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여권 공개질의 외통부 답변에 대한 인권단체 입장

 인권단체연석회의

외교통상부는 더 높은 단계의 보안을 위해 생체여권을 도입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2005년 9월 사진전사식 여권이 도입된 이후 사진전사식 여권에 대한 위?변조는 2007년 3월까지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외교통상부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가 밝힌 생체여권 도입이 의무이행 해야 하는 국제사회의 약속이라고 속인 점은 매우 실망스럽다.

생체여권은 미국이 비자면제프로그램(VWP) 가입국들에게 강요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유럽연합(EU)과 일본, 싱가폴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외교통상부가 말하는 세계적인 추세란, 사실 미국적인 추세이다.
이번 생체여권 도입으로, 한국은 비자면제프로그램에 가입하겠지만 후에도 미국의 국내법에 따라 수시로 한국의 여권법을 개정해야 될 것이다. 이것은 이미 비자면제 프로그램의 27개 가입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며 세계적인 추세이다.
현재의 여권법조차도 어떤 개인정보를 수집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아서, 헌법상의 기본권인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논란이 있다.

그런데 새 여권법은 역시 모호한 표현으로 더 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며 그것이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도 전혀 명시되고 있지 않다. 개인정보의 수집과 이용에 대한 개인의 결정권이 보장되려면, 당연히 생체여권이 아닌 다른 대안을 선택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생체정보의 수집과 그것의 전자화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생체 정보는 생태성, 일신 전속성, 영속성등의 특성을 가진다. 생체정보의 유출은 완벽한 신분위조를 의미한다. 또한 전자화는 생체정보의 무한복제라는 끔찍한 결과를 가능하게 한다. 게다가 비접촉식 RFID를 사용한다니, 생체여권은 멀리서 몰래 정보를 유출해 가는 것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수집한 생체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化)는 계획에 없고, 여권발급 행정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 동안만’ 지문정보를 보관하겠다고 하며 이 기간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에 약 30일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외교통상부가 따르고 있는 생체여권 국제표준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Doc9303에 따르면 생체여권의 본인확인(verification)과 발급확인(identification)을 위해서 생체정보 중앙데이터베이스는 물론 그것을 국경을 넘어 공유하는 것까지 언급하고 있다. 이것은 현재 US-VISIT 프로그램에 따라 미국 비자심사에 적용되고 있는 절차 그대로이다.

생체여권을 도입하여 미국비자를 면제받는 것은 미국비자심사에 적용되던 절차를 한국의 여권 발급심사로 확대 적용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미국비자를 받기 위해 미대사관에 제출하던 지문을 한국 여권을 발급 받기 위해 구청 등 여권발급기관에 제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수집된 생체정보의 중앙데이터베이스를 작성할 가능성과 그 정보들을 다른 나라와 공유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유럽연합(EU)은 대륙을 망라하는 범죄자 지문데이터베이스를 만들 계획을 발표했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경찰과 공유될 계획이다. 유럽연합은 ‘미국과 이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미국과도 공유되고 세계적인 분산데이터베이스로 발전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러한 정책은 결국 한국에도 강요될 것이다.
일부 소위 선진국들의 담합 속에, 개인에 대한 감시는 매우 강력해지고 있다.
태어나는 아기들로부터 DNA 정보를 추출해서 데이터베이스화(化) 해놓자는 주장이 나온 것은 이미 몇 해 전의 일이다. 생체여권과 이것을 둘러싼 데이터베이스들은 위와 같은 주장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생체여권의 방향은 반(反)테러리즘이 아니라, 빅브라더와 파놉티콘이다.

우리는 감시와 통제의 사회를 만들려는 국가의 정책을 반대하며 따라서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것 그것을 여권에 담는 것 국가가 그 정보를 공유하는 것 그것을 다시 다른 국가와 공유하는 것 그리고 전자화하는 것 등 생체여권을 둘러싼 모든 시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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