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 수 본지 편집국장
특히 선거를 앞둔 시기에, 특정 예상후보자와 관계된 것이거나 시장이나 시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와 관계된 것이라면 흡입력은 대단하다. 그것이 신문 지면을 통해 나타나든, 작은 쪽지의 형태로 나타나든, 혹은 인터넷을 통해 등장하든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공론화되지 않고 비공식적 통로를 통해 은밀하게 제작되고 유포되는 문서의 영향력이 경우에 따라서는 더 클 때도 있다. 요즘 나라를 어지럽히는 각종 '게이트'와 연관되어 소위 무슨 무슨 '리스트'니 무슨 무슨 '괴문서'니 하는 것이 나돌기도 했고, 그 내용이 일정정도 시간이 지나면 상당정도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내용은 대개 일반 시민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권부(權府)의 은밀하고 비밀스런 내용들이다.
최근 평택지역 정가에 떠도는 소위 '괴문서'가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처음 일부 정당 관계자나 몇몇 유력인사들에게 우편으로 전해진 것으로 알려진 이 문서는 요즘엔 다량 복사되어 시민들 사이에 퍼져나가고 있다. A4 용지 4장 분량의 이 문서에는 김선기 현 평택시장의 부인인 최은숙여사의 행적에 대한 내용이 주로 담겨 있다.
전직 공무원의 부인이라고 자신을 밝힌 글의 작성자는 작년 카페리 취항기념 중국 방문단의 일행으로 이 지역 여성지도자급 인사 120여명이 중국여행을 떠날 때 선상에서 최은숙여사가 현직 부시장을 다중이 보는 앞에서 비상식적 방법으로 면박을 주었다고 주장하는 한편, 최은숙 여사와 시청 부녀업무 담당 김모계장과의 관계를 '명성황후와 홍상궁'의 관계로 비유하며 공직에 충실해야할 공무원이 시장 부인을 수행하며 사전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문건은 또 전직 김모·박모 국장 등 전직 시청고위 공무원과 모건설업체 사장 등과 현 시장의 비리 연루 의혹이 시중에 나돈다고 말하며 시장에게 스스로 물러날 것을 권하고 있다. 이 밖에도 몇가지 추가적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는 이 문건의 내용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그리고 이러한 '괴문서'의 형태로 현직 단체장과 단체장의 부인을 흠집 내려는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러한 비상식적 방식은 실체적 진실 보다 과장되고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많고, 당사자들의 입장이나 항변을 반영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매도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 문건 작성 경위나 작성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하기를 바란다. 특히 지방선거를 몇 개월 앞둔 시점에서 나온 이 문건은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사실여부를 떠나 선거기간 내내 해당 당사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 지역 정치의 특수성상 마냥 쉬쉬한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며 지방정치를 왜곡시키고 건전한 여론 형성과 전달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문건 작성 당사자는 언론을 통해 내용을 밝히던지 문건에서 밝혔듯이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면 정식으로 관련자 고발 등 법적 절차를 밟아야 떳떳할 것이라고 본다.
이와 함께 우리는 더 이상 의혹이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 문건에서 주장하는 내용에 대한 사실 규명 작업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는 한편, 관련 당사자들의 자숙을 촉구하고자 한다. 그동안 지역 정가 내지 시민단체, 지역 사회 실정에 밝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시장 부인의 행동이나 행적이 자주 구설수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일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부녀회장 만도 못한 국장'이라는 자조적인 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고, 이번 '괴문서 파동'을 보고 '올 것이 왔구나'하는 공무원도 있다고 들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말도 있듯이 문건에서 언급된 시장 부인 등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처신에 문제가 없었는지 되돌아보고, 무엇이 진정 평택시와 시민을 위한 행동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