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와 설치작품 대부분 마을철거와 함께 땅속으로
예술인들, 작품처리 24일 최종 결정
미군기지이전반대운동이 한창이었던 지난 2005년 수 십명의 문예인들이 대추리 마을에다가 작품을 옮겨놓거나 혹은 직접 그려놓은 벽화 및 설치작품의 처리를 어떻게 할지 작가들에 의해 논의되고 있다. 작가들의 이 같은 고민은 주민들이 이달 말까지 마을을 떠나야 하기 때문에 시점에 맞춰 논의되는 것이다.

대추리에서 창작활동을 벌였던 문예인들은 얼마전 ‘평화조성위원회(위원장 류연복)’로 조직을 재정비하고 대추마을에서 작업했던 벽화와 벽화 시, 조형물 등의 처리를 놓고 의견을 나눴다.
이 논의에서 작가들은 개개인 별로 의견이 조금씩 달랐는데, 마을의 농기구와 철판 등을 이용해 작품을 만든 최병수씨는 “마을과 함께 작품이 묻혔으면 한다”는 의견을 내놨고, 대나무를 이용해 문무인상과 작품명 ‘파랑새’(사진1)를 제작한 최평곤씨는 “문무인상은 작품의 의도가 끝났기 때문에 어떻게 처리가 되든 상관없지만 ‘파랑새’는 가능한 존치되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대추분교 운동장에 설치된 고 구본주씨의 작품 ‘갑오농민전쟁’(사진2)을 옮겨놓은 구씨의 부인 전미영씨는 “원칙적으로는 현장미술활동에 참여했던 여러 작가들의 의견에 따르겠지만, 가능한 작품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설치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벽에 그려진 벽화에 대한 논의에서 다수의 작가들은 ‘벽화는 건물과 함께 생명을 다하는 것이기 때문에 철거의 시점과 함께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작가들은 그러나 “대추리 아이들이 그린 벽화(사진3) 만큼은 아이들의 꿈이 담긴 창작물이기도 하고 평화에 대한 상징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러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이은우 공동대표는 최근 송명호 시장에게 공개편지를 보내 “문화예술작품에 아무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국방부가 나머지 주택을 철거하면 작품이 훼손될 것이기 때문에 대추리의 슬픈 역사와 주민들의 아픔, 이곳에서 평화를 지키위 위해 투쟁했던 소중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시가 나서서 보존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대추리에 산재한 예술작품을 모두 수거해 관광지로 개발되는 평택호 예술공원이나 웃다리 문화촌 등지에 모두 옮겨놔 대추리의 역사를 시민들에게 알고, 이주단지가 조성된 후 주민들이 원하면 다시 돌려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팽성대책위 김택균 사무국장 또한 “예술인들이 작품의 처리문제를 주민들에게 위임해 준다면 최선을 다해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서의 이러한 움직임과 더불어 평화조성위원회 류연복(판화가) 위원장은 “오는 24일 작가들이 만나 작품에 대한 처리문제를 결정하겠지만, 원칙은 평화를 원했던 주민들과 함께해온 작품이었기 때문에 주민들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해, 작품 중 일부는 주민들의 뜻에 따라 평택에 존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