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 춘 본지객원논설위원
이 '쟁쟁'의 뜻이다. 무리 가운데 손꼽히는 사람들이란 말이다.
2000여년전 중국 왕조의 하나였던 후한(後漢)의 광무제(光武帝)가 꿈꿔왔던 통일천하의 최대 걸림돌은 적미(赤眉)라는 대규모의 농민군이었다. 이들은 한나라 왕실의 상징인 붉은색으로 눈썹을 그려 표시를 하고 다녔기 때문에 적미라는 이름을 듣게 된 것인데, 그 위세가 대단했었다고 한다. 적미는 한때 수도 장안으로까지 쳐들어와, 광무제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는데, 이 때 광무제는 적미의 선두에 섰던 번숭, 서선 등을 보고 "경들이야 말로 철중쟁쟁 용중교교
란 것이요" 하고 칭찬을 했다고 한다. 용중교교는 똑같은 물건 가운데 뛰어난 것이란 말로 '철중쟁쟁'과 같은 뜻이다.
지난달 27일 우리지역 주민 5백여명이 해양수산부를 직접 찾아 '평택항 분리반대' 시위를 벌였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질서 정연하게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열거하고, 평택항의 항구적인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해 줄 것을 관계당국에 요구했다고 한다. 사실 평택항은 개항 이후 각종 수출관련 지표가 눈에 띠게 급증하며, 올해 10월까지 수출액이 무려 37억5천여만달러에 달하는 등 전국 28개 수출항 중 가장 높은 신장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2011년까지 매년 1396억여원을 들여 62선석(평택 47선석, 당진 15선석)을 개발해야 하는 종합개발계획 가운데 지금까지는 겨우 10선석(평택 6선석, 당진 4선석)만 개발 운영되고 있어 전체적으로 볼 때 겨우 16%만 모습을 갖춘 '걸음마' 단계에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도 독립항만청 승격, 배후시설 확충 등 평택항에 아직도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벌써부터 평택항 분리문제로 갈등을 빚는 것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중국 전국시대의 책략서 였던 전국책(戰國策)에 "행백리자 반어구십(行百里者 半於九十)"이란 말이 있다. 백리를 가는 사람은 구십리가 반이 된다는 말이다. 시작은 쉽지만 그것을 완성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이제 10리 밖에 남지 않았다"고 게으름을 피우고 머뭇거리다
가는 해가 저물어 고생을 하게 되고 지친 나머지 목적지까지 못 갈 염려도 있는 것이다.
우리 평택시민 5백여명이 해양수산부를 찾아가 목소리를 높였던 것도 바로 이 '행백리자 반어구십'이란 말처럼 평택항 발전에 발목을 잡히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와 우려 때문이었다. 물론 당진군민의 "내 땅에 내 이름을 갖겠다는데 너희가 웬 간섭이냐"는 항변도 있을 수 있지만, 걸음마 단계에 있는 평택항 분리문제는 전문가들의 지적대로 아직은 시기상조 라는 판단이다. 결코 당진을 무시하고 우리의 몫만 챙기겠다는 뜻이 아니다. 평택항이 완성된 뒤에 문제제기를 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지역문제를 가지고 평택·송탄·안중지역 주민 5백여명이 한꺼번에 상경시위를 가졌다는 사실에 우리는 또 많은 의미를 갖게 된다. '95년 3개시군 통폐합 이후 단결과 화합을 자주 강조해야 할 만큼 우리끼리도 서먹한 지역갈등이 남아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초
미의 지역문제를 놓고 우리 모두가 한 목소리를 우렁차게 냈다는 것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거사에는 유천형, 김찬규, 황대영, 정수일, 우관재, 민세기, 현상돈 씨 등등 지역 인사들이 앞장서서 이루어 졌다고 한다. 우리지역의 '쟁쟁한 인사'들이다. 평소에도 이들 인사들은 민감한 지역문제에 서슴없이 앞장서 목소리를 내왔다. 지역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몸
소 앞장서는 일이, 말이 쉽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 상경시위를 위해 수고하신 5백여명의 시민들에게 36만 평택시민이 갈채를 보낸다.
평택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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