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체험 / 노인장기요양 재가서비스 현장을 가다>

지난 15일 오전 9시. 인천 부평역에 위치한 평화봉사센터를 방문했다. 광복절 휴일 아침이라 거리는 한산했지만 센터 안은 노인들과 봉사자로 북적였다. 이곳은 건강보험공단이 지정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시범센터로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 수급대상 노인들에게 재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송창경 평화봉사센터 교육팀장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이 ‘자원봉사자’가 아닌 ‘요양요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송 팀장은 “재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요원들은 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재가서비스 양성교육 20시간을 수료하신 분들”이라며 “저희 센터는 현장에 투입하기 전에 자체적으로 6시간의 실습교육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성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이야기 도중 전화가 걸려왔다. 처음 재가서비스를 나가는 요양요원이 집을 못 찾겠다는 것이었다. 부랴부랴 요양요원을 태우고 현장으로 향했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박도신 할아버지(80세)는 40분 늦은 꾸중을 너털웃음으로 대신했다. “할머니가 많이 기다렸다”며 얼른 들어가 보란다.

오늘 처음 재가서비스를 받는 김노순 할머니(79세)는 중풍으로 인한 와상환자(하루 종일 누워 움직일 수 없는 환자). 요양요원은 할머니의 머리와 몸의 위생 상태를 구석구석 점검한 후 근육을 풀어주는 안마를 서비스했다. 할머니에 대한 서비스가 끝났다고 곧바로 다른 집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니다. 요양요원은 집안을 꼼꼼하게 살펴보며 청소상태를 점검했다. 음식 간을 보기도 했다.

박 할아버지는 “음식보다는 이 사람 재활운동이 더 필요하다”며 요원에게 재활운동을 부탁했다. 송 팀장은 “환자와 보호자가 원하는 바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게 재가서비스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송 팀장 설명에 따르면 요양요원은 수급자의 요구사항에 맞춰 배치되고 서비스시간도 4시간에서 6시간까지 다양하게 제공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수급자에 맞춘 서비스 방식을 선택했기에 가능했다.
10시 20분. 이번에는 치매환자 집을 방문했다. 누워있는 김병근 할아버지(76세)를 대신해 고명순 할머니(71세)가 송 팀장을 반겼다. 송 팀장이 자리에 앉자마자 할머니는 병간호가 힘들다는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젊어서도 고생을 시키더니 늙어서까지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해. 너무 힘들어. 먹을 거 달라고 막 화내고 그릇을 온통 꺼내놓기도 한다니까. 그래도 (송 팀장이) 매일 이렇게 찾아와줘서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몰라.”
회사원인 젊은 아들 김도명 씨(가명)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김 씨는 “재가서비스가 어려운 일을 대신 해줘서 편하고 좋지만 솔직히 아픈 부모님을 모시는 게 점점 부담스럽다”며 “요양원으로 보내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중”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환자를 돌보느라 지친 환자 가족들을 위로하는 것도 송 팀장의 몫이다.

송 팀장은 병간호에 지친 가족들의 하소연을 일일이 듣고 격려하고 지친 마음을 다독인다. 그날 할머니는 귀한 손님한테만 대접한다는 ‘커피’를 내 놓았다.
송 팀장은 재가서비스를 “나라에서 잘 하고 있는 것”이라 평했다. 한국전쟁과 같은 힘든 시기를 겪고도 혜택은 누리지 못한 70~80대에게 재가서비스는 자식의 역할을 대신 해주는 ‘자식 같은 서비스’라는 것. 송 팀장은 “앞으로도 이 서비스가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의도통신 / 조혜령 기자 cho@ytongs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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