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어깨가 무겁습니다. 특히 경선을 통해서 당선된 만큼, 혹시 경선과정에서 있을지 모를 섭섭한 점을 해소하는 것이 먼저 되어야겠지요. 경선을 했지만 노선이 크게 다르지 않고 선의의 경쟁을 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저의 임기는 이명박 정권과 그 시작을 같이 하게 됐지만 어차피 (대립)각을 세우고 가야할 것이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농업 정책을 어떻게 예상하고 있습니까.
=차기 정부의 정책과 관련해서는 요즘 인수위에서 연일 쏟아내고 있지만, 농업의 경우 한마디로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경쟁력이 있는 기업농을 중심으로 지원하면서 농업전반은 위축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 모든 농가를 ‘농업경영제 등록제’를 통해관리체제를 강화하면서 농업을 서서히 축소시켜 나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 조직 개편에서도 농업진흥청을 폐지하겠다 하고, 한미 FTA는 차기 정부 출범 전에 처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전 정권보다 훨씬 반 농업적, 반 농민적 정책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다면 차기정부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 조직력은 어떠한가.
=현재 우리 전농은 눈 앞에 닥친 현안들에 주체적으로 대응하기에는 다소 조직력이 이완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전농은 지금까지 칸쿤, 홍콩, 부산, 제주 등 국내외 곳곳에서 반세계화 투쟁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유감스럽게도 이경해, 홍덕표, 전용철 열사가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지만, 우리 농민은 죽음으로 항거해 왔습니다.
올해는 농민의 분노가 더 크게 일어날 상황이 예견되는 만큼 빠른 시기에 자발적인 교육사업을 통해 조직을 복원해 투쟁에 나서겠습니다.
농협개혁사업을 중심으로 지역별 투쟁을 힘있게 전개하고, 지역의 힘을 중앙 강화의 원동력으로 삼을 것입니다.
-경기도에서는 의장이 처음 나왔는데, 이것의 정치적 의미는 무엇이라 보는가.
=그 동안 전농은 전통적 농업기반이 큰 영호남 지역에서 번갈아가며 의장을 맡아왔다. 농민의 수도 많고, 그 만큼 역할이나 책임감도 많았다. 저의 당선은 지금까지 흐름에서 보면 이례적인 것은 맞는 것 같다. 이것은 영호남 중심의 투쟁을 전국화해야 한다는 농민적 요구가 크게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한다. 각 지역의 특성과 장점을 잘 살리고, 능력있는 전국의 활동가들을 적지적소에 배치해 활력이 있는 전농을 만들어가겠다.
-국민에게 비친 전농의 모습은 그리 좋지 않다
=전농을 바라보는 시각이 편향적인 면이 많다. 우리는 신자유주의 반대를 주장하며 많은 투쟁을 해왔다. 이것이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왜곡된 측면이 있다. 그것은 정부와 보수언론이 전농을 음해하려는 의도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농업이 무너지면 선진국 진입도 어렵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주장이다. 중국도 2011년에는 식량 수입국으로 돌아설 전망이다. 앞으로 식량은 더 중요할 것이고, 식량주권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다.
-시민들에게 인사의 말씀
=2000년 4년간의 평택농민회장을 끝으로 지역 밖으로만 돌고 있다. 물론 서탄면에서 배농사를 짓고 있지만... 현재 평택시는 미군기지 조성공사를 비롯해 급속히 개발의 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 평택에는 4만명의 농민이 있고, 경기도 농업도 여전하다.. 농민회가 주도해 평택농민들을 하나로 묶고, 대안을 찾아가기를 바란다.
그리고 시민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농업에 애정을 가지고, 농업문제를 제대로 보아주십사 하는 당부를 드리고 싶다. 전농은 국민농업을 제안했다. 국민 모두가 위기의 농업을 회생과 보전의 계기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올해를 4자성어로 표현한다면.
= 중국의 고전 <한비자>에 나오는 ‘범물 부득평 즉 명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운다’는 말이다. 우리 현실에 적용해 보면 ‘시원필명(時怨必鳴)’, 즉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면 불평등을 심화시켜 국민들이 고통스러워 하고, 때문에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는 말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올해는 모든 국민이 보다 행복해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 인물 소개
ㆍ1956년생
ㆍ1985년 평택에서 농사 시작
ㆍ1996~1999년 평택시농민회 회장
ㆍ2000년 평택농민상담소 소장
평택과수농업협동조합 감사
ㆍ2000년 전농 경기도연맹 부의장 겸 조국통일위원장
ㆍ2004년 전농 경기도연맹 의장 겸 전농 조국통일위원장
ㆍ2004년 민주노동당 경기도당 선거대책공동본부장
ㆍ2005년 경기민중연대 공동대표
ㆍ2006년 전농 경기도연맹 부의장
■ 전농(전국농민회총연맹)은
전농은 1980년대 카톨릭농민회, 기독교농민회 등으로 흩어져 있던 농민운동 조직을 1군 1농민회로 통합한 뒤 만든 전국 연합체 조직이다.
1988년 연인원 20만명이 참가한 고추, 수세투쟁, 1989년 2.13 농민대회와 쌀값인상투쟁으로 농민운동이 크게 활성화 되면서 1990년 4월에 창립됐다. 같은 해 1월 결성된 전노협, 한해 전 결성된 전교조와 함께 1990년대부터 민중운동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