.
바다로에서 음식을 먹다 보면 바닷가 추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 교수님은 방황하던 젊은 시절 친구들과 격포에서 산낙지 먹은 이야기를, 기자는 대학 마지막 해 1월, 속초 대포항에서 화롯불에 삼치를 구워 먹었던 추억을 끄집어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맛난 음식을 먹으며 어둠이 짙어가도록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전화:031-653-2580 위치:합정동(조개터근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