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종합평가 대토론회 지상중계(농업분야)

“최근 상임위가 산자위(산업자원위원회)로 바뀌어서 가 보았더니, 기존의 산자위 소속 의원 22명 중 한미FTA 협상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의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산자위도 한미FTA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는 나의 주장은 수용될 수 없었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한미FTA 종합평가 대토론회’가 진행되던 와중에 상품 분야 토론의 사회자인 임종인 의원이 털어놓은 고백이다. 실제로 현재 299명의 국회의원 중에서 공개적으로 한미FTA 협상 타결을 ‘졸속’으로 규정하고 ‘반대’하는 의원은 65명. 백분율로 따지면 가까스로 20%를 넘기는 ‘정치세력’에 불과하다.

17대 국회의 소수파 ‘한미FTA 졸속체결에 반대하는 국회의원 비상시국회의’(참여의원 65명, 이하 비상시국회의)가 지난 20일 오전 9시부터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장장 5시간 동안 한미FTA 종합평가 대토론회를 진행했다.

비상시국회의 정책자문단 소속 전문가 58명이 지난 한달 동안 작성한 <한미FTA 협정문 분석 최종평가 보고서> 출판기념회를 겸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협상결과를 옹호하는 정부의 협상실무단과 이를 비판하는 전문가들이 각 11명씩 참석한 가운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진검승부가 벌어졌다.

입법전문 정치주간지 <여의도통신> 기자들이 총출동해 기록한 내용 중 평택지역의 현실과 관련이 깊은 농업분야를 소개한다.  <편집자>
 

발제-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전품목 관세 철폐 한미 FTA가 유일”

한미FTA의 최대 문제점은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 칼자루를 휘둘렀다는 점이다. 한미FTA에서 농업은 절대적인 피해를 봤다. 
쌀을 제외한 전 품목 관세 철폐라는 신기록을 수립하였다. 관세화 예외품목은 1531개 품목 중 쌀 16개 품목으로 1%에 불과하다. 찐쌀, 배아미, 쌀빵 등은 10년 이내에 관세가 철폐된다. 지금까지 체결된 세계 모든 국가 간 FTA에서 관세철폐 예외품목 없이 전 품목 관세 철폐한 예는 한미FTA가 유일하다.

 미-호주FTA에서 미국은 342개 품목(19%)을 예외품목으로 했고, 호주 쇠고기 수입관세를 8년간은 유예하고 18년 후에 완전 철폐키로 했다. NAFTA의 경우 미국과 캐나다는 미국은 유제품, 가금육, 계란, 마아가린 등 58개 품목(4.8%)을, 캐나다는 35개 품목(3.4%)을 관세철폐 예외로 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캐나다가 18개 품목(7.5%), 멕시코가 87개 품목(8.7%)을 예외로 했다. EU-칠레FTA의 경우 EU는 31.8%, EU-멕시코FTA에서 EU는 35%의 품목을 관세철폐 예외품목으로 하는 등 보통 20~40%의 품목을 관세철폐 예외품목으로 협상하고 있다.

우리가 체결한 FTA에서도 관세철폐 예외품목은 한-칠레FTA에서 29%, 한-싱가폴FTA에서 33.3%, 한-EFTA에서 65.8%, 한-아세안FTA에서는 30.9%였다. 한미FTA에서는 1%에 불과하다
쌀은 2004년 WTO의 다자협상인 쌀 재협상에서 이미 미국에 쿼터량을 설정해 주었기 때문에 한미FTA가 아무리 양자협상이라 하더라도 한미FTA에서 다시 논의할 의제가 아님을 강조해야 하나 정부가 먼저 “쌀만은 개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여 의제가 아닌 것이 의제가 되는 우를 범했다.

4대 선결조건의 하나로 광우병 쇠고기 재수입을 거론한 것도 의제가 아닌 사안이 의제인 것처럼 한미FTA 협상과정 내내 문제가 되게 하는 우를 범했다. 
미국은 위생 검역상의 이유로 한국 축산품을 원칙적으로 수입 금지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없었다.

 2002년 한국에서 감귤 궤양병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현재 미국 5개 주에서 제주 감귤에 대한 금수 조치, 멸균 처리된 삼계탕에 대해서도 닭에서 발생하는 뉴캐슬 병원체를 이유로 금수조치(외교통상부 자료)되었으나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한미FTA에서 보조금과 덤핑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하지 못했다.

미국 농민들은 각종 보조금이 있기 때문에 원가 이하로 판매를 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농업의 총소득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FTA로 인해 농촌의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지금 정부는 피해액을 정확히 산정한다고 하나 그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며 절대적인 수치도 아니다. 정부가 피해액을 계측하려 한다면 품목별, 지역별, 규모별 현황과 수익성(생산비와 소득 등)을 면밀히 파악하여 분석해야 한다. 총량적 계측은 큰 의미가 없다. 따라서 현실적이고 체감할 수 있는 대안들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좀더 시간을 가지고 현장을 파악하여 정교한 대안을 제시해야한다.

규모화, 전업농, 경쟁력 위주의 농정기조로는 품목별로 차이는 있으나 70~80% 농가는 퇴출되어야 하는데 그렇게 될 경우 농업은 절반으로 축소될 우려가 높고, 농촌은 거의 사라질 위험이 있다. 이는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이라는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일부 잘나가는 농민 사례를 들어 우리 농업이 전적으로 나아갈 방향인 것처럼 과대포장하지 말아야 한다. 유기농업도 해야 하고 벤처농업도 해야 하며, 기능성 농산물도 개발해야 하고, 수출농업도 해야 한다. 그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대다수의 농업, 농촌, 농민은 설자리가 없게 되고 결국 지역 공동체가 붕괴되며 근본적으로 민족의 안위와 식량주권을 송두리째 내줄 위험성을 경계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한미FTA를 2003년부터 준비했는지 모르지만 관련 단체나 전문가들에게는 공론화 되지 않았고 농업 부문의 경우 공청회 한번 하지 않았으며 농업 부문에 미치는 파급효과나 영향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다양한 연구나 대책 없이 시작된 졸속 협상이었다. 
농업 부문 하나만 보더라도 FTA는 비준 통과되면 안 된다. 

반 론-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

“쌀 완전 예외로 양보 받았다”

FTA에서 농업이 제일 어려운 분야로 우리나라에 영향이 제일 클 것으로 예상했다. 농업 분야의 피해가 큰 점은 인정한다. 우리가 미국 농산물에 관세를 철폐하고 시장 개방을 많이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뿐 아니라 미국도 많은 양보를 했다. 쌀을 완전히 예외로 해주었고 이외 5개 품목에도 예외를 두고 있다.

보조금에 대해 지적을 했는데 어떤 FTA에서도 보조금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다른 어떤 나라도 보조금을 줄이지 않는데 우리만 보조금을 줄이라는 주장은 어리석다. 우리도 앞으로 보조금 정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 미국은 보조금이 콩, 옥수수, 밀, 설탕, 면화에 한정되어 있는데 우리가 100% 수입하는 분야다. 우리에게 많이 들어오는 과일, 육류의 경우 보조금이 전혀 없다. 결국 우리나라 농업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논의를 할 필요가 없다. 덤핑 자체도 논의를 위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거론이 어렵다.

요건만 된다면 어떤 나라라도 하려 들었을 것이다.
또한 우리가 IMF를 예측하지 못했듯이 FTA로 인한 농업 분야의 예측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예측이 제일 정확할 것으로 보고 정부대책을 세우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정부 독자적으로 하지 않고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의도통신 특별취재팀/정지환 송민성 장정욱 조혜령 김진이 한승호
(사진) 기자

말말말

“‘본편’이 ‘예고편’보다도 못해서야 되겠는가"

“농업 무지한 사람들이 겁도 없이 칼 휘둘러”

△“한미FTA 협상에 대한 정부의 말 바꾸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결단코 재협상이 없다고 했지만 당장 내일부터 재협상이 시작된다. 수없이 불거지는 문제를 무조건 덮으려고만 하는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권영길 의원)

△“역설적인 주장일지 모르지만 도리어 나는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고 싶다. 협상이라고 하면 최소한 5대 5의 스코어는 돼야 하는데 현재는 1 대 9 수준이기 때문이다”(권오을 의원)

△“우리는 종합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커다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이 종합보고서는 어떤 한미FTA 관련 서적이나 자료보다 두껍고 무겁다. 책값도 비싸다. 방대한 외형적 ‘양’ 만큼이나 심오한 내용적 ‘질’도 충실하다고 믿고 있다.”(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이해영 교수가 6백여쪽이 넘는 종합보고서(정확하게 663쪽)를 자랑하면서 ‘두껍고 무겁다’는 표현을 썼는데, 한미FTA라는 ‘두꺼운’ 먹구름 앞에 서 있는 국민들의 심정이야말로 ‘무거운’ 돌덩이 같을 것이다.”(정청래 의원)

△“국회에서 열린 맞장 토론이라고 해서 정부측 토론자들이 너무 얼지 말기를 바란다.”(임종인 의원

△“지난 17일 KBS 심야토론 때 사회자는 당시 토론은 ‘예고편’에 불과하고 국회에서 열리는 청문회와 토론회가 ‘본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회 청문회는 무산되거나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본편’이 ‘예고편’보다도 못해서야 되겠는가. 국회의 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백일 울산과학대 유통경영학과 교수)

△“한미FTA 협상의 최대 문제점은 가장 피해를 보게 될 농업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협상 주도라는 칼을 겁도 없이 휘둘렀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윤석원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

△“(투자/서비스 분야 사회를 맡으면서) 가재는 게 편일 수밖에 없다. 사회를 보지만 비판적 의견을 개진할 수도 있다.”(최재천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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