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전 덕동초 교장 이광섭씨의 20년 단골 ‘석일식당’

단골 맛집  “나는 이래서 이 집을 찾는다”

▲ 왼쪽부터 이대성(64)씨와 이광섭(62)씨, 오원영(63)씨가 간장게장과 쭈꾸미 볶음을 앞에 두고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하얀색 사발에 설렁설렁 담긴 밥을 한 숟가락 듬뿍 퍼서 노란 알이 붙어있는 게딱지에 쓱쓱 비비자.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구운 김에 노란 알과 알맞게 비벼진 밥을 올리면 다른 반찬 없이도 한 그릇 뚝딱 해치울 수 있다. 이제는 덕동초등학교 교장을 퇴임했지만 이광섭(62)씨는 교직에 있을 때에도 자주 갔던 석일식당(사장 석순자)의 간장게장을 ‘밥도둑’이라고 칭한다.

이광섭씨는 초등학교 교사로 있으면서 90년대 초반 석일식당을 처음 알았다. 그때는 지금처럼 방도 많지 않았고 손님도 많지 않았을 때였다. 달랑 방도 1개에 홀만 있던 때였는데 가끔 그는 초창기의 석일식당이 많이 생각난단다. 물론 맛도 맛이지만 그 토속적인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그땐 일주일이 멀다하고 이곳을 찾았다. 선배들과 1차를 하고 나서도 “2차는 거기!”라고 하면 말없이 만나던 곳이 바로 석일식당이었다.

형님·친구들과 함께 20년을 식당에 드나든 만큼 석 사장과의 친분도 각별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 씨가 먹은 음식 값은 가격표와 상관없이 ‘싯가’다. 어느 때는 기본 음식 값보다 2배로 받을 때도 있고, 어느 때는 아예 값을 받지 않거나 50% 할인을 해주기도 한다. (기자가 물었을 때 석 사장은 그냥 웃기만 했다.)

주인 퇴근후 손님들끼리 먹기도

밤늦게 이 씨와 친구들이 식당에 들이닥치면 석 사장은 말없이 국수를 삶아주기도 하고, 밤참으로 김밥을 말아주기도 했다. 석 사장이 퇴근 한 이후 김밥을 한 손에 쥐고 술잔을 기울였고, 말없이 먹은 술은 값을 2배로 더 쳐서 아침에 잘 보일 수 있도록 주방의 가스레인지 밑에 끼워두고 가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추억이 깃든 석일식당의 음식 맛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점점 손님이 많아졌다. 이 씨와 친구들은 아침저녁으로 몰리는 손님들 덕분에 설자리(?)를 잃었지만 여전히 이곳은 그들의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장소다.
“석일식당은 후덕하고 꾸밈없는 엄마 같은 느낌이 듭니다. 어떨 땐 석 사장이 반말로 제 친구 이름을 그냥 막 부르기도 해요. 오랜 세월이 지난만큼 이웃집 아줌마처럼 편하죠.”

초등학교 교사에서 교감이 되고, 한 학교를 지도하는 교장이 되어서도 그는 소위 ‘높은 분’들과 함께 석일식당을 찾았다. 알싸한 맛이 일품인 간장게장의 맛에 그 분들도 석일식당의 팬이 됐다. 

꽃게는 주인이 직접 공수…맛 비결은 비밀

반찬은 잘 익은 파김치와 열무김치, 배추김치 밖에 없지만 큰 대접에 듬뿍 담아 나온다. 김치뿐이지만 푹 익은 김치를 한입 쭉 찢어 밥과 함께 먹으면 그것도 별미다. 2명이 오던, 4명이 오던 큰 사발에 가득 담아 나온 흰 밥은 간장게장과 함께 먹으면 ‘밥 더 주세요!’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간장게장 말고도 빨갛게 나오는 쭈꾸미 볶음도 한 몫!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통통한 꽃게는 석 사장이 직접 바닷가에서 공수해온다. 혹시나 취재를 하면서 ‘간장게장의 비법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사장님은 “깨끗이 씻은 꽃게를 끓인 양념간장에 넣으세요”라는 남들 다 아는 비법만 가르쳐주고 조용히 자리를 떴다. 결국 간장게장의 비밀은 알지 못했다.

이광섭씨는 덕동초등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다 올해 퇴임했다. 퇴임을 하니 아이들을 가르쳤던 시절이 많이 생각난다. 그래서 요즘에도 외부에서 손님이 오면 어디 갈까 고민하지 않고 석일식당을 찾는다.
“교장을 퇴임했지만 평택시 문화관광해설사로 새로운 직업을 가졌지만 옛날 함께 식당을 찾았던 소중한 사람들이 있는 한 이 식당에 끝까지 올 예정입니다. 정든 추억이 깃든 곳이니까요.”            

찾아가는 길

한전사거리에서 신한고등학교 방향으로 50m만 걸어가면 빨간색 간판이 보인다. 작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자. 같은 건물 1층엔 석일식당의 간장게장만 파는 가게가 2개월 전 문을 열었다.
문의 031-652-9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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