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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탄별곡(松炭別曲)신년특선시
평택시민신문 | 승인 2001.01.10 00:00

[평택시민신문]

"건지미에 소복히 눈이 내리면 동막 저수지엔 하얗게 얼음얼고
남산터 호박밭엔 겨울이 깊어갔다."
꽤나 긴 겨울이었는데,
간질대는 동상처럼 얼음 배긴 귓볼처럼 화끈대던 겨울이었는데
어지간히 속살 시려운 겨울이었는데 용케도 견뎌내었다.
시절은 갔지만 추억은 남고, 멀어진 듯 잊혀진 듯
소심하던 기억들이 역사(歷史)되어 나를 부르고,
불리어진 나도 역사(歷史)를 부른다.
송탄별곡(松炭別曲)을...

반지산 아침 산에 해가 걸리면
서정리 국민학교 정문앞 개울에선
자라가 목을 내밀고,
갈평마을 몇 그루 과수원에선
꽃망울이 피어 올랐다.
그 과수원 자락 넘어 미끈한
탄약고 아스팔트위로 꿩이 날아 오르면
보리밭 꼭대기에선 종다리가
신나게 울어 제꼈다.
소풍날 보물찾기 보다 더 아득한
안개가 지장절을 감싸돌면
부락산 허리춤 연분홍 진달래가 화장을 했다.

봉남리 냇가에 장대같이 비가 내리면
구장터 어드멘가 무지개가 걸리고
황구지 갯벌에선
스멀대는 게들 사이로 조개들이 숨죽였다.
파라다이스 수면(水面)위에 도토리 껍질 벗겨질 때
그 숲속 도토리나무 허리는 도끼 잔등에 멍이 들고
그 시퍼런 멍만큼이나 서글픈 도토리들이
바구니를 채웠다.

신창동 절간 우물가에 물지개가 늘어서면
사거리 아침장은 조반을 준비하고
막금리 굴뚝에 연기 피어 오르면
신흥교회 종탑에선 천사들을 불러 모았다.


아! 정든 바람속에서 나는 무던히도 어리숙했다.
그 어리숙함은 순수함으로 자라나 고향에 묻혀지고
지긋한 단어들로 역사(歷史)를 부르고 있다.
솔직함으로 긍정함으로 애정을 부르고 있다.

제일교회 등줄기 골짜기에 밤이 깊어가면
건너편 공동묘지 인광이 섬뜩하고
찬송가 부르며 묘지 샛길 걸을때면
까만밤은 나 모르게 이부자리 거두었다.
망우리 돌리며 굴파고 놀던 그 자리엔
어느새 열심있는 사람들이 집을 짓기 시작했다.

짓골 시장에 해가 퍼지면
뎀뿌라 가락들이 어린 마음을 부르고
모자란 동전들은 침을 흘렸다.

두부공장 지나 골목길 헌책방은
가난한 주머니라 작정하고 공부 하던 곳
경부선 땡땡거리에 수 많은 발자국이 기적을 울리고,
기차바퀴에 못접어 표창을 던지면
새빨간 괴뢰군은 수도 없이 죽어 갔다.
미루나무 잘라 칼싸움 하면
"나는 좋은 나라" "너는 나쁜 나라"

서정리 오일장(五日場)에 엿 훔치던 친구들아.
점촌 독가마에 돌 던지던 친구들아
돌아보고 둘러보고 내어다보니
"나는 나쁜 나라" "너는 좋은 나라"라면서
같이 뛰놀던 기억이거늘
나 주고 너 받으니 다 좋은 나라이더라.

살어리 살어리랐다! 내 친구 내 고향 산천아.
살어리 살어리랐다! 내 이웃 내 고장아.

모두가 내 자락 내 삶의 터전이거늘
내 추억 네것되어 네 추억 내것되어
청산(靑山)에 살어리라듯 송탄(松炭)에 살어리라듯
나무위에서 통신대 철탑에서
꽃속에서 조명등 불빛 속에서도
오늘을 열심 살아 곤한 잠 자고 나면,
내일은 너 일리고 나는 오늘 일리니
아! 그 내일은 우리 것이라.

진위천에 얼비치며 한숨 쉬고 뜨던 달아
비행기 뜨는 소리 놀라 숨던 밤새들이
기적소리 멀리하고 완행열차 떠나간다.
뒷자락 움켜쥐고 모양각색 떠나간다.
앞자락 웃음 담고 부락산에 뜨는 해야!
너에게 비추이고 나에게 비추이니
애잔한 빛살마다 봉숭아물 드리운다.
작은 눈 크게 뜨고 누리를 바라보면
깔고 앉은 자리는
모양마다 감사일뿐 시간마다 기도이네.

이제 나 별곡(別曲)을 다스리며 진곡(眞曲)으로 살아가리
내 사랑 송탄별곡(松炭別曲)아 교향곡으로 살아가자.
동령마을 굵은 밧줄
내 힘줄에 질끈매고 당차게 불러본다.
내 친구 내 고향아 내 이웃 새 송탄(松炭)아!
"살어리 살어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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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선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순수문학회 이사, 송탄 문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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