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열정으로 싹틔운 문화공간 '살아숨쉬게' 정서을 모으자
문화나 예술은 돈을 먹고 크는 나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하게 그림 그리고 노래 부르며 춤추는 것쯤으로 생각할 수 없으며 예술가들이 그런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창작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하고 거기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야 제대로 자라는 것이다.
문명의 발전은 경제적인 투자만 있으면 남의 것을 빌려서라도 짧은 시간 내에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문화나 예술은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자한다해도 일정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자기의 모습을 갖추고 나타나게 되며 하드웨어적인 성격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적인 성격을 띠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정부나 행정기관이 나서서 일정하게 투자하고 관리하며 지원해 주는 것이다.
우리 평택에 문화 예술 시설이 얼마나 될까. 언뜻 생각나는 것이 세 곳이나 되는 문예회관이다. 그리고 지난해 12월에 개관한 평택호 예술관이 있고, 그 폭을 조금 확대해 보면 북부와 남부의 청소년 관련 수련시설, 여성회관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시설 등은 모두 관 주도형 시설이며 민간 시설은 특별하게 기억나는 것이 없다.
다만 평택지역의 어느 금융 기관이 마련한 다용도 공간과, 백화점에서 개점 당시 잠깐 운영하던 전시장 정도였다.
그러나 순수하게 민간이 운영하는 시설은 '현재' 한 곳도 없다. '현재'라고 표현 한 것은 과거에는 있었다는 말이다.
문화, 예술 발전과정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민간 활동의 활성화이다. 민도(民度)와 함께 하는 것이 문화예술일진대 가장 부정적인 현상은 민(民)도 관(官)도 모두 무관심한 것이고 그 다음이 관이 대부분 주도하는 것, 그리고 그 단계에서 관 주도로 일정 수준까지 활동 여건을 조성하면서 그 종사자들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 다음이 민 주도형 활동에 관이 지원하는 형식, 아주 바람직 한 것이 순수 민간 활동 위주의 문화 예술활동일 것이다.
평택의 속칭 명동 골목에 위치한 베아트 홀은 그런 의미에서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예술공간이다.
1992년 예술을 사랑하는 구본권이라는 개인이 자신의 건물 2층에 "베아트리체"라는 상호의 커피숍을 겸한 전시공간으로 문을 열어 운영하다가 1997년에 커피숍 위층을 개조하여 "베아트홀"이라고 이름 붙여 독립공간을 만들었다.
베아트 홀은 평택 역 앞의 중심상가에 위치하여 손쉽게 작가나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의 장점이었다.
그동안 베이트리체는 구본권 씨가 순수 예술가라고 인정한 이들이 들러 차를 한 잔 마실라치면 돈을 받지 않는 곳으로도 유명했다. 최소한 그곳에서만큼은 예술가가 우대받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미 같다. 더욱이 그들이 개인전을 하거나 그 공간을 필요로 하면 공간의 무료 제공을 비롯하여 많은 혜택을 베풀기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 동안 이 공간에서 치러진 활동을 보면 예술 전 영역에 걸쳐 있어서 그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소인극 형식의 연극에서부터 현대무용, 연주회, 주 1회 영화상영, 회화, 조각, 사진전과 학생들의 만화전시 같은 공간으로도 활용되었다.
그러나 대관료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던 데다가 모든 행사에 크고 작은 경제적인 후원까지 하던 이 공간이 현재는 문을 닫아 건 상태이다. 경비를 염출하던 커피숍의 불경기 때문이라는데 이를 해결하는 손쉬운 방법으로 커피숍 대신에 '술장사'를 하면 된다고 말하는 구본권 사장은 '그러나 술장사는 자신의 정서에 맞지 않는다'며 한사코 업종 변경을 거부하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는 대로 다시 개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는 베아트 홀 휴관에 대해 어쩌면 예술가들보다 더 가슴아파하고 있을지 모른다. 구본권 사장의 개인적인 아픔도 아픔이지만 진정 평택이 문화예술 도시로 성장하려면 순수 개인이 싹틔운 이 열정이 멈추지 않도록, 베아트 홀을 살려야 한다.
평택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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