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통신

환경부, 하수관거사업 민간자본유치 땐 평가주체와 기준 명확해야

모든 사업이 진행될 때는 그 사업의 목적과 그 목적에 맞는 계획을 세운다. 이후 적절한 집행 계획에 따라 매년 예산이 편성되고 집행된다. 그런데 당초의 목적이 아무리 설득력 있다 하더라도 잘못된 계획과 설계는 결국 잘못된 정책방향이 되도록 한다. 이는 결국 예산낭비로 연결된다. 그 대표적인 사업이 하수관거 사업이다.

현재 환경부는 2002년을 하수관거 특별정비의 원년으로 삼으면서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하수관거 정비사업은 하수처리장의 효율적 운영과 하천의 수질개선을 도모하기 위한 사업으로 한강수계 정비, 일반 하수관거 정비, 초기우수저류시설 설치사업으로 크게 분류된다.

본 사업은 지방양여금으로 추진되던 사업으로 이후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환경개선특별회계, 균형발전특별회계 등으로 회계가 이동하면서 추진되어 왔다. 한 해에 투입되는 예산이 매년 4~5천억원이 넘는 관계로 매년 예산의 부담이 만만치 않은 사업이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BTL방식(민간이 공공시설을 짓고 정부가 이를 장기 임대해서 쓰는 방식의 민간자본유치방식)의 새로운 민간자본을 활용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매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물관리 사업의 하나인 하수관거 사업은 제대로 된 설계를 통해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매년 하수관거 사업에 대한 다양한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내용은 사업의 기본적인 방향 자체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처음으로 돌아가 사업을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수관거 사업의 필요성은 기본적으로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는 하수관의 노후와 기본정비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하수처리장으로 맹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맹물처리장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하수처리장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하수관거의 정비는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하수관거 정비사업의 성과지표는 유입되는 물의 양이 얼마나 줄었는가 일 것이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전 준공검사의 기준에서 이런 사항은 제외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감사원과 국회에서도 지적이 있었으나 제대로 된 지표의 개선은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이다.

이는 대형 국책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성과기준이 없는 것임과 동시에 설계 자체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물은 여전히 유입되고 있고, 이로 인해 하수처리장에 유입되는 물의 수는 과도해서 당초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문제 지적이 사업이 시작되기 전에 이루어지지 못하고 2007년이 돼서야 지적됨으로 인해 이미 공사가 진행된 지역에서는 제대로 된 준공검사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하수관거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하수관거가 진행되는 예산과 관련된 사항이다. BTL사업은 당장에 예산이 투입되는 것은 아니지만 공사 후 정부가 임대료를 지불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상당한 예산이 투입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각종 민간투자사업이 그러하듯 BTL로 진행되는 사업 역시 사전에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만 국민이 져야 할 예산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BTL사업의 지속여부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기본계획 및 사전조사가 철저해야 하고, 객관적인 평가방법에 의한 가시적인 사업의 운영성과가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수관거 사업의 경우 준공기준 자체의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민간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이에 대한 예산투입이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책임소재는 어디인지 의문이다. 결국 책임지는 사람은 그 예산을 감당해야 하는 국민일 것이다.

사업에 대한 준비부족, 성과지표의 부적절 등과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하수관거사업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계획에 의해 사업추진에 문제를 가져오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국회가 한 일은 50억원의 예산을 삭감한 것뿐이다.

사업이 계획되는 과정에서 행정부의 감사 노릇을 불투명하게 한 것뿐만 아니라 예산이 배분되는 과정에서도 국회는 감시자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게 된 것이다.
물론 현재 BTL사업에 대해 국회가 제대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지 않은 현실도 문제이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국회는 사업의 계획에 대해 국정감사와 일상적인 국정활동을 통해 보다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채연하 함께하는시민행동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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