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릴레이 인터뷰 ①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
본지는 본지를 비롯해 전국의 37개 지역언론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여의도통신과 함께 대선주자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한다. ‘풀뿌리언론의 국회특파원’을 표방하고 있는 여의도통신은 앞으로 대선주자를 만나 다른 일반적인 질문과 더불어 지역에 대한 입장을 물을 예정이다. 첫 주자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급부상하며 주목받고 있는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다.
대담 = 여의도통신 정지환 대표기자 ssal@ytongsin.com

유한킴벌리 사장으로 더 유명했던 문국현 대통령 예비후보가 지난 10일 오후 4시 ‘풀뿌리언론의 국회특파원’ 여의도통신과 만났다. 여론조사상 인지도 0% 대에서 출발했지만, 문 후보의 진면목이 하나둘 알려지면서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선거캠프가 있는 여의도 국회 앞 세실빌딩 후보실에서 1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 내내 그는 조금의 막힘도 없이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사장님’으로 불리다가 ‘후보님’로 불리고 있는데, 갑자기 기업을 떠나서 정치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가?
“유한킴벌리 최고경영자를 18년 했고, 그 중에서 대표이사 사장직을 10여 년 동안 맡았다. 합작회사인 킴벌리클라크의 북아시아 경영자로 15억 아시아 소비자와 만나기도 했다. 기업가로서 절정의 순간에 손을 놓고 여기로 오도록 만든 것은 우리의 국가적 상황이 너무나 절박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글로벌 콤팩트’ 숨기는 쇄국화 세력 있다
-절박하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본다면….
“우선 북미수교는 내년 6월에서 늦어도 9월까지는 무조건 해야 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5년 내지 길게는 수십년이 미뤄질 위험성이 있다. 어떻게 해서라도 북미수교를 이끌어 내면서 환동해 경제협력 벨트를 이끌어 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우리가 먹고살 것을 준비할 수 있다.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한시도 거부할 수 없는 국제사회의 큰 흐름을 국내에 전달하는 일에도 내가 적격이라고 생각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주도하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유엔 글로벌 컴팩트(UN Global Compact)를 어쩐 일인지 한국 언론은 전하지 않는다. 국제사회의 중요한 흐름과 정보를 일부러 국민에게 알리지 않으려는 고립화(孤立化) 혹은 쇄국화(鎖國化) 세력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중소기업의 자금난, 한국경제의 국제경쟁력 약화 등도 나를 이곳으로 불러낸 원인들이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경륜이 있고 깨끗한 양심을 가진, 그래서 국제사회도 충분히 인정해줄 만한 전문가들이 정치 일선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오늘자 한국일보에 실린 손호철 칼럼을 봤나?
“새사연 토론회를 막 끝내고 오는 길이라 아직 못 봤다.”
-칼럼 제목이 ‘이명박 대 문국현’이다. 이명박 후보를 신자유주의적·친재벌·토목대통령으로, 문국현 후보를 반신자유주의적·친서민적·제3의 경제대통령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대결은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다면서, 문 후보가 이 후보에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손 교수가 제대로 보신 것 같다.(웃음)”
-하지만 문제는 성사 가능성이라고 지적했다. ▲정치 문외한 ▲조직적 기반 약세 ▲인지도 열세라는 문 후보의 약점도 거론했다.
“아무래도 손 교수를 고문으로 모셔야겠다. 해답도 가지고 계실 것 아닌가(웃음).
정치 문외한이라는 지적은 별 문제가 안 된다. 정치를 20년씩 하고 총리까지 하신 분들이 지금 1~2% 대의 지지를 받고 있다. 저는 14일 만에 3%를 넘어섰다. 문제는 누가 국민을 감동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아무리 오래 정치를 해도 국민을 감동시키지 못하면 실패한 것이다. 더욱이 국민은 참신한 사람을 원한다. 인지도가 100일 안에 100%까지 가면 지지도 30%는 문제없을 것으로 본다. 희망적이다.
조직적 기반이 약하다고 했는데, 국민이 나의 가장 큰 기반이다. 민심을 보고 나온 것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활동기반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에 새 정당을 창당하려는 것이다.”
정운찬, 고건과는 완전히 다른 길 간다
-정운찬 전 총장이나 고건 전 총리는 뭔가를 하는 듯이 하다가 중도에 그만 두고 말았다. ‘권력욕’은 없어야 되지만 ‘권력의지’는 있어야 한다는 일각의 지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글로벌한 대기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한 사람이라면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권력의지를 가진 사람으로 분류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세계적인 대기업을 이끌어가는 전문경영인은 다문화, 다인종, 다체제를 이겨내야 한다. 엄청난 ‘추진력’과 무한한 ‘상상력’을 겸비하지 않으면 감당하지 못한다. 그 두 가지 요소보다 더 필요한 것이 바로 ‘권력의지’다. 내가 아시아 15억 소비자를 상대하는 기업체의 대표이사 사장과 회장으로 13년을 보냈다. 이 정도면 권력의지는 이미 충분히 검증된 것 아닌가. 그러나 권력의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다.”

“법률이 정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개념도 모르는 사람이 한 말이다. 유한킴벌리는 대기업이다(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에 따르면, 근로자수가 1천명 이상인 기업과 자산총액이 5천억원 이상인 기업은 중소기업에서 제외된다-기자주). 내가 아시아 경영책임자를 맡았던 킴벌리 클라크는 월스트리트에 상장된 주식만 30만 주다. 세계 주식을 합치면 50조원이다. 해외에서도 인정하는 ‘아시아의 최고경영자’를 어떻게 그렇게 매도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눈이 나쁜 그들에게는 한 줌도 안 되는 재벌만 보이는가 보다. 재벌이 아니면 모두 중소기업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건 상식적 판단이 아니다. 그러니까 ‘가짜경제’라는 소리를 듣는 것 아닌가. 앞으로는 한나라당이 소수의 재벌만이 아니라 다수의 대기업도 바로 보고, 나아가서 중소기업이 고용하고 있는 2천만명의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기 바란다. 약 1백만명을 고용하고 있을 뿐인 재벌에만 몰입하다 보면, 중소기업인들의 한나라당 반대운동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한나라당은 한국기업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
대기업-중소기업 하도급 비리 근절할 것
-그러나 여전히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구직자들은 취업난을 겪고 있으면서도 정작 중소기업에는 지원하지 않는다.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지난 200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시라가와 히데키 같은 사람은 일본의 중소기업 연구원이다. 실제로 경제가 발전한 대다수 나라는 중소기업 강국이다.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로 보면, 중소기업에 가는 것이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1974년 내가 유한킴벌리 벤처사업부에 들어갈 때만 해도 중소기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시장가치가 1조원이나 됐다. 중소기업도 충분히 대기업으로 커갈 수 있다는 방증이다.
중소기업 폄하 발언을 하는 공당의 대표들이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으로 가는 것을 가로막는 첫 번째 원인이다. 중소기업 지원책이 미미한 것이 두 번째 원인이다. 따라서 평생학습 제도를 정착시켜서 지식의 무덤으로 가는 국민을 막아야한다. 국민의 55%를 지식의 무덤으로 보내는 국가 정책을 바꿔야 한다. 대기업 마진은 3배 늘었지만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순이익률이 절반 이상 떨어졌다는 것이 세 번째 원인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하는 하도급 비리, 일방적인 납품가 삭감 등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 일본과 중국의 부품가격 인하도 한 원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중소기업 하도급 비리를 고발할 전속 고발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하도급 비리에 대한 고발권을 검·경과 언론에 줘야 한다. 이런 근본적 원인을 해결해줘야 중소기업이 살아나고, 이 땅의 젊은이들이 도전정신과 모험심을 가지고 중소기업에 들어갈 것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동의안이 제출됐는데.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미국에서는 내년 3월에나 상정될 것이므로 설사 통과되더라도 빨라야 내년 6월에나 가능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충분히 토론도 안하고 서둘러서 협약을 체결하고 비준하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국민들은 왜 개성공단 제품이 다른 FTA에서는 한국 제품으로 인정받았는데 한미FTA에서는 불명확한 것인지 궁금해 한다. 개성공단은 단순한 ‘원산지’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와 관련됐다는 관점을 견지하고 바라봐야 한다.
두 번째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정부가 농촌에 시혜적으로 보조금을 주고 나서 냉정하게 버리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다. 농촌은 문화, 역사, 환경, 생태를 지키는 곳이고 교육, 휴양, 관광 등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농업소득의 4배에 가까운 농업외 소득이 있다. 농업외 소득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피해산업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는 것도 문제다. 보조기금이 얼마나 설정됐는지, 어떤 산업이 피해를 입을 것인지 판단하는 미래위원회가 없다. 칠레 같은 경우는 미래기금을 준비하고 나서 1년 이상 걸린 뒤에야 비준했다. 미국에서 밀려들어오는 수입품에 대항할 수 있는 국내 상품의 경쟁력 기반도 높여놔야 한다. 어떻게 국제경쟁력을 높일 것인가에 대한 답도 보이지 않는다. 이왕 체결했으니 비준해 달라는 것은 옳지 않다.”
-문국현식 지역발전 비전과 전략은 무엇인가?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전 세계적 흐름과 지역의 발전을 연계할 것이다. 한국이 진정한 세계 중심과 아시아 중심이 되고, 개방형 통상국가와 선진적 문화국가가 될 수 있도록 국토를 운영할 것이다. 지역의 균형발전이라는 개념을 국내의 범위에만 묶어두고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먼저 한반도 전체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나는 유럽의 유럽연합(EU)처럼 아시아에도 아시아연합(AU) 같은 기구가 구성될 때 아시아연합의 행정수도는 한국의 어디로 들여올 것인가, 유엔 아시아본부 사무소를 한국의 어디에 유치할 것인가 하는 것과 같은 큰 틀에서 생각하고 있다. 환동해 경제협력 벨트도 그런 차원에서 구상 중이다. 부산-목포-제주를 잇는 해양벨트를 통해서 현재의 조선산업 수준을 어떻게 뛰어 넘고, 해양산업과 교육·관광산업을 어떻게 연계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휴먼웨어가 뒤따라 가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500만개에 이르는 고부가 가치의 전문직, 서비스직 일자리가 현재의 20%에서 선진국처럼 40%까지 올라갈 수 있다. 환동해 경제협력 벨트 구상이나 북미수교의 중요성에 대한 확실한 마인드가 없으면 이명박 후보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 DMZ에서 사진 찍으면서 동시에 친북좌파 세력 척결이라는 매카시즘적 발언을 그대로 쓰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통합신당은 유효기간 지난 음식 불과
-범여권과 분리해서 봐 달라는 주문을 했는데, 앞으로 정치 일정은 어떻게 되나?
“후보단일화나 정치연합을 논의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당 대 당 같은 통합 같은 정치공학적 차원의 통합은 아니다. 그런 방식은 공급자 중심 정치다. 국민들은 유효기간이 지난 옛날 음식을 먹고 싶어 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원하는 새로운 음식을 준비할 것이다. 그렇다고 현 정치인들에게도 문을 완전히 닫아놓은 것은 아니다. 가치관이나 뜻이 맞는 분이라면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국현 신드롬’으로 불릴 정도로 인터넷 상에서는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조선·중앙·동아 등의 보수지는 일부 보도를 제외하고는 언급조차 회피하는 양상이다.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다수의 언론이 이명박 후보와 나를 20세기 경제인 대 21세기 경제인으로 비교하고 있다. 수십개 업종에서 세계적인 경영을 해본 사람하고, 안 해본 사람은 확연히 다르다. 조금이라도 사정이 어려워지면 직원을 해고하고 비정규직화 했던 사람과 직장내 평생교육을 통해 상생과 화합을 성공시켰던 사람하고도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아마도 그들은 그러한 사실을 비교하는 것이 두려울 것이다. 하지만 내 지지도가 3.6%를 넘긴 이후부터는 일부 신문도 기사화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국민들의 알권리를 끝까지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나에게는 조금의 두려움과 거리낌도 없다.”
정리 = 여의도통신 김유리 기자 grass100@ytongs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