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그 치명적 고통에서 벗어나기①
이번호부터 94세 침구사 구당 김남수 선생의 침뜸강좌 연재가 시작됩니다.
1915년 전남 광산에서 태어난 선생은 중국 북경 침구골상학원 객좌교수, 녹색대학 자연의학과 석좌교수, 대한침구사협회 입법추진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남수침술원 원장, 뜸사랑 회장, 정통침뜸연구소 소장, 효행봉사단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 코너가 독자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유용한 지침서로 활용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그 병원 원장이 제 친구입니다. 그래서 친구 말대로 허리디스크 수술을 세 번이나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못 고쳤어요. 게다가 이젠 더 이상 수술을 할 수도 없다고 하니, 하도 암담해서 물어 물어 무작정 찾아 왔습니다.
“네, 잘 오셨어요.”
나는 꾸부정하게 서 있는 그를 진료대에 앉혔다. 그는 걸터앉으면서 잔뜩 찡그렸다.
“정말 침을 맞으면 디스크가 낫습니까?”
느닷없는 질문에 나는 헛웃음을 했다. 침에 대한 소문은 모두 이렇게 의심 투성이다. 침치료로 디스크가 낫는다는 것은 세계침구학술대회에서도 인정한 사실인데 왜 아직도 뜬소문마냥 떠도는 것일까. 나는 그에게 분명하게 말해줄 필요를 느꼈다.
“넷, 낫습니다. 제가 신이 아닌 이상 정확하게 언제 낫는다고 대답할 수는 없지만 틀림없이 낫습니다.”
디스크 발병 원인 정확히 알아야
디스크로 나를 찾는 환자들은 열이면 여덟이나 아홉은 이렇다. 허리 통증으로 오랫동안 고생하고 양방에서 권하는 치료는 다 받아보고 수술까지 받은 뒤에 찾아온다. J씨는 그 중에서도 심한 경우로 수술을 세 번이나 받아서 더 이상 수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침을 맞으러 왔다. 누구나 끔찍해하는 수술, 그 공포와 고통. 침을 제대로 알았더라면 겪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하고서야 침을 찾았다.
삔 데에 침이 좋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디스크에도 침이 좋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것은 침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디스크라는 병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디스크라는 병은 무엇인가? 병원에서 의사들이 말하는 어려운 병명에 주눅들 것 하나도 없다. 쉽게 말해, 디스크는 삔 것을 말한다. 허리디스크는 허리를 삔 것이고, 목디스크는 목을 삔 것이다. 뼈와 뼈가 갑자기 어긋나 삘 수도 있고, 천천히 비틀어져서 삘 수도 있다. 여하튼 인체의 큰 뼈인 허리뼈와 목뼈를 삔 것이 디스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염좌와 달라 보이는 것은 뼈와 뼈 사이에 있는 추간판이 돌출되어 나오기 때문이다. 디스크로 인한 통증은 뼈와 뼈가 한 쪽은 붙어 있고 다른 한 쪽은 벌어져 있으면서 그 사이에 있는 추간판이 빠져 나오거나 눌리면서 생긴다. 그러니 처음에 허리나 목을 삐었을 때, 침으로 치료하여 다시 삐지 않도록 뿌리를 치료한다면 큰 병이 될 이유가 없다.
내가 고칠 수 있다고 분명하게 대답을 하자 J씨는 걸걸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여기 침술원에는 입원실이 없지요?”
그는 다시 확인하듯 눈을 둥그렇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곧 내 손을 잡아끌며 “잠깐 가시죠” 하면서 문을 열고 나섰다. 내가 뒤를 따라가며 “어디를 가려고 그러느냐”고 물어도 그는 “잠깐이면 돼요” 하고 웃으며 앞서 걸었다. 그는 건물 입구를 나서더니 건너편 건물에 있는 여관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부터 저기를 입원실로 하겠습니다. 설마 병 고치는 의사선생님이 여관을 입원실로 정했다고 해서 환자를 나 몰라라 하지는 않으시겠죠?”
그 해의 마지막 날인 그 날 저녁부터 여관방에 머무르면서 치료를 받았다. 세 번이나 수술해 뼈를 떼어도 내보고 넓혀도 보았지만 재발해 더 이상 어찌 할 도리가 없는 지경이었던 J씨는 침치료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허리디스크의 시작의 대개 요통이며 그 가운데에서도 신(腎)이 허해서 오는 요통이다. 허리를 삐끗할 때, 왜 삐끗하게 될까? 외부에서 너무 강한 충격이 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허리뼈가 실하지 못한 탓이다. 뼈는 신에 속하니 신이 허해지면 뼈가 튼실하지 못해 탈이 나고 만다.
삔 것이 오래 되거나 반복되어 병(디스크)이 되면, 허리나 목의 뼈 사이 중 한 쪽은 벌어지고 한 쪽은 붙어 있는 상태가 된다. 붙어 있는 쪽은 건강하지만 벌어져 있는 쪽은 마비되고 힘이 없다. 이는 마치 입과 눈이 한 쪽으로 비뚤어지는 안면신경마비와 같다. 마비되어 힘이 없는 쪽은 늘어지고 건강한 쪽은 상대적으로 당겨져 올라가면서 전체적으로 비틀어지는 형국이 된다.
힘 빠져 비틀어진 쪽을 살려내야
이럴 경우에는 힘이 없어진 쪽을 살려내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입이 돌아간 것을 치료하는 이치와 똑같이 뼈 사이가 벌어진 쪽, 그 힘이 없어진 쪽을 되살리면 된다.
뼈가 제자리를 찾게 하기 위해서는 뼈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 뼈는 신(腎)과 신에서 저장된 정(精)과 관계가 깊다. 신이 저장하고 있는 정은 골수(骨髓)를 생산하고 골수는 뼈의 조직을 보양한다. 따라서 신정(腎精)이 충족되어 골수가 충만해야 뼈가 충분한 영양을 받아 회복된다.
신(腎)을 도와 정(精)을 보태고 배꼽 아래 하초(下焦)를 따뜻하게 해서 허리와 등골뼈를 강하게 하는 자리로는 신유(腎兪) 혈이 으뜸이다. 신(腎)의 기가 흘러들어 머무는 신유에 침을 놓고 뜸을 뜨는 것은 시들시들해지는 식물의 뿌리에 물을 주는 것과 같다.
또한 허리를 삐는 것은 허리뿐 아니라 몸 전체가 허하기 때문이니 몸 전체를 건강하게 하기 위해 무극보양뜸을 떠야 한다. 팔 양쪽의 곡지(曲池) 혈과 다리 양쪽의 삼리(三里) 혈에, 배 가운데 중완(中脘) 혈을 더해 몸 전체 기혈의 균형을 바로 잡는다.
배꼽 아래 기해(氣海) 혈과 관원(關元) 혈로 원기를 더해 신정(腎精)을 촉진하면 전체와 뿌리의 치료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머리 정수리의 백회(百會) 혈로 기혈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등의 폐유(肺兪) 혈과 고황(膏?) 혈로 맑은 기를 잘 흡수하여 순행시키도록 해 준다.
김남수 뜸사랑 회장(침구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