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규
평택흥사단 사무처장/본지전문기자
초등학생인 집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참 당돌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양치 잘 하고 깨끗이 씻기, 정리정돈 잘하기, 숙제 빠트리지 않기, 식사 잘하기, 오누이간에 다투지 않기 등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당연히 요구하는 내용들이지만, 아이들에게 한마디로 이를 이해시키고 스스로 알아서 하게 만들기는 참으로 어려운 숙제이다.

어제도 오늘도 “일찍 자라, 가방 챙겨라, 제발 싸우지 마라.”를 입에 달고 살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을 얘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더 놀고 싶고, 대충해도 별문제 없는 것 같은 일로 부모들은 짜증을 내고 화를 내고, 강요한다고 생각하고 건성으로 “예, 알았어.” 대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같이 놀아주는 부모, 같이 공부해 주고, 같이 씻고, 같이 잠자는 부모의 모습을 기대하는 아이들에게 아이들 생활과 따로 떨어져서 이런 저런 지시나 요구를 하는 것이 아이들 입장에선 영 달갑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도 당연하리란 생각이다.

부모 자식 간에 의견차이로 티격태격 하면서 어울려 사는 모습 속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여유와 인식전환이 필요할 듯싶다.
몸담고 있는 단체에서는 이런 저런 여러 부류의 많은 청소년들을 만나게 된다.
정상적으로 학교에 다니면서 흥사단의 청소년 동아리 활동을 하는 친구들, 가정 사정으로 학업을 중도 포기하고 청소년 쉼터에 입소한 위기의 청소년들, 청소년 보호 사업의 일환으로 주말 야간 공원이나 운동장에서 마주치는 많은 청소년들이 그들이다. 이들이 결국 학업문제나 이성문제, 가정문제나 진로문제, 음주 흡연 등 비행문제나 폭력 피해 문제, 현실과 이상의 차이 등 여러 가지 아픈 사연과 꿈을 가진 친구들이기도 하다.

청소년의 꿈과 문제에 대한 접근도 결국은 청소년이 처한 환경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 청소년기의 이런저런 고민과 방황은 당연한 것이고, 이런 청소년들이 결국은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지역사회 수용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불안전해 보이는 청소년들이지만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미래 지역사회 주역인 청소년의 역할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투자와 지원을 늘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청소년 세계와 어른들의 세계 사이에 점점 크고 두껍게 쌓여가는 마음의 장벽은 영원히 무너뜨릴 수가 없는 것이다.

무한 경쟁시대 운운하며 경쟁력 갖추기에 열심인 지금, 정부든 지자체든 공공정책을 수립할 경우, 최소 비용 투자에 최대 효과를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듯하다.

경쟁이 지나쳐 최소한의 인간으로 태어나 가족구성원으로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권리, 충분히 교육받고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권리, 가족을 꾸리고 보람된 노후를 마칠 권리가 위협받거나 소홀히 여겨지는 시대가 되었다.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의 심화가 가난을 대물림하도록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아직 우리에게는 사기업, 영리기업의 이윤추구도 사회 환원을 도외시 한 채 이루어지면 비난받는 풍토가 남아있다.

하물며 공공정책의 수립에서야 사업시행의 결과, 직, 간접적으로 관련된 다양한 요구를 가진 사람들의 우려와 만족도가 공정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작금의 우후죽순으로 발표되는 막대한 예산과 민간자본이 투자되는 평택시의 대형 사업들이 납세자인 시민의 입장에서, 시민에게 옳은 방향으로 추진되는 지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시민을 위한 사람 중심의 정책 수립이 아닌 어느 한 분야의 일방적 희생을 전제로 해서 거대 투자자본의 이익을 보장하거나 기본 서비스는 부실한 채 일부 성과만을 앞세우는 공공정책 수립은 사전에 충분한 사회적 협의와 합의를 통해 걸러져야 만 한다.

상반되거나 입장이 다른 부문들이 부딪힐 때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우선 헤아리고 슬기롭게 조정하는 행정의 힘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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