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강연141
새벽을 여는 강연'은 "좋은 사람이 좋은 세상을 만듭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한국인간개발연구원(KHDI)의 조찬강연을 지상중계하는 코너입니다. KHDI가 지난 32년 동안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1529회(금주 기준)나 진행해 온 조찬강연은 국내 최다 회수를 기록하며 최고 권위의 강연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13일 롯데호텔 2층 에메랄드룸에서 박영숙 (사)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가 ‘변화로써 사고의 진화를 하라-미래사회의 10대 트렌드’라는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이 기사가 독자들의 교양 쌓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사)유엔미래포럼 한국대표
주한영국대사관에서 18년, 주한호주대사관에서 7년 등 지난 25년 동안 양국 대사관에서 근무한 박영숙 대표는 일찌감치 ‘글로벌 마인드’의 세례를 흠뻑 받은 ‘세계인’이다. 미국인 남편, 독일인 시어머니, 노르웨이인 시아버지와 공존하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세계인으로서의 ‘다원성’을 조화시키는 훈련을 받았는데, 그 연결 고리가 바로 ‘미래’였다.
‘리더가 없는 리더십’ 시대가 왔다
“미래회의에 처음 참가한 나는 여러 번 충격을 받았다. 그때까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그리고 꿈에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이상한(?) 발언들을 잇달아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미래회의 참석자들은 유럽연합(EU), 유로화, 세계무역기구(WTO)가 탄생할 것이라고 했다.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했던, 그래서 영국과 프랑스가 역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얼마나 견원지간인지 잘 알고 있던 나는 당연히 그런 예측에 반발했다. 더욱이 1차, 2차 세계대전에서 원수처럼 싸웠던 독일과 하나의 연합이 된다는 것도, 단일화폐까지 사용하게 된다는 것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국에서 컴퓨터 한 대 값이 6000~7000억원 하던 시절에 인터넷과 카메라폰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황당하게 느껴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시대의 변화 속도는 일정한 간격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향해 달려갈수록 빨라진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로 농경시대는 6000~7000년, 산업시대는 200~250년, 정보화시대 50년이 소요됐다는 것을 박 대표는 논거로 제시했다. 시대를 주도하는 주체의 성격도 바뀌어 왔다. 예컨대 농경시대에는 종교가 권력을 쥐었지만 영속하지는 못했다.
“산업시대로 들어서면서 국가의 권력이 점차 빠졌는데, 그 공백을 메운 것이 기업이었다. 실제로 핀란드에서는 국민들이 정부 수반은 누구인지 몰라도 노키아 사장은 누구인지 다 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과 영국 등 다른 나라도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믿기 어렵겠지만 앞으로는 모든 개인이 권력을 갖게 될 것이다. 우리 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1인 시위, 댓글 등이 그러한 시대적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코드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리더가 없는 리더십(leadership without leaders)’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보의 소유 여부이다. 과거에는 정보를 독점한 중앙정보부(CIA)의 파워가 막강했지만 지금은 개개인이 모두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똑똑한 개인의 시대가 온 것이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사활이 걸린 일이다. 농경시대와 산업시대에는 식량과 기계를 생산하고 거래했다. 그러나 정보화시대에는 그런 품목이 더 이상 통할 수 없다. 정보서비스라는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MS, 구글, 이베이, 아마존 등의 기업은 정보서비스를 판매하고 있다.
“과거에 기계를 팔던 포드나 GM은 지금 모두 합병되거나 규모가 줄어들었다. 카네기 등은 아예 망해서 없어졌다. 지금가지 100년 이상 살아남은 기업은 GE가 유일하다. 대부분의 기업은 60년 만에 수명을 다 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영원할 것 같았던 대우나 쌍룡이 부도를 낸 것이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정보에 따르면, 대기업 평균수명이 35년으로까지 줄었다고 한다. 기업의 탄생과 소멸의 주기가 더욱 짧아진 것이다. 이러한 스피드시대에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 네트워크라는 신상품인데, 네트워킹 서비스의 대명사가 된 유트브가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오죽하면 호주에서는 총리가 공무원들에게 ‘유트브에서 관련 자료를 다운로드 받아 홍보에 활용하라’고 말할 정도이다.”
박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매년 7월 말이 되면 전 세계 각 분야 전문가 2000~3000명이 참석하는 세계미래회의가 열린다. 그리고 그들은 일반인이 들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엉뚱한 이야기’를 쏟아낸다. “신문과 TV는 사망했다”는 10여년 전의 예측도 그 중의 하나인데, 지구촌 사람들은 이미 신문과 TV를 보지 않고 인터넷과 UCC를 보고 있다.
“컴퓨터 분야에서도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예컨대 MIT 미디어랩이 제작한 랩톱컴퓨터의 가격은 100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하지만 성능은 200만원짜리 삼성컴퓨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더욱이 컴퓨터에 달리 레버를 몇 분 동안 돌리면 곧바로 에너지가 충전돼 사용하기 쉽다. 요즘 내가 가지고 다니는 노트북 가격은 13만원이다. 유엔은 지금 이 컴퓨터를 아프리카 국가에 공짜로 나눠주고 있다. 그 대신에 컴퓨터를 켜면 광고가 뜨게 돼 있다. 200만원과 13만원, 이건 애초에 경쟁이 될 수 없다. 핸드폰의 변화도 눈부시다. 이미 수년 전부터 핸드폰에 컴퓨터와 TV가 결합된 제품이 나왔다. 이것은 TV 따로 만들고, 핸드폰 따로 만들고, 컴퓨터 따로 만들어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미래예측이 얼마나 들어맞는가에 있을 것이다. 박 대표는 “사회예측은 틀릴 수도 있지만 기술예측은 완벽하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비교한 것이 소닉 비행기와 하이퍼소닉 비행기였다. 전자를 이용하면 미국에서 영국까지 5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후자는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오전에 런던에 갔다가 돌아와 미국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세계미래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2020년에 상용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보잉, 버진 애틀란틱, 도요타 등이 컨소시엄 형식으로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여기서 나온 예측은 그밖에도 수없이 많다. IT에서 큰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것은 2012년까지만 가능하다, 우주공학에서는 2012년부터 먹고살 것이 생긴다, 유전공학은 2015년부터, 자기부상 열차는 2030년부터 상용화될 수 있다 등의 예측이 바로 그러한 것들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미래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이 된다. 예컨대 자기부상 열차의 경제적 가치는 매우 높을 수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 투자하다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코닥의 실패와 쉘의 성공 비결은?
미래예측은 인재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일류대 출신 채용을 피하라”고 경고한 IBM 2020 보고서는 매우 흥미롭다. IBM 미래예측팀은 “앞으로 경제구조는 서비스산업 체제로 굳어지는데 일류대 출신은 고객을 쫒아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자신만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고용하면 주변 사람에게 악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이 접속과 소통과 평등의 교훈이다. 필름 카메라의 선두주자였던 코닥은 이러한 교훈을 무시했다가 1988년 사망선고를 받았다. 사실 카메라 시장이 디지털로 이동할 것이라는 사실을 가장 먼저 감지한 것은 코닥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카메라 아이디어를 내놓은 한 엔지니어의 의견을 무시한 것이 패착이었다. 소니, 캐논, 니콘, 후지가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석권한 뒤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반면 쉘은 미래예측에 성공한 기업에 속한다. 1969년 미래예측연구소를 설립할 때까지만 해도 쉘은 별 볼일 없는 석유회사였다. 그런데 배럴당 오일 가격이 1달러에 불과하던 당시 연구원들이 몇 년 후 오일 가격이 20~30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모두 미쳤다고 비웃었지만 경영진은 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저렴한 가격의 유전을 사두었다. 그리고 1973년 미증유의 오일쇼크가 세계 경제를 강타했다. 단순히 예측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안을 마련하도록 한다는 것이 미래예측의 미덕인 셈이다.”
여의도통신=정지환 기자 ssal@ytongsin.com
박영숙 대표의 이력
▲ 경북대 불어교육학과 졸업
▲ 미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육학 석사
▲ 성균관대 사회복지학 박사수료
▲ 주한영국대사관 공보관
▲ 주한호주대사관 문화공보실장
▲ (사)한국수양부모협회 회장
▲ 미래다문화재단 공동대표
▲ 녹색교통운동 공동대표
▲ 세계미래회(World Future Society) 한국대표
▲ 연세대 생활과학대학원 겸임교수
상훈: 2003년을 빛낸 한국인 100인 선정,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장 및 감사패, 한국여의사회 ‘여의대상 길 봉사상’ 외
저서: <미래예측 리포트>, <유엔미래보고서 2004 2005 2007>(공저), <NEXT JOB 미래직업 대예측>, <2020트랜스휴먼과 미래경제>(공저), <전략적 사고를 위한 미래예측>(공저) 외
안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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