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단체에 몸담고 있으면서 수년간 시민예산학교를 운영하며 지켜보고 있지만 정작 스스로도 내년도 평택시 예산이 어떤 부문에 중점을 두어 어떤 내용으로 편성되고 있는지 궁금하지만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주민생활지원을 위해 주민생활지원국이 설치되었지만 그에 걸맞게 어느 부문 예산이 느는지 줄고 있는지도 알 도리가 없다.
시민들은 청소년 교육, 복지, 환경, 문화예술, 생활체육 등의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예산투자 우선순위에서는 으레 그랬듯이 개발 분야에 밀려 관련예산 배정은 제자리걸음이거나 미미한 증가에 그칠 듯 싶다. 왜냐하면 평택시는 예산편성 과정에 주민참여를 막고 있고 관행적으로 공무원 자의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은 물론 집행부를 감시, 견제하는 시의회도 집행부가 예산안을 시의회에 제출하는 11월 20일이 되서야 비로소 전체 예산의 윤곽과 부문별 예산 편성내역을 알 수 있을 뿐이니 홀대받기는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의회는 집행부에서 편성한 예산안을 삭감할 수 있을 뿐 필요에 의해서 뒤늦게 신설하거나 증액할 수도 없다. 시의회가 명목뿐인 '예산심의'라는 알량한 권한에 안주하는 한은 평택시의 예산편성권한은 일방통행 일 수밖에 없다.
이러니 우리 일반 시민들은 관련 공무원들이 알아서 주민의 뜻과 요구를 예산에 반영하였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초라한 신세로 전락해 있는 것이다. 주민의 뜻과 요구를 반영키위한 제도적 장치로 주민참여예산제가 있지만 현재 평택시는 조례제정도 미루고 있다.
시 집행부의 관련조례제정에 의지가 전무한 가운데 최근 김준배 시의원이 의욕적으로 발의한 주민참여예산제 조례안이 시의회에서 부결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예산편성에의 주민참여를 어떻게든 막아 알량한 권한을 독점해보려는 평택시 행정은 물론 시의회의 집요함에 놀라게 된다.
시민이 납부하는 세금으로 짜여 지는 예산이 시민들의 참여와 요구조사, 협의결정 없이, 관련 정보의 제공도 없이, 관 주도로 편성되는 것은 오랜 관행을 핑계로 한 집행부의 권한 남용이다. 이렇듯 관행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다보니 시의회의 심의에서 조차도 불요불급한 예산편성, 선심성 예산편성, 나눠 먹기식 예산편성, 관행적 편성 등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더구나 정작 필요한 예산조차도 사전에 시민 및 관계 전문가의 의견수렴이 안되다 보니 정당성을 얻지 못해 삭감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예산을 보면 정책이 보인다고 한다. 예년에 없던 신규 편성되는 예산이 어떠한 필요에 의해 어떤 계획하에 편성되고 있는지를 보면 평택시의 새로운 정책의지를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예산편성 과정이 베일에 감춰져 있다보니 시민의 필요와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지역 주요 현안에 대한 평택시의 계획이 무엇인지, 올바르게 대처하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저 공무원이 짜는 예산안을 놓고 원안대로 하느니 삭감하느니 뒷북과 변죽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 대다수 지자체는 우리시와 같이 예산편성과정에 시민참여를 보장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점차 많은 지자체에서 예산편성과정에 시민의 참여를 적극 보장해 나가고 있다.
아래 인용 글은 2008년도 예산편성에 즈음하여 시흥시 조재일 기획예산과장의 ‘주민참여 예산제도 이래서 필요하다’란 제목의 신문 기고문의 한 구절 이다.
“주민이 예산편성에 직접 참여함으로서 편성과정에서부터 집행, 그리고 그 성과까지 공개될 것이기 때문에 예산운영의 투명성은 당연히 보장된다. 또한, 이 제도가 정착되어 갈수록 시 재정의 지출은 점차 알뜰해 지게 될 것이고, 예산의 낭비가 줄어들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지방자치제의 주인인 시민의 의견을 수렴키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타지자체들은 예산정책토론회, 시민참여예산제도 조례제정 및 활발한 운영, 시민 여론조사, 공청회, 인터넷 설문조사 등 다양한 형태의 참여 형식을 통해 시민참여를 유도하며 재정의 효율적 운용과 시민의 삶의 질을 높여나가는 등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과거에 안주해 변화를 두려워한다면, 민선 송명호시장체제하의 평택시가 시정에의 시민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세계는커녕 국내 지자체와의 경쟁에서도 뒤처지는 것은 자명하지 않겠는가. 주요 정책과 현안에 대한 시민의견 수렴과 합의는 노력 없이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권한을 독점한 채, 시민의 관심과 참여 부족을 탓하지 말고, 공무원이 일만 많아진다고 귀찮다고 회피할 것이 아니라, 지자체가 앞장서서 시민참여예산제를 제도화시켜 시민의 의사와 요구를 집약해 내고,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한다. 현재 평택시는 △지자체장의 유보적 태도 △공무원 조직 내부의 부정적 시각 △시의회의 예산심의권 독점 경향 △시민의 예산에 대한 관심과 참여, 전문성 부족 속에 제자리 걸음식 예산편성을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531 지방선거 매니페스토 시민연대’의 주민참여예산제 조례제정에 대한 질의에 대해 현 송명호 시장은 찬성을 전제로 “시의회와 역할 조정, 시행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임,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예산 제안 적극 검토, 복식부기 방식의 예산결산방식 추진”이라는 유보적 정책답변을 한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평택시는 차선책의 추진 성과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결국 2008년도에도 예산편성에의 시민참여는 힘들게 되었다. 그렇다면 2009년에는 예산편성에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을까? 2008년 예산안에 주민참여예산제 관련 예산이 배정되어 있지 않다면 그마저도 불가능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관련예산이 배정되어 있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2009년 참여예산제 도입을 위한 준비가 이루어져 무한 경쟁과 변화와 발전의 소용돌이 속에 처해 있는 평택이 공직의 능동적 변화와 시민의 참여 속에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기를 다시 한번 간절히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