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효 편지쓰기’ 최우수 글
방 소 라 신한고등학교 3학년

아빠, 엄마.

소라에요. 존댓말이 마냥 어색하고 쑥스럽기만 한 첫째 딸. 워낙 투박한 성격에 평소에는 제 마음을 다 표현하기 어려웠는데 오늘 같은 기회가 있어 정말 다행이에요.

19살밖에 안됐으면서 이런 말을 하기엔 좀 그렇지만 세월이 참 빨라요. 벌써 제가 고3이에요.
며칠 전 아빠엄마께서 할머니 댁에 다녀오시고서 할머니께서 “그 조그만 아이를 놓고선 왔니”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을 들었을 때, 할머니 기억 속의 어린아이가 19살 방소라에게서는 점점 잊어지고 있구나 싶어서 코끝이 찡했어요.

온 가족이 명절 때 함께 모여 윷놀이를 하고 송편 빚던 일, 여름이면 계곡으로 바다로 놀러가던 일, 할머니 댁 옥상에 모기장 쳐놓고 밤새 별을 보며 놀았던 일, 하나하나 흘리지 말아야할 보물 같은 기억들인데. 바쁘게 살다 보니 어느덧, 우스개 소리로 ‘사람도 아니’라는 고3이에요.

엄마아빠도 19년을 비껴갈 수는 없었나 봐요. 염색 횟수가 잦아지는 엄마, 주름이 늘어가는 아빠를 보면 엄마아빠의 기를 자식이 다 빼앗아 가는 것만 같아서 가는 세월을 붙잡고 싶어요.

딸에게 항상 전문직을 꿈꾸라고, 네가 당당해질 수 있는, 너의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 하셨던 엄마. 결혼 후 자식들만 돌보다 보니 막상 자신이 설 곳은 잃어버리고 힘들어 하셨던 엄마, 항상 자신의 삶을 서글프게 생각하시는 엄마를 보며 제 마음도 너무나 아팠어요.

하지만 엄마는 스스로 자기 계발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셨어요.아동미술 심리치료도 배우고, 태권도도 3단까지 따고, 서예도 배워서 전국 대회에서 상 받고 예술의 전당까지 간 우리엄마!
요즘에는 산수화 그리기에 도전하셔서 딸 옷도 입고 미술용 가방을 들고 나서는 엄마 뒷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새내기 미대생이에요.

딸은 이런 엄마가 너무 자랑스러워요. 나중에 제가 돈 많이 벌어서 엄마 미대에 보내드리고 싶어요. 엄마 인생의 황금기는 이제부터라고 생각해요. 20년을 장기 투자한 딸이 이제 엄마께 하나하나 엄마의 사랑에 보답하면서 엄마 인생을 꽃 피워 드리고 싶어요.

아빠! 천직 선생님 아빠!

아빠가 가끔 제가 학교 가는 길에 차로 데려다 주시는 날이면, 아빠는 반 아이들과 있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곤 해요. “우리 반에 △△라는 아이가 나한테 와서 ‘선생님∼’”하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아빠의 얼굴에는 항상 웃음이 가득해요. 마치 천사 같아요.

힘든 세상 속에서 한 가정을 책임진다는 일이 너무도 무겁고 고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가 좋아하시는 일 하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몸소 사랑을 실천하시면서 그 속에서 보람을 얻고 즐거움을 찾으시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요. ‘내가 나중에 커서 직업을 갖게 되면 저렇게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아빠가 정말 존경스러웠어요.

다 커버려 투정부리는 딸한테 애정표현 차마 못하시고는 돈 몇 푼이라도 손에 꼭 쥐어주시며 마음 전하시는 우리 아부지. 생각해 보면, 어릴 땐 아빠 출근하실 때 저 멀리서 달려와서 아빠 품에 안기고 뽀뽀도 하고 했었는데. 

이젠 내가 너무 무거워져서 자연스레 아빠한테 달려가서 매달려 안길 수가 없는 건가, 컸다고 내 마음이 아빠한테 쓰잘 데 없는 벽을 만들어 성의 없는 인사만 하게 되는 걸까. 아. 아빠 출근하는 모습을 본지도 정말 오래 됐네요.

어쩌다 보니 신세 한탄뿐이에요. 하지만 곧 제가 아빠엄마의 제2의 인생을, 장밋빛인생을 꽃피워 드릴 거예요. 엄마아빠 딸인 게 너무나 자랑스럽도록,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되니까요.

투박하고 서툴지만, 행동으로 하나하나 보여드릴 거예요. 그때까지만, 당연히 스스로도 잘 하시지만. 그래도 나이가 있으시니까 건강검진도 정기적으로 받고 음식도 좋은 것만 드시고 좋은 생각만 하면서 건강에만 유의하고 계세요!

딸 신경은 안 쓰셔도 되요. 엄마아빠가 괜히 딸 때문에 마음 아프고 신경 쓰시는 거 싫어요. 그러니 진짜 건강만 신경 쓰시고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엄마아빠. 정말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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