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 13돌 지령 500호를 내면서
<평택시민신문>이 올해로 창간 13주년을 맞고, 연말이면 지령 500호를 발행하게 됩니다. 지역신문이 13살의 나이를 먹고 매주 한 번 씩 발행하며 500번을 발행하게 됐다는 것은 <평택시민신문>에 종사하는 사람에게는 큰 보람이며 기쁨입니다.
평택지역에서 지역 언론 역사에서 지령 500호를 발행하게 된 신문은 <평택시민신문>이 처음입니다. 평택시민과 독자님들께서도 지역 언론의 새로운 장을 연 <평택시민신문>의 지령 500호 발행을 마음으로 축하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러나 지령 500호 발행의 기쁨을 조건 없이 나누기에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평택지역 사회가 최근 매우 어수선하기 때문입니다. 차분히 한해를 마무리해야 시점에 고덕국제신도시 사업이 연기될 것 같다는 느닷없는 소식에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습니다. 연초부터 시작된 쌍용차 위기에 따른 파업과 대량실업, 지역 상권의 극심한 위축과 경기침체, 각종 개발사업의 지연과 표류 등으로 지역사회의 통합력과 활기가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특히, 올 하반기 들어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들고 나오고, 4대강 사업을 국민적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는 상황에서, 미군기지 평택이전에 따른 평택지역 개발에 대한 정부의 핵심 약속인 고덕국제신도시 사업이 희생양이 될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고덕국제신도시 사업이 다시 연기된다면 평택사회에 미칠 후폭풍은 가히 짐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각종 개발계획의 연쇄적인 후퇴나 재검토 뿐 아니라, 정부에 대한 근본적 불신이 확산돼 미군기지 평택 이전 사업 자체에 대한 반대와 재검토의 목소리가 평택시민 사이에서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대통령이 아무 거리낌 없이 국민과 한 약속을 뒤집고 말을 바꾸는 상황에서 과연 국민은 무엇을 믿을 수 있으며 무엇을 의지할 수 있겠습니까. 지역의 미래가 풍전등화에 놓이게 되고, 미래를 내다보며 그려왔던 평택발전의 밑그림들이 허망한 것으로 전락한다면, 평택시민에게 정부의 약속을 믿고, 평택을 새로운 문명의 중심도시로, 군사도시가 아닌 문화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명품도시로 함께 만들어 가자고 설득하고 호소했던 지역 정치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모조리 거짓말쟁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 <평택시민신문>을 포함한 지역 언론도 거짓말쟁이의 책임을 면할 수가 없습니다.
정부와 토지주택공사는 평택시가 갖는 특수한 지위와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서 평택시민에게 분노와 좌절감, 극한적 투쟁을 유발할 수 있는 어리석은 우를 범하지 말라고 간곡히 당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평택시민신문>의 발행인으로서, 평택인의 한 사람으로서, 고덕국제신도시 사업 재 연기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지난 정부 시절 평택인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미군기지 이전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을 보고 평택인 으로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면, 이번 정부의 어처구니없는 약속 파기와 우롱하는 처사에 모욕감을 느낍니다. 평택인의 자존심과 자긍심은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다행히 고덕신도시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된다고 해도, 언제 또 어떠한 상황에서 돌발 변수가 나타날지 모릅니다. 이것이 문제입니다. 앞으로 각종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변수와 지뢰밭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어쩌면 평택사회는 구조적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미군기지 평택이전으로 인해 우리 운명을 우리 평택인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거대한 힘의 논리에 맡기게 되는 신세가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조용하고 평화롭고 풍요로운 땅에 너무 갑자기 감당하기 힘든 거대한 외부의 물결이 몰아닥친 것입니다. 이 물결을 우리의 힘으로 헤쳐 나갈 수 있는가 없는가가, 헤쳐 나갈 힘을 평택사회 스스로 갖출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앞으로 평택의 운명을 좌우할 것입니다.
평택은 분명 미래 전망이 밝은 도시이며, 우리 후손들에게 자랑스런 고향으로, 삶의 터전으로 물려줄 수 있는 희망과 전망이 있는 도시입니다. 그만한 잠재력과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평택시민의 응집력과 사회 통합력일 것입니다. 지방 정부는 지방정부대로, 시민사회단체는 시민사회단체대로, 언론은 언론대로 각자의 맡은 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전문성을 키워 평택이라는 큰 틀에서 통합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지령 500호를 맞는 <평택시민신문>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500호를 발행하며 비틀대기도 했지만 그래도 500호를 발행한 저력이 있다고 평가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창간 20주년을 맞고 지령 1000호를 맞기 위해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나아가야 하겠지요. 군더더기 덧말 없이 평택시민이 인정하고 자랑할 만한 평택의 정론지 하나 만들어 보겠습니다. 물론 여러분과 함께입니다. 평택시민과 함께, <평택시민신문>의 독자와 함께 만들어 가야만 창간 20주년, 지령 1000호가 가능합니다. 모두 함께 희망의 평택을 일구는 데 힘을 모았으면 합니다. <평택시민신문>도 더 분발하며 함께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