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박 금 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 직무대행

검경은 대타협 정신 무시 마구 구속
8·6합의 간 데 없고 실무협의 제자리
노조는 정상화 걸림돌 아닌 동반자
공장 점거 파업 77일 만인 지난달 6일 파국을 앞두고 극적으로 대타협을 이끌어낸 쌍용자동차 노사. 이후 회사는 빠른 속도로 조업을 재개하며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회사와 검경이 대타협 정신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있다고 거칠게 비판하며 아직 투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이달 15일 회사의 운명을 가를 2차 관계인 회의를 앞두고 돌발변수가 나타날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박금석 쌍용자동차 지부장 직무대행을 30일 본사에서 만났다.
-직무대행은 어떻게 맡게 됐나.
=파업이후 23명이던 중앙집행부 간부 절반이 넘게 구속되고, 10명 만 남아 있는 상태다. 한 동안 노사실무협의를 이끌던 김선영 수석부지부장도 구속될 가능성이 높아 조직 재정비 차원에서 한상균 지부장이 나를 직무대행으로 지명했다. 25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정식으로 인준됐다.
-직무대행 체제가 시급히 해결할 일은 무엇인가.
=사람은 적고 할 일은 너무 많다. 우선 결렬된 노사 실무협의를 끝내야 한다. 또 하루빨리 공장 내 노조사무실로 돌아가 무너진 체계도 바로 세워야 한다. 70명이 넘는 구속자의 뒷바라지도 노조가 책임져야 한다.
-노사 실무협의는 왜 결렬됐다고 보나.
=회사측이 대타협 정신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입장을 관철하려 하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파업도 끝난 마당에 아쉬운 것이 없다는 듯이 노조의 이야기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 48대52는 지키되 대상자 분류는 회사의 입맛대로 하겠다고 한다. 이외에도 당시 한상균 지부장과 박영태 법정관리인이 구두로 합의한 것이 적지 않다.
-노조 사무실 출입을 못하는 이유는.
=회사측은 혹시 생길지도 모르는 충돌을 우려해서라는 이유를 대고 있다.
그러나 파업 이후 만난 비해고 노동자들과는 ‘그동안 고생 많이 했다’며 서로 격려를 해주고 있다. 복면을 하고 있을 때는 서로 으르렁 거렸지만, 복면을 벗고 만났을 때는 공장 안에서 10년, 20년 같이 지낸 친구, 지역 선후배 아닌가. 감정은 많이 가라앉았다고 본다. 그런데 자꾸 회사측이 노조를 무력화 하는 등 노무관리 차원에서 적대감을 유도하려 한다는 인상을 짙게 받고 있다. 회사는 노조의 활동을 인정해야 한다. 노조가 정상화 되고, 노사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화합하고 힘을 모아서 쌍용차를 살려나가야 한다. 같이 가야 한다.
-현재 구속자가 70명이 넘고 있다.
=경찰의 말을 믿은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 경찰과 검찰이 심하게 나올 줄 예상하지 못했다. 어제도 2명이 추가 구속됐다. 경찰은 구속자를 늘리기 위해 병원에 있는 사람도 출석을 강요하고, 무리하게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한 조합원이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경찰도 대타협 정신을 존중해 구속자를 최소화해야 한다.
-투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앞에서도 말했듯이 조합원에 대한 경찰의 조사가 끝나지 않았고, 회사측과의 실무협의도 거의 진전된 것이 없다. 또 노조 활동도 거부되고 있는 현실이다. 회사측은 손해배상소송 취하도 하지 않고 있다. 합의 내용이 거의 무력화되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쟁은 끝나지 않은 것이고, 모든 우리의 조합원들이 공장에 돌아와 일할 수 있을 때 투쟁이 끝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할 일이 많을 텐데.
=우선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구성한 ‘정리해고자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이나 분사 등을 통해 해고된 조합원 중 복직을 원하는 조합원을 지원하고, 구속된 가족 모임을 통해 변호사 선임 지원, 생계지원 문제를 풀어나갈 예정이다. 농성자 606명에 대해서는 모두 무급휴직을 신청토록 했다. 다음 주말에는 등반대회를 개최해 힘을 모을 것이다. 회사 정문 출입도 계속 시도할 계획이다.
이 기회를 빌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회사와 경찰에게 대타협정신을 지킬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노사정 중재단 등 정치인들도 농성해제 이후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데 대해 실망이 크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명확히 하고 싶은 것은 노조는 쌍용차 정상화의 걸림돌이 아니라 협력자이고 동반자라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