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리 주민들 가슴에 고향 묻고 송화리로 이사

마지막 촛불행사를 마칠 때까지 남아있던 대추리 50여 가구 주민들이 지난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5일간에 걸쳐 송화리에 마련된 임시거주지로 이사를 했다.

주민들을 상대로 50년을 넘게 담배와 술, 잡화를 팔았던 구멍가게도 문을 닫고, 겨울이면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던 노인정도 이삿짐을 뺀 뒤 문을 걸어 잠갔다.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달 31일에도, 황사가 심했던 1일에도 이사는 계속되었다.

주민들은 이사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위해 찾아온 언론사 기자들도 더 이상 상대하기 싫어하는 눈치다. 그래서 취재를 한 뒤 성명을 묻기도 민망스럽다.

어떤 주민은 이사를 마친 뒤에도 다시한번 둘러보고 혹시나 빠진 세간이 있나 두리번거린다. 어떤 주민은 “50년 동안 사용해왔던 손때 묻은 소중한 물건을 찾으러 왔다”며 무거운 돌절구를 승용차 짐칸에 힘겹게 싣고 떠났다.

고철장사를 하는 업자는 주민들이 이삿짐을 싸서 떠나자마자 돈이 될 만한 물건과 구조물을 사정없이 뜯어냈다. 값이 나가는 변기와 세면대 등 위생건축자재도 예외 없이 업자들의 트럭에 실렸다.

미쳐 주인과 함께 떠나지 못한 개는 주인 없는 집을 홀로 지키며 낮선 사람이 집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컹컹 짖으며 대문간을 서성거렸다.

대추리를 지키기 위해 마을로 거처를 옮긴 지킴이들은 흩어진 깃발을 한데 모아 내 걸기에 바쁘다. 이들도 곧 마을을 떠날 예정이다.

이 와중에도 한 노인은 텃밭에 심어놓은 파를 뽑아 다듬기에 바빴다. 이사를 갈 때 가더라도 심어놓은 농작물을 거두는 것이 농심이다.

이삿짐을 싸는 한 주민에게 소감을 묻자 “좋아서 가겠는가? 어쩔 수 없이 떠나는 것이지”하며 말끝을 흐렸다. 이삿짐센터의 트럭은 며칠 동안 쉼 없이 대추리를 왕래했다.

주민들은 오는 7일 마을에 모여 정든 고향을 땅에 묻는 매향제(埋鄕祭)를 지낼 예정이다.
주민들이 떠난 대추마을은 9일 부터 본격적으로 철거될 예정이며, 작업차량 이외엔 더 이상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는 마을이 된다. 시내버스도 이제 더 이상 ‘대추리’라는 푯말을 달고 이 마을을 드나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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