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싶은 ‘평택 만들기’ 모범 지자체에서 배운다 -2
컬러와 조경의 도시 김천…군민중심의 행정 펼친 무주
회색에 색동옷 입히고 사람중심의 거리 조성해 ‘입소문’
생활수준의 전반적인 향상에 힘입어 이제 시민들은 경제적 욕구에서 서서히 삶의 질을 강조하는 흐름으로 바뀜에 따라 각 지자체들이 아름답고 살기좋은 도시로 탈바꿈 하기위한 제도도입과 연구용역에 돌입했다. 이러한 연구의 범위는 기존에 무질서하고 체계화되지 못한 개발로 인한 도심재정비와 도로정비, 공공건축물, 도시공간구조 등 도시를 형성하는 (컴퓨터로 표현하면) 하드웨어적인 면과, 소프트웨어에 속하는 도시이미지(도시미관)와 도시디자인, 사람중심의 도심(걷고싶은 거리, 공원, 녹지)조성 등 광범위 하다. 이는 시대적인 흐름 일수도 있겠으나 지난해 정부가 법안을 발의해 올 4월 국회본회의를 통과한 ‘경관법’에 힘입어 탄력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또한 저마다 도시이미지 혁신에 눈을 돌리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평택시도 이러한 흐름에 편승해 지난 6월 ‘평택시 경관관리 기본계획수립을 위한 용역비용’으로 5억 원을 편성시켜 시의회에 제출했으나 시의회는 몇 가지의 이유를 들어 용역비 전액을 삭감했다. 시는 그러나 ‘경관관리 기본계획수립’을 해야 한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이에 본지는 시가 ‘경관관리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이 시작되기 전에 도시경관과 도시디자인 등에 일찍부터 눈을 돌려 성과를 거두고 있는 국내의 여러 지자체를 방문해 부분적으로 잘되어 있는 모범사례를 소개한다. 특히 이번 기획연재에서 소개하는 지자체의 경우에는 평택시가 추진하려는 ‘도시경관’ 뿐만 아니라 ‘도시디자인과 이미지’ 분야에도 관심을 두고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호에서는 군민 중심의 열린행정과 친환경적 도시이미지 조성으로 성공을 거둔 전북 무주군을 소개하고, 도심지로 통하는 모든 도로에 조경수를 심어 가로경관을 조성하고 예술적인 야간조명 등 색과 빛이 있는 도시로 가꾼 경북 김천시를 소개한다.
특히 무주군의 경우에는 공공건축물을 신축 또는 리모델링을 함에 있어 주변경관과 예술성을 살린 건축물이 많았는데, 이는 네 번째 연재에서 소개할 예정이다. 덧붙여 이번 취재는 무주군청 홍보협력담당자와 김천시청 문화공보담당관실 홍보담당자의 도움으로 보다 폭넓은 취재를 할 수 있었음을 밝히며, 지면이지만 취재에 도움을 주신 두 지자체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 <편집자>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시작되면서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무주군. 지금도 끊임없이 각 지자체의 공무원과 기초의원, 각종 사회 및 시민단체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무주군을 방문하고 있다. 방문 이유는 무주군이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부터 해온 톡톡 튀는 사업을 연구하고 본받기 위해서다.
무주군의 전체인구 2만5천명 중 8천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무주읍내. 무주군은 지난 2002년 읍내를 가로지르는 중심도로 1㎞ 구간을 일방통행로로 꾸몄다. 작은 도심이지만 차보다는 사람이 우선이라는 취지와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무주군은 기존 도로폭을 좁히는 대신 충분한 보행로를 확보하고 도로 가운데에는 화단으로 분리대를 만들었다. 도로바닥은 아스콘 대신 벽돌을 깔고, 보행로는 유럽의 도심처럼 돌이나 벽돌로 된 보도블럭을 사용했다. 또 군의 상징인 반딧불이를 형상화한 가로등을 설치해 밤이면 아름다운 야경이 연출된다.
사업초기 해당지역 상인들의 반발도 컸다. 이 때문에 무주군청은 1년 여동안 주민들과 대화하고 설득한 끝에 사업을 진행했다. 그렇지만 지금도 상인들은 여전히 장사가 안 된다며 불만이다. 이 사업을 진행한 무주군청 박은석 도시계획담당은 “상인들은 장사가 안 된다고 하는데 이는 어느 시군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지 일방통행 때문에 나타난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서 “일부 상인을 제외한 대다수의 군민들은 이 거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도심 재정비를 추진하면서 모든 사업에 디자인 요소가 포함되지 않으면 군수가 결재를 해주지 않았다”면서 “자치단체장의 추진과 결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일방통행로는 매일 자정을 기점으로 짝수일에는 오른쪽 차선을 개방하고 왼쪽차선은 주차장으로 활용하게 했다. 홀수일에는 그 반대다. 이 역시 도로 양쪽에 형성된 상가의 형평성 때문에 만들어낸 제도다.
무주읍은 또 전국 최초로 읍내 전 지역의 전선을 지중화 시켰다. 비용은 한전과 무주군이 7대3으로 부담했다. 지중화를 진행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변압기 매설이었다. 군 관계자는 먼저 주민들에게 협조를 구했고, 그래도 반대하는 경우에는 군에서 변압기 매설부지를 직접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읍내에는 일방통행화 한곳 이외에 이와 비슷한 도로가 1곳이 더 있다. 하지만 상인들의 반대에 부딪혀 아직 일방통행화 하지 못했는데, 이곳은 2개차로 임에도 불구하고 차량들의 주차로 인해 1개 차선만이 재 기능을 하고 있었다.

무주군은 이외에도 지방자치제가 개막(1995년)되자마자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인 밀실행정을 타파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군청담장을 허물고 그 공간에 군민공원을 조성했다. 또한 ‘무주군청’이라는 현판을 내린 대신 ‘무주군민의 집’으로 명명했다. 민선 초기 이러한 일을 추진하는 군수를 보고 군민들은 ‘똘아이(?)군수’라 불렀다고 한다. 무주군이 추진한 사업은 이후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자극이 되어 담장허물기가 유행처럼 퍼지는 파급효과를 줬다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푸른빛 가로경관, 김천은 전체가 ‘공원’
직지천과 감천을 품에 안고 형성된 경북 김천시는 도시구역내의 모든 도로를 다년생 조경수로 꾸며 도시미관이 빼어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무주군과 마찬가지로 국내의 많은 지자체 공무원과 시의원 등이 ‘조경수를 활용한 도시미관 사업’을 벤치마킹을 하기위해 이곳 김천시를 찾는다.
김천시는 신흥도시 주변의 4차선 이상 도로의 중앙분리대는 모두 수목화단으로 조성하고 보행로와 차도의 분리도 잘 다듬어진 회양목으로 수벽을 만들었다. 2차선의 경우에는 중앙분리대는 없으나 4차선과 마찬가지로 도로변 양쪽에 회양목이나 나무울타리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쥐똥나무를 심어 도시미관을 살렸다. 도로를 개설하고 남은 공간은 어김없이 쌈지공원으로 꾸몄다.
구도심도 예외는 아니다. 중앙분리대는 일반적인 분리대를 사용하고 있었으나 도로와 보행로 사이에는 철재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울타리 대신 회양목으로 수벽을 조성해 놨다. 신도심이나 구도심에 심어진 조경수는 모두 솜씨 좋은 조경전문가가 손질한 것처럼 정돈이 잘 되어있다.
이렇게 수벽으로 조성된 김천시 도로의 총 연장 거리는 65㎞이다. 나무울타리 조성이 3㎞미만인 평택시와 비교해 보면 엄청난 거리다.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면서부터 11년 동안 심고 다듬어 놓은 조경수 때문에 김천시의 도시경관과 미관은 단연 돋보인다.

‘조폭시장’과 ‘소나무시장’이라는 별명은 전 시장이 ‘조경’과 ‘인공폭포’를 좋아하고, 가로변의 조경수를 소나무로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빗대어 시민들이 불렀다고 한다. 김천시는 이 외에 도심속과 강변 등 공원을 꾸미는데도 많은 예산을 투자했다. 이 결과 자연농원과 근린공원, 일반공원 등 44곳의 공원을 확보했으며, 조성된 전체 공원면적은 50만4303㎡(평택시 조성된 공원면적 68만8000㎡)에 달해, 평택시 인구와 시 전체예산의 절반도 되지 않는 시 임에도 많은 공원을 보유하게 되었다. 김천시는 지난해 가로조경과 공원면적이 많아지자 기존 산림과에서 분리해 ‘공원관리사업소’를 따로 뒀다.
가로경관관리와 공원관리를 일원화 시킨 것이다. 공원관리사업소의 주 업무는 도시미화(꽃식재, 도로미관관리), 녹지관리(나무,잔디관리), 공원관리(공원시설물관리) 등이다.
유지와 관리비로 예산이 많이 들어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공원관리사업소 진원주 소장은 “인건비와 일반관리비를 포함해 8억원, 시설관리비 2억원, 전기료 1억7천만원이 들어간다”며 “이는 일반적인 시군과 별반 차이가 없는 금액”이라고 답변했다.
색(色)끼 어린 도시미관, 낮밤으로 ‘유혹’
김천시에는 색과 빛이 있다. 김천에는 또 예술이 살아있다. 눈에 띄는 것은 김천시를 가로지르며 지나가는 경부고속철로의 다리기둥이 회색이 아닌 파스텔톤으로 그려진 그림이다. 지대가 낮아 대부분 다리를 만들어 철로를 건설한 평택시와 상황이 비슷하다. 하지만 평택시와 큰 차이점이 있다. 김천에 서있는 고속철로 기둥은 알몸콘크리트가 아닌, 예쁜 그림이 그려진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또 고속철방음벽 역시 회색이 아닌 알록달록한 컬러 방음벽으로 설치되어 있다.
도시미관을 고려한 이 사업에는 10억원이 투자됐다. 그렇다고 시 예산으로 한 것은 아니다. 김천시는 도심 중앙으로 관통하는 철로 때문에 도시미관이 흉하게 되었다며 경부고속철이 개통(2004년 3월)되기 전 한국철도시설공단에 항의한 끝에 미관작업에 필요한 예산 10억원을 확보했다. 기둥을 꾸미는 그림 도안작업은 김천미술협회가 대신했다.
김천시청 김남희 도시개발담당은 “고속철도 건설로 230개의 다리가 새로 생겨는데 시가 발 벗고 나서서 미관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요구해 얻어낸 쾌거”라고 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여기에 더해 이듬해 2차 고속철역사 추가지정을 발표하면서 김천시를 포함했다.
시는 또 천변에 설치된 경사면 블록에도 그림을 그려 넣는 등 회색도시의 이미지를 말끔히 정리했다. 또한 공원과 쌈지공원, 도로 중앙분리대 등지에 200점이 넘는 조각 작품을 설치하기도 했다. 이 조각 작품들은 김천시가 10여 년동안 공모를 통해 모은 것들이다.

무주에는 군민을 위한
[ ]가 있다
무주군에는 타 지자체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것이 많이 있다. 우선 매주 금요일에는 무주군청사내에 있는 직원용 식당이 쉰다. 읍 규모가 작아 일반 회사가 적기 때문에 공무원들은 금요일 만큼은 지역경제의 활성화 차원에서 반의무적으로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사먹어야 한다. 이 제도는 전 군수의 특별지시로 만들어 진 것이다. 공무원들은 이 제도에 대해 불만이 없다. 두 번째로 무주군에는 홍보실에 전문 카피라이터 출신의 계약직 공무원이 있다. 5년 전에 도입된 것이다.
이 계약직 공무원은 보도자료를 포함해 무주군청에서 발간하는 모든 홍보자료를 검수하고 매혹적인 글로 다듬는다. 또 무주군에는 군민들을 위한 무료순환버스가 있다. 운행한지 10년이 되었다.
무주읍버스터미널-군청-의료원 등 주요 공공기관을 20분 꼴로 순환한다. 군민들이 읍내를 이동하거나 관공서에 볼일이 있을 때는 대부분 이 무료순환버스를 이용한다.
이 때문에 개인택시업을 하는 기사들은 불만이 많다. 군은 그러나 대다수의 군민이 좋아하고 있어 앞으로도 중단할 계획은 없다. 이 외에도 특별한 것이 아주 많다. 답: 무료순환버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