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기지이전 반대 염원 담아 4년간 935차례 불 밝혀

마지막 촛불집회 사회를 맡은 김택균 팽성 주민 대책위 사무국장이 울먹이며 말하자 행사 내내 잘 참아내던 주민들도 눈가를 훔치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그 동안 주민들과 함께 했던 문정현 신부를 비롯한 지킴이들, 참석자들도 대부분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로써 미군기지 이전 발표 이후 2004년 9월 시작돼 4년간 주민들의 염원과 함께 타오르던 촛불집회는 끝이 났다.
24일 마지막 촛불집회가 열린 대추리 농협창고를 개조한 행사장에는 주민과 문화예술인, 전국에서 모여든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300여명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평택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과 시민은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이은우 공동대표 등 매우 적은 인원만 모습을 보였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촛불집회에 여러번 참석한 이들로 주민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띠었다. 주민들도 곧 마을을 떠나야 하는 처지지만 이때만큼은 희노애락을 같이 한 사람들을 환한 얼굴로 맞았다.
그러나 이들의 웃음은 얼마가지 않았다. 저녁 7시 김택균 사무국장의 사회로 마지막 촛불이 밝혀지고 투쟁을 담은 영상물이 상영되자 훌쩍이는 모습이 행사장 여기저기서 보이기 시작하더니 주민들과 문 신부가 무대에 나와 참석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때는 눈물바람이 일었다. 주민 방승렬씨는 “우리 주민들이 긴 기간동안 촛불을 든 이유는 오로지 내 땅 내 마을에서 농사짓고 살고 싶다는 바램뿐이었다”며 “이제 우리는 여기를 떠나가야 하지만 하루빨리 미군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고 평화로운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대추리 주민투쟁의 상징인물인 김지태 전 이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 참석자들의 아쉬움을 샀다. 김 이장은 국방부와의 협상 이후 외부접촉을 피한 채 집안에 칩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추리 촛불집회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쉽지 않은 미군기지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장기 항거로 평가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