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편지

여의도통신/서영준 화백/2007. 6. 29 photo@ytongsin.com
한국대통령학연구소 소장이자 <대통령학>, <한국의 대통령과 권력> 등의 저자인 함 교수는 말 그대로 ‘대통령학’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2007년 대선 감상법’이란 주제를 가지고 연단에 섰던 겁니다. 강연 내용은 다음호에 실리겠지만, 시사적인 몇 대목만 미리 소개합니다.
함 교수는 먼저 각 대선 주자가 ‘시대정신을 꿰뚫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고 외친 이승만의 건국, “잘 살아 보세”를 노래한 박정희의 산업화, “인간답게 살아보자”고 강조한 김대중의 민주화. 일단의 문제점과 한계성 노출에도 불구하고 당대의 민심을 움직였던 거대한 비전들, 그것을 계승하면서 그러나 동시에 그것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그런 새로운 비전 말입니다.
특히 함 교수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후보의 대표적인 공약인 대운하를 두고 거침없이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대운하는 결코 비전이 될 수 없다”, “대운하에 집착하면 패착이 될 것이다”, “대운하 같은 공약 하나 가지고 ‘먹으려고’ 하기엔 이 나라가 그렇게 작지도 않고 만만치도 않다”…. 함 교수는 이런 취지의 말도 했는데, 이명박 후보의 참모들이 가장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인 것 같아 전합니다.
“민심은 지금 보수에게는 ‘깨끗함’과 ‘안정감’을, 진보에게는 ‘세련됨’과 ‘통합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보수를 대표하는 이 후보는 ‘부패’와 ‘불안’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지금까지는 ‘불안해 보이는’ 노무현 대통령이 모든 선거의 판단 기준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그 기준은 이미 이명박 후보에게 넘어갔다.
문제는 이 후보가 노 대통령보다 ‘더 불안해 보이는’ 모습을 자꾸만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 후보의 단점과 약점을 꾸짖어줄 현명한 참모가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안 보인다. 이명박의 적(敵)은 문국현도, 정동영도 아니다. 이명박의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이명박 자신이다.”
여의도통신 정지환 기자 ssal@ytongs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