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도시 한 책 읽기 릴레이 기고

요즘의 학생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한탄하는 말을 들으면 난 좀 의아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국어교사이다 보니 학교에서 도서관 업무를 많이 맡아 왔고, 지금도 고등학교에서 도서관 관리 업무를 하고 있다. 통계상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켜본 바에 따르면 요즘 아이들도 책을 좋아하고, 틈만 나면 더 많은 책을 읽고 싶어한다.


요즘 아이들이 책을 안 읽는다면 아마도 책 읽을 시간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고등학생들은 더욱 책 읽을 틈이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학교에 매여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대부분 교과 학습 시간이다. 야간 자율학습시간에 교과 외 책을 읽으면, 과제가 아닌 이상 제지를 당하기 일쑤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요즘 안 읽는 게 아니라 못 읽는 셈이다.


어린 시절 나는 책 많이 읽기로 이름난 애였다. 초등학교 교사이셨던 아버지가 학교에서 무더기로 빌려다 주신 책, 언니 교과서, 어른 잡지, 만화책 등 내 주변에 읽을 수 있는 것은 닥치는 대로 읽었던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내가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시간이 여유롭고 많았기 때문이었다. TV가 하루 종일 나오던 시절도 아니었고, 컴퓨터가 있었던 시절도 아니었으니까 친구들과 모여 놀지 않는 시간에 할 수 있는 것은 뭔가를 읽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요즘 아이들이 좀 딱하기도 하다. 우선 시간이 없고 이런저런 일로 바쁘다. 또한 나의 세대 부모님과는 달리 자녀에 대한 관심이 너무 많다. 아마 요즘 아이들은 나처럼 마음껏 제 맘대로 책을 읽는 자유를 만끽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난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는 만화에 빠져서 재미있는 만화책이 더 많은 동네 만화방을 찾아다니며 보냈는데도 만화를 본다고 부모님께 야단맞은 기억이 거의 없다. 그 점에 대해서 나는 우리 부모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요즘 부모님들 중에는 자녀의 독서를 너무 목표 지향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초등학교 자녀를 두고 논술 때문에 책을 많이 읽혀야 한다고 여기며 만화책이나 본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그런 경우다. 독서를 학습의 하나로만 여기는 발상인데, 이렇게 되면 아이들이 책에 재미를 붙일 리 없다.


책은 분명히 재미있다. 그리고 유익하다. 책을 많이 읽으면 똑똑해지고 공부로든 인생으로든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그 책의 재미는 아이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재미있는 책을 읽기도 하고 때로는 쓸모없는 책을 읽기도 하면서 결국은 옥석을 가려내어 자신의 지적 욕구로 읽어야 그 책으로 인해 기쁨도 느끼고 성장도 하는 것이다.


나는 부모님들이 자녀들의 책읽기에 너무 조급증을 갖지 않았으면 한다.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되, 그 다음에는 자녀 스스로 책을 접하여 자신이 몰랐던 새로운 세계, 사람, 사건, 놀라운 생각들을 발견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한가로운, 심지어는 빈둥거릴 수 있는 여유를 자녀에게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