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 한 책 읽기 릴레이 기고-47 장혜순
서평택지역아동센터 센터장
나에게 세상은 우리 가족과 우리 아이만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좀 더 성숙해지고 마음의 눈이 열리면서 어려운 이웃과 아이들이 보이며 내가 해야 할 일도 알게 되었다. 나는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인생의 새로운 계획과 꿈을 아이들과 함께 설계하며 어떤 소명감과 자긍심을 갖고 복지와 봉사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아이들과 생활하는 지역아동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아직은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정확한 정체성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 학원의 개념으로 접근하거나 어린이집 정도로 생각하는 분들도 많다. 그러나 지역아동센터는 분명 초등학교 이상의 아동을 보호, 교육하는 아동복지 기관으로 우리는 우리의 역할에 대해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며 생활하고 있다.
어느날 도서관에서 연락이 왔다. 아동복지서비스의 하나로 독서지도사를 센터로 파견하여 준다는 것이다. 책읽기는 좋아하지만 독서후의 활동에 대해 부담을 갖는 우리 아이들에게 바른 독서지도의 필요성과 독후 활동의 체계적 학습이 너무도 아쉬웠던 우리는 더없이 좋은 기회에 감사할 뿐이었고, 가득한 기대로 아이들 또한 독서지도 시간을 기다렸다.
독서지도 교사는 다양한 방법과 교구를 활용하여 아이들에게 재미있고 풍요로운 독서지도를 해 주었다. 몸으로 표현하기, 재현하기 등 새로운 시도로 마치 연극을 하는 것처럼 표현력을 극대화하고 자기안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바른 독서록 쓰기와 독후화 그리기 등 지도로 아이들이 갖고 있는 독서후 활동에 대한 어려움을 덜어 주었다. 새로운 교사와의 만남과 독서 활동의 체계화로 아이들은 이제 책읽기의 잔잔한 행복과 책을 통한 간접경험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다.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독서지도를 받는 동안 센터 선생님들도 그림책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시각을 갖게 되었다. 아이들과 눈높이 맞춤의 하나로 선생님들만의 독서 지도 교육을 구성하게 되었다. 아이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 교사들은 재미있고 새로운 그림책 독서교육에 대해 수줍게 또는 솔직하게 접근해 가며 그림의 의미와 그 속에 담긴 작가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한다.
처음에는 아이들의 마음이 보이지 않았던 것처럼 그림책의 생각도 처음에는 짚어지지 않았다. 허나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보태며 우리는 아이들과 함께 책을 통해 성장해 가려 한다.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우리는 아이들과 도서관으로 토요 나들이를 간다. 독서 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처음에는 도서관이 낯설고 이용에 어색함을 보이던 아이들도 이제는 편안히 읽을 책을 찾고 자리를 잡으며 도서관을 점차 자신들의 일상의 한 부분으로 만들고 있다.
강요하지 않고 그냥 함께 하며 천천히 다가갔을 뿐인데, 조용하고 침착하며 세상의 진리를 깨달을 수 있는 도서관에서 우리아이들이 성장하며 그곳을 마음의 놀이터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