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욱 함께하는시민행동 예산감시국장

주민소환제가 적용된 이달 초. 곳곳에서 주민소환제 적용 논의가 활발하다. 주민들은 ‘직접민주주의의 장’을 한껏 누리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장들은 남용 우려가 있다며 소환 사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지난 16일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시민공간 여울에서 만난 최인욱 함께하는시민행동 예산감시국장은 소환사유 제한 주장에 단호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소환 사유 제한이 주민소환의 근본적인 취지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소환제는 중간선거 같은 것이다. 정치적 심판이다. 선거 때 투표 기준을 법으로 정하지 않는 것처럼 주민들은 (정치인이) 싫은 이유를 구구절절이 법에 맞춰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굳이 법에 맞춰 설명하라고 하면 충분히 설명할 수도 있다.”
소환 사유 제한이 필요하다는 측은 명백한 위법행위나 도덕적 해이 등을 소환 사유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최 국장은 “명백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만 주민소환을 가능하게 한다면 주민에게 판,검사를 하라는 것이 아닌 이상 기형적인 제도가 될 것”이라며 “위법행위는 사법적인 절차를 거칠 문제”라고 말했다.
사법적인 절차를 거쳐 공직 유지 판결을 받는 것과는 달리 주민들은 주민소환제도로 공직자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정치적 심판’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최 국장의 주장이다.
또한 모든 사건에 명백한 위법행위와 도덕적 해이를 접목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지자체장이 화장장 건설을 추진할 경우 명백한 위법행위나 도덕적 해이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다른 사건으로 주민소환을 제기해 결과적으로 화장장 건설을 막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최 국장은 “사유 제한은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 한다”며 “주민소환제를 무력화시킬 의도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주민소환제에 사유 제한을 명시할 경우 선관위나 관할 행정기관이 소환 사유를 해석해 거부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주민소환 거부에 불복한 주민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해도 주민소환 청구 기간 내에 확정판결을 받는다는 보장도 없다. 최 국장은 결국 “선관위 등이 반드시 지자체장 입맛에 맞게 움직인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주민소환 무력화 외의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주민소환 남발이 완벽하게 없을 수는 없다. 행정의 모든 문제가 지자체장의 책임인가도 따져볼 문제다. 최근 공무원의 허위 야근 수당, 출장비 지급 등 공무원 사회의 ‘고질병’으로 볼 수 있는 사건에도 주민소환이 거론되고 있다.
최 국장은 “지자체장이 권한을 배분하지 않고 투명한 행정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주민에게는 권력의 집중으로 비춰지는 것”이라며 “지자체장에게 집중됐던 권력이 주민소환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지자체의 모든 사안이 주민소환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 외유나 허위 야근 수당 등 문제를 안고 있는 곳 주민들은 주민감사 청구나 주민소송 등으로 책임을 묻는 대안을 찾고 있다.
최 국장은 “일부 사유 제한 주장측이 주민소환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보는데 그렇지 않다”며 “주민소환은 청구 요건이나 가결 기준이 높고 소환실패에 대한 정치적인 부담 때문에 소환청구에 쉽게 나설 수 없는 등의 어려움도 수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최 국장은 이어 “주민소환의 위력은 지자체장이나 의원들이 ‘내가 심각한 잘못을 하면 소환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항상 갖는 상태가 유지돼야 하는 것”이라며 주민소환 청구, 가결 요건 완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회의원의 소환에 관해 최 국장은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출직인 대통령의 경우 일시적인 한 가지 사안만으로 소환까지 하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김유리 기자 grass100@ytongs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