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지숙 (청소년문화센터 활동지원팀장)
얼마 전부터 나의 가슴 속으로 깊이 들어오는 단어가 있다 ‘다사리’라는 것이다.
‘다사리’는 정치의 순 우리말로 ‘모두가 다 말씀하시게 하여 다 살리는 것’이라고 한다.
참으로 나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말이다.
정말 이렇게 사는 것이 사람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이다.

힘 있는 사람, 똑똑한 사람, 잘난 사람만이 아니라 모두가 말을 할 수 있게 한다면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을 것 같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지역사회에서 말이다.
이 말을 요즘말로 말하면 ‘윈윈전략’이 아닌가 싶다. 자녀와 부모, 학생과 학교, 상사와 부하, 기업과 사원, 시와 시민이 함께 이기는 따뜻한 세상이 다사리 세상인 것이다.
두 사람만 모여도 정치는 시작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다 살리어 살림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동반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사리’는 ‘어떻게 해야 다 살리는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 질문과 함께 나의 삶에 대해 생각하고 돌아보게 한다.
힘겨운 삶으로 절망하는 이웃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바쁜 일상을 핑계로 나 살기에 여념이 없었다.
생명을 잃어가는 자연을 살리기 위한 노력들을 지속하고 싶었다. 그러나 어느새 향기로운 샴푸 냄새에 취해버렸다.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희생하고 수고하는 시민운동가들에게 힘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일 뿐…핑계가 많았다. 지옥(?) 같은 입시 현실 속에서 애쓰는 청소년들을 위해 행동하고 싶었다. 하지만, 위치가 위치라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외면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맡은바 일을 열심히 하느라 외면 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날 생각만 있었을 뿐 함께 실천하지 못했던 일들이 많다.

대추리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이주하던 그때, 나는 그곳에 있었는가? 이주 전날 대추리에 들어갔다. 전경이 왜 들어가는지 확인했다. 평택시민인데 둘러보러 간다 했다. 그동안 함께 하지 않고 이제야 둘러보러 가는 나 자신이 평택 시민이라고 말하는 것이 민망하기만 했다.
그 곳에 있는 흔적들이 눈가를 붉게 적셨고, 가슴을 멍하게 했다. 물론 난 하루 멍이었고, 그곳에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의 피멍든 가슴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왔다. 죄책감이 가슴을 눌렀다. 차마 평택시민으로 평택에 있었다고 말하기가 송구하기만 한 일이었다.

이곳 평택에는 다사리를 꿈꾼(?) 민세 안재홍 선생님과 그 뜻을 좇아가고자하는 이들이 있다.
민세선생님의 뜻이 이곳 평택에서 뿌리내리고 열매 맺는 즐거움이 우리 모두에게 있으면 좋겠다. 다함께 잘 살 수 있는 것이야 말로 즐겁고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만 옳다는 고집과 나만을 생각하는 욕심이 이런 행복을 가로막고 선다. 모두가 다 말하게 하기보다 어설프게 아는 것으로 많은 말을 하고 있지 않나 싶다.
어느 순간 많은 말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의 말을 듣기보다 내 생각 내 판단 내 말이 맞다 큰소리를 내고 있다. 함께 하는 직원들의 말을 듣기보다 어느새 목소리는 높아지고 빠르게 많은 말을 하고 있다.
지역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은 나와는 무관한 것처럼 외면하면서 침묵하고 있다.
이럴 때면 다시 다사리가 생각난다.
모두가 다 말하게 하여 다 살리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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