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국회회의록 / 지난 6월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8월에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지금의 대선구도를 바꾼다는 식의 여러 가지 정략적 시나리오가 떠돌고 있다.”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지금으로부터 두 달 보름 전에 했던 말이다. 지난 6월 5일 임시국회 당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그가 예측한 대로 8월 남북정상회담은 성사됐다.
“국민의 요구는 대통합 신당을 만들어 17대 대선을 양당 구도로 치르라는 것이다. 국민들은 전통적으로 양당구도를 선호해 왔다.”
지난 6월 7일 정세균 열린우리당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했던 말이다. 그리고 그가 전망한 대로 열린우리당은 대통합민주신당과 통합했다.
몇 달 전의 국회회의록에서 현재 진행되는 정국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면관계상 주요 부분만 발췌한 것임을 아울러 밝혀둔다.
<여의도통신>은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 대로 국회회의록을 뒤져볼 것이다.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6월 5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반한나라연대가 도대체 무엇입니까? 그렇게도 명분이 없습니까? 지난 10년간의 국정 실패의 책임을 야당에 뒤집어씌운다고 국민이 속을 것 같습니까? 반한나라연대는 실정세력연대입니다.

실정을 책임져야 할 열린우리당이 연쇄적으로 분열했다가 대선을 앞두고 다시 합치는 국민 눈속임입니다. 국정 실패를 물타기 하려는 정치적 술책입니다. 12월 대선구도는 한나라당 대 국정 실패세력 간의 대결이 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한나라당은 대한민국 역사의 중심세력입니다. 87년 체제와 97년 이후 좌파정권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2007년 체제의 큰 구상을 다듬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민주화 대 산업화의 대결이라는 도식적 구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한나라당은 이 둘을 아울러 선진화라는 새로운 미래 비전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이를 위해 우선 세 가지 약속을 드립니다.
먼저 우리부터 바꾸겠습니다. 한나라당은 97년 이전의 구체제의 계승자가 아님을 분명히 선언합니다. 앞으로 시대의 변화와 국민적 요구를 읽지 못하는 인사나 조직에 대해서는 과감한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둘째로 당내 경선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겠습니다. 한나라당은 지난 두 번의 실패를 뼈에 사무치도록 반성하고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절대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결코 갈라서는 후보는 없을 것입니다. 분열과 탈당을 하거나 조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역사의 심판대에서 단죄를 각오해야 합니다.

셋째로 당의 문호를 활짝 열겠습니다.
원칙과 비전을 함께 하는 모든 세력과 힘을 합치겠습니다. 한나라당은 시대착오적 좌파를 제외한 어떤 세력과도 힘을 합쳐서 선진화 세력 연대를 추진하겠습니다. 과거에 어떤 길을 걸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함께 할 인물이라면 한나라당은 문호를 개방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사회의 선진화를 위해 반드시 변해야 할 3대 세력이 있습니다. 노동계와 교육계의 강성 노조와 일부 시민단체입니다. 이들은 변화를 외면하는 수구화, 권력화된 기득권 세력으로서 우리 사회의 소통과 참여를 막고 있습니다. 과격하고 폐쇄적인 노선은 고립만 자초할 뿐 어느 누구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할 것입니다. 사회와 국민으로부터 버림받게 될 것입니다. 특정 정파의 전위대로 나설 것이 아니라 기득권을 포기하고 새로이 거듭나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이 신뢰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한나라당은 많은 변화를 추진 중에 있습니다.
쇄신의 깃발을 높이 올렸습니다. 실천으로 제대로 된 변화를 보여드리겠습니다. 한나라당 대선 주자들은 정책비전대회를 열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정당 사상 최초로 대선주자를 검증하기 위해 검증위원회를 설치했습니다. 청문회도 실시할 예정입니다. 예선에서 검증된 후보가 본선 경쟁력도 있는 법입니다. 철저하고 공정한 검증절차를 거쳐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지도자를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한나라당 후보를 안심하고 믿어 주시기 바랍니다.

한나라당 대북정책은 수구적? 절대 오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2·3 합의의 잉크는 희미해지고 시간은 흘러갑니다. 지금도 북한의 핵개발 그리고 핵무기 생산이 계속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정말로 밤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이런 엄중한 상황 속에서 한나라당은 북핵 문제에 대한 세 가지 기조를 다시 한번 밝힙니다.
첫째, 북핵 불용, 비핵화의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둘째, 북핵 문제 해결은 남북 관계의 진전과 국제사회의 노력이 상호 부응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셋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 우리가 짊어져야 할 몫은 기꺼이 부담하겠다는 점을 밝힙니다.

우리가 경계할 것은 남북 문제를 대선에 이용하려는 시도입니다. 8월에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 지금의 대선구도를 바꾼다는 식의 여러 가지 정략적 시나리오가 떠돌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의 안보마저 선거 도구화하겠다는 발상입니다. 한나라당은 이런 불순한 의도를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한나라당은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은 통일을 지향하는 적극적 평화론이 그 핵심입니다. 이것은 통일 한반도 시대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이 ‘적극적 평화론’은 현 좌파의 분단체제 관리나 현상 유지를 위한 ‘소극적 평화론’과는 차원을 달리합니다. 우리의 강력한 국력과 자신감, 그리고 자유민주체제의 확고한 우위를 바탕으로 북한 경제의 회생을 도와 ‘남북경제공동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적극적 평화론’이 바로 한나라당 대북정책의 방향입니다. 현행 당 강령의 핵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은 오직 ‘수구적’ ‘대결 일변도’인 양 잘못 알려져 있습니다.
2007년 대선을 6개월 앞둔 현시점에서, 다시 한번 한나라당의 대북정책 기조와 원칙을 밝힙니다.
첫째, 자유민주체제와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 아래,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나아가 통일을 이룩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입니다. 둘째, 1991년에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의 원칙과 정신 그리고 절차에 따라 꾸준히 화해 협력과 상호공존 정책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셋째, 다방면의 교류협력을 추진하며 삶의 질을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인권문제,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현안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설 것입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이 이루어진 후에는 본격적인 대북지원을 통해 성장과 개방을 지원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북한 땅이 21세기 통일대한민국 성장의 발전 기지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반도 대통일의 역사! 한나라당이 그 꿈을 이루어 가겠습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대표(6월 7일)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과거 한국 정치의 최대 과제는 권위주의 극복과 민주화였습니다.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가능하게 하는 능력 있는 민주주의를 적극 실천할 때입니다. 능력 있는 민주주의는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의 실질적 내용으로까지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시장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함으로써 사회통합을 이룩하는 것입니다.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것입니다. 능력 있는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맡겨진 역사적 과업은 정치적 차원을 넘어 사회경제적 영역으로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또 평화번영정책의 일관된 추진을 통해 대한민국의 힘찬 도약과 민족의 웅비를 이룩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민주개혁평화세력을 재결집하는 동시에 시민사회의 능력 있는 개혁적 전문가 집단을 광범위하게 통합함으로써 민주진영의 외연을 다시 확대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가 추진하는 대통합 신당은 한반도 평화번영과 동반 성장, 양극화 해소,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 지식정보화 시대를 주도할 신성장동력으로 희망한국을 건설하는 데 동의하는 모든 세력들이 함께 하자는 것입니다. 국민의 요구는 대통합 신당을 만들어 17대 대선을 양당 구도로 치르라는 것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전통적으로 양당구도를 선호해 왔습니다. 대통령 선거는 더욱 그러했습니다. 

국민 각계각층에서 대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시민사회, 전문가집단에서도 대통합 실천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조만간 지금까지의 노력을 모아 대통합의 전진기지를 구축할 것입니다. 김구 선생께서는 우리나라가 독립만 한다면 정부의 문지기가 돼서 마당을 쓸겠다고 했습니다. 저희들이 그런 심정입니다. 우리당은 대통합만 이룰 수 있다면 어떤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동북아 평화번영 협력기구 설립을 제안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10년간 일관되게 추진되어 온 남북 화해?협력 정책이 점차 그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한 2?13 베이징 6자회담 합의 이후 남북장관급회담, 북미회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에 걸림돌이 되어 왔던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5월 17일 50여 년간 끊겼던 경의선과 동해선 철길 위로 남북의 기관차가 달리는 것을 벅찬 감동을 안고 지켜보았습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던 그 철마가 드디어 분단의 아픔과 상처를 뒤로 하고 평화통일의 염원을 담아 힘차게 내달렸습니다. 한민족의 벅찬 미래를 열어갈 기찻길이 한반도를 관통하고 중국과 시베리아를 지나 유럽으로 연결되는 것도 꿈이 아닙니다.
남북경협은 남한의 퍼주기가 아니라 한국경제의 활로입니다. 실제로 개성공단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많은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IMF 위기로 워크아웃 대상이던 신원에벤에셀은 2004년 개성공단 입주 8개월 만에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했으며, 22개의 다른 기업들도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한반도 평화는 21세기 번영의 한민족경제공동체 건설의 든든한 토대입니다. 일방적 퍼주기는 터무니없는 한낱 정치공세일 뿐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남북 관계의 획기적 전환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서 한반도 비핵화는 실현되어야 합니다. 반드시 평화적인 방법으로 실현되어야 합니다. 이 난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하루빨리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는 것입니다. 남북의 지도자가 만나 역사적인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은 굳게 닫혔던 50년 단절의 벽을 허무는 역사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 7년이 지난 올해 남북정상이 다시 만나 그동안 얽힌 매듭을 풀고 평화와 번영의 통일 한반도를 위한 초석을 놓아야 합니다. 두 정상이 올해 8월 15일 광복절에 세계평화의 섬 제주도에서 만날 것을 제안합니다. 그리하여 백두산과 한라산이 하나가 되는 위대한 민족의 힘을 전 세계에 보여 주어야 합니다.

참여정부 임기 내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정략적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독일 통일을 이루기까지 서독은 ‘접촉을 통한 변화’ 전략이란 원칙으로 동독과 여덟 차례 공식?비공식 정상회담을 하면서 상호 공존과 긴장 완화의 틀을 구축했습니다. 민족의 미래와 평화를 위한 결단은 당파의 정략을 초월하는 역사적 당위의 문제입니다.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고 한반도에서 평화체제가 구축된다면 동북아에서 다자간 안보협력을 논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이 형성될 것입니다. 우리는 기존 6자회담의 틀을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로 발전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동북아 국가들의 다양한 안보 이해를 수렴할 수 있는 가칭 동북아 평화번영 협력기구의 설립을 제안합니다. 이 기구를 구성하기 위한 전 단계로 동북아 평화번영 협력회의 소집이 필요합니다.

동북아 평화번영 협력회의는 우선 남북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6개국으로 출범해 기본구조를 갖추고, 추후 참여국의 확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창설이 현실화되면 그 사무국의 최적지는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가 될 것입니다. 비무장지대는 동북아 평화의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고 금강산 관광벨트와 연계되는 세계적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비전의 실현은 남북정상이 합의하였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남북정상이 공동으로 발의한다면 동북아 평화번영 협력기구의 창설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여의도통신 / 정리=정지환 기자 ssal@ytongsin.com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