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그 치명적 고통에서 벗어나기②

이번호부터 94세 침구사 구당 김남수 선생의 침뜸강좌 연재가 시작됩니다. 1915년 전남 광산에서 태어난 선생은 중국 북경 침구골상학원 객좌교수, 녹색대학 자연의학과 석좌교수, 대한침구사협회 입법추진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남수침술원 원장, 뜸사랑 회장, 정통침뜸연구소 소장, 효행봉사단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 코너가 독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유용한 지침서로 활용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 구당 김남수 선생.
몸 전체를 다스리고 난 뒤에는 환부, 즉 아픈 부위를 다스리면 된다. 허리디스크는 대개 제4 요추와 제5 요추 사이, 좌골신경이 갈라지는 곳에 이상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대개 그 부위를 누르면 매우 아파한다.

아픈 자리 양쪽을 다 눌러보면 바깥쪽, 아래쪽이 모두 아프다고 한다. 가장 아픈 자리인 양관(陽關)혈과 그 위 아래 요추 사이(제3 요추와 제4 요추 사이, 제5 요추와 제1 선골 사이)에 혈자리를 하나씩 잡으면 총 3개의 자리가 나오는데 이 3개의 자리에 모두 침을 놓고 뜸을 뜬다. 발목 뒤쪽의 곤륜(崑崙)혈과 오금 가운데의 위중(委中)혈에 침을 놓으면 막혔던 경락(經絡)의 흐름이 소통되면서 혈의 흐름이 활발해지고 통증도 서서히 가라앉는다.

그리고 허리 아래 양쪽에 눈자위처럼 움푹한 요안(腰眼) 부위를 만져보면 아픈 쪽에 손가락 만하게 커진 상태로 왔다 갔다 하는 힘줄이 만져질 것이다. 그 힘줄이 가장 크게 만져지는 곳 한가운데가 대개 포황(胞?)혈이나 외포황(外胞?)혈 자리인데 포황이나 외포황에서 조금 많이 벗어났을 때에는 아시혈(阿是穴)로 보고 그 자리에 뜸을 뜬다. 다시 엉덩이 꼬리뼈에서 옆으로 차근차근 눌러가다 보면 소스라치게 놀랄 정도로 아픈 자리가 있다. 이 자리를 아시혈로 삼아 침을 놓는데 살이 두툼한 엉덩이이니 장침(長鍼)을 깊숙이 놓아서 자극이 다리 아래까지 찌릿하게 가도록 찔러야 한다.

오래된 병에는 침보다 뜸이 좋아
그리고 양릉천(陽陵泉)혈에 침과 뜸을 한다. 양릉천은 뼈와 뼈 사이를 잇는 힘줄과 힘살에 기혈을 북돋우며 근(筋)의 정기가 모이는 자리이다. 허리 근육의 힘을 받쳐주는 배의 복직근(腹直筋) 위, 배꼽 옆의 천추(天樞)혈과 그 아래의 대거(大巨)혈에 침을 놓는다. 천추와 대거는 디스크를 일으킨 요추(등쪽)와는 대칭이 되는 자리로 디스크 환자의 경우 이 부위를 만져보면 근육이 뻣뻣하게 경직되어 있는데 침을 놓고 나면 말랑말랑해진다. 종아리까지 뻗치듯 아파할 때는 대퇴부 뒤쪽 가운데에 있는 은문(殷門)혈과 종아리에 있는 승근(承筋)혈에도 침을 놓는다.

침치료를 시작한지 5일 뒤, J씨는 입원실로 정했던 여관에서 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병원도 퇴원했다. 그는 허리의 통증이 다 사라지자 이제 다 나은 것 같다며 아주 기뻐했다. 그러나 오래되고 깊었던 병인지라 그렇게 간단하게 나을 리가 없었다. 오래된 병에는 침보다 뜸이다. 그는 1년이 넘게 뜸치료를 받았다.

처음 두 달 동안은 침술원에 나와 침뜸치료를 받았고 그 이후부터 거의 허리에 불편을 느끼지 않게 될 때까지는 집에서 가족들의 도움으로 날마다 뜸을 떴다. 그리고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만 침술원에 나와 침을 맞으며 비틀어진 허리를 바로 잡았다.

1년 뒤 정상적인 사람과 다름없이 활동할 수 있게 되자 J씨는 주변에서 허리나 목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고 하거나 병원에서 디스크라는 진단을 받은 사람들에게 침과 뜸을 열성으로 권했고 꽤 많은 디스크 환자가 J씨의 극성스런 권유로 나를 찾았고, 완치되었다. J씨의 권유에 따라 나를 찾아온 사람 중에는 K변호사도 있었다. K변호사 역시 수술을 받을 만큼 받은 상태였다. 미국에서 수술해 쇠로 된 인공 뼈를 끼어 넣었다며 X선 사진까지 가져와 보여 주었다. K변호사도 역시 침뜸치료로 디스크에서 벗어났다. 나중에 다 낫고 나서 K변호사는 이렇게 회상했다.

“몇 번이나 수술하고 그것도 최첨단 의술을 자부하는 미국에서 인공 뼈까지 넣었으니 괜찮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또 허리가 아파 오니까 이제는 죽는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그때는 정말 절망적이었습니다.”

디스크는 예방할 수 있다. 최우선이자 손쉬운 예방법은 자세를 바르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 허리뼈나 목뼈가 비틀어지지 않고 쉽게 삐끗하지도 않는다. 다음은 신(腎)이 허하지 않게 해야 한다. 뼈는 신에서 저장된 정(精)과 관계가 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몸 전체가 균형을 이루고 늘 건강하도록 무극보양뜸을 한다. 곡지, 족삼리, 중완, 기해, 관원, 백회, 폐유, 고황의 여덟 혈 열두 자리에 뜸을 해 몸의 저항력을 기른다. 뜸은 병을 치료하는 수단이지만 병에 걸리지 않았을 때에는 대단한 보혈강장법이다.

디스크 심해서 제대로 운신도 못해
나를 찾았던 많고 많은 디스크 환자 가운데 잊혀지지 않는 사람으로 장준하 선생이 있다. 장 선생을 따르는 이의 소개로 왕진을 갔을 때 장 선생은 거동은 말할 것도 없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없으면 꼼짝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장 선생은 말 그대로 방안에 누워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디스크가 너무나 심해 일어나 앉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말도 크게 못하고 기침도 못하고 웃지도 못했다.

장준하 선생은 명성에 걸맞지 않게 초라한 집에서 살고 있었다. 자택이 제기동 홍파초등학교 앞에 있었는데 지붕 위로 바로 고압 전류선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가난한 장 선생 아니면 살려고 드는 사람이 없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그나마도 사글세였다. 아무튼 나한테 침뜸치료를 받고 장준하 선생은 비교적 빠르게 좋아졌다. 통증도 많이 없어졌고 지팡이에 의지해서이긴 하지만 방에서 마루를 천천히 왔다 갔다 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러나 집 밖에 나가 활동할 수 있을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한 보름 지났을까, 신문을 보다 장준하 선생이 산에서 실족사 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납득할 수 없음을 넘어 기가 막혔다. 혼자 산행을 갔다가 발을 헛디딘 것이 사망의 원인이라는 기사를 읽고 또 읽었다.

그럴 리가 없었다. 디스크가 심해 지팡이 없이는 걷지도 못하고 혼자서는 집밖에 나갈 수도 없으며 낮은 계단도 제대로 오르지 못하는 사람이 무슨 수로 울퉁불퉁한 산비탈을 혼자 오른단 말인가! 산에 갈 수가 없는 양반인데 왜 산에 가서 실족을 했을까. 장준하 선생이 세상을 떠나기 전, 가장 마지막으로 장 선생을 치료한 이는 아마 나일 것이다. 나는 아직도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심한 디스크 환자였던 장 선생은 혼자서 산행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나는 지금도 장 선생이 혼자 산에 갔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김남수 뜸사랑 회장(침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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