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은 주 평택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정부의 자활지원정책은 1999년 9월 제정되고 2000년 10월 1일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이하 국생법)에 의해 본격화되었다. 이와 같이 정부의 자활지원정책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 준 국생법은 절대빈곤층의 문제가 사회전면에 부각된 'IMF 사태'를 배경으로, 시민단체의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요구에 정치권이 부응함으로써 제정된 것으로 최저생계보장에 대한 국가책임의 실행을 통해 현대적 공공부조의 제도적 체계를 마련한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생법은 대상자 선정에서부터 급여 내용과 수준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생활보호법과 차별성을 보인다. 가장 큰 특징은 노동능력이 있는 빈곤층에게 생계급여를 실시함과 동시에 자활지원사업을 통해 자립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이른바 '놀고 먹는' 복지병을 예방하기 위해 서구의 근로연계형 복지체계(workfare)를 도입하여 '복지와 고용의 연계를 통한 저소득계층 자립기반 구축'을 그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다.

제도의 조기 정착을 위해 법을 제정하고 우선 사업 대상을 조건부 수급자에게 맞춤으로써 자활지원체계를 확충해온 위한 정부의 노력으로 1999년 20개소였던 자활지원센타가 자활후견기관으로 명칭을 바꾸면서 2000년 70개소, 그리고 2001년에는 161개소로 증가되었다. 아울러 서울과 부산 두 곳에 자활정보센터가 설립되어 전국의 자활후견기관 간의 원활한 정보 유통과 유기적 관계가 가능하게 되었다. 담당공무원인 사회복지전담공무원도 5,500여명이 충원되고 프로그램도 다양화되면서 UP-grade형 자활근로 수탁기관 및 사업선정이 이루어졌고, 재활 및 근로의욕증진 프로그램 실시기관도 지정되었다.
평택지역에도 실업대책본부에서 운영하는 평택자활후견기관이 올 7월부터 사업을 시작했고, 안성지역에도 안성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후견기관이 지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빠른 변화에 발맞추어 자활사업의 주도체인 자활후견기관의 사업 역시 안정적으로 정착되어 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자활후견기관의 성과에 대한 평가 없이 너무 단기간에 자활후견기관을 많이 선정함으로써, 지정기관의 사업수행능력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또 적절한 사업모델을 충분히 개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으며, 특히 자활대상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들의 특성과 욕구를 충분히 고려한 성인지적 자활사업이 제대로 준비되고 또 실행되고 있는가도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현재 자활사업의 일차적 대상자인 조건부 수급자는 대략 4만9천8백 여명으로, 이중 57.1%가 여성이다. 이 비율은 공식적인 통계일 뿐 실제 자활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훨씬 더 많다. 그러므로 자활사업은 주 대상자가 여성인 점에 초점을 두고 빈곤여성들의 특성과 욕구를 고려하여 실행되어야 한다. 이는 여성자활인구가 안고 있는 자활장애요인이 생애주기에 따라 다르며, 그 내용도 개인적인 것에서부터 제도 및 정책적인 측면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인 요인이 중층적으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 참여하고 있는 자활후견기관 운영과 프로그램이 여성의 자활 욕구에 어떻게 부응하고 혹은 어떻게 상충되고 있는가도 점검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에 의해 시행된 여성 조건부 수급자의 자활후견기관 및 프로그램 만족실태에 관한 연구는 시의적절하다고 보여진다.

조사결과 여성 수급자들은 고연령, 저학력, 낮은 유배우자율, 열악한 주거실태의 특징을 보이고 있고, 특히 건강상태가 매우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여성들은 몸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어떻게 하든 일해서 소득활동을 하고자 하는 의지와 욕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자립·자활 의욕의 주요 장애 요인으로는 나쁜 건강상태, 육아 및 간병을 포함한 가사부담, 주택문제를 포함한 경제적 어려움, 여성들의 특성을 배려한 자활 프로그램(교육, 직업훈련, 사업단 등)의 미개발, 복지전달체계의 불합리성, 관련 담당자들의 성인지적 관점 결여 등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여성 수급자들 84.3%가 현행 자활지원 사업에 만족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현행 자활 정책은 여성들의 자활욕구를 제대로 활성화시키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조사 결과에 기반하여 볼 때 앞으로의 자활지원정책은 자활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조건부 수급자들의 특성과 욕구를 고려한 문제 유형별, 그리고 단계별 성인지적 자활지원정책으로 나가야 한다. 특히 여성 자활사업은 단기간의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성인지적 관점에서 기존의 복지전달체계의 재구축을 토대로 통합적이고 장기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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