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 연 평택예총 지부장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라는 작품으로 우리 나라를 비롯하여 전 세계에 위성 중계된 비디오 아트 작품으로 일약 자신의 위상을 한국과 세계에 확고히 한 백남준처럼 특이한 삶과 예술을 한 이도 드물 것 같다. 동경 대에서 음악을 전공한 후에 독일로 건너가 '비디오 아트'라는 예술을 창시한 백남준은 이제 누가 뭐라 해도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임에 틀림없다.

이제는 그 위상에 걸맞게 우리 나라에서도 그의 작품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과천에 자리한 국립 현대미술관이고 용인 양지에 있는 돌 박물관 휴게소를 비롯하여 어지간한(?) 곳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실정이라 혹자는 너무 흔하다고 깎아 내리기도 하지만 우리 평택 같은 곳은 아직 그런 거장의 작품을 한 번도 접한 일이 없기에 갈증에 시달리는 실정이기도 하다.

그 백남준 비디오 아트가 '특별전'이라는 이름으로 평택에 온다. 지난 96년이래 기획에서 개관까지 만 6년 동안 공들인 끝에 12월 3일 개관하는 '평택호 예술관(평택아트센터)' 개관 기념행사로 말이다.
지금 전국은 바야흐로 소리 없는 문화 전쟁이 한창이다. 굴뚝 산업이 각광받던 7,80년대와 서비스산업 시대의 90년대가 가고 이제 문화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선조가 물려준 유산 아니면, 얼마 전까지도 외지고 불편하여 사람 살 곳이 못된다해서 너도나도 떠나가던 그 오지가 이제는 연기 없는 공장처럼 특별한 투자 없이도 마구 돈을 벌어들이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유산도 환경도 없으면 무언가 만들어서라도 관광화 하려는 것이 현재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화 전쟁의 이유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평택은 문화 유산이 전무한 실정이다. 곳곳에 흔한 국보 한 점 없이 보물만 세 점에 불과하고 지난 해 개통한 서해대교를 평택의 대표적 관광 명소로 손꼽을 만큼 자연적 관광자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더욱이 서해 대교 개통에 따른 과실을 평택 아닌 당진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수도권의 인파가 서해대교를 한 번 지나가 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지나간 인파가 다시 평택으로 오지 않고 그대로 눌러 앉아 그곳에서 소비하고 있다는 말이다.

백남준 아트 특별전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성을 가진다 하겠다.
평택호 구석(?)에 자리한 '평택호 예술관'이 우리들의 기대대로 평택의 명소로 뿐 만이 아니라 수도권, 나아가 전국의 명소로까지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관광객을 불러모을 수 있는 유인 요소를 지녀야 하고 그 유인 요소가 이미 지명도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백남준'인 것이다.

백남준 특별전은 그냥 탄생한 것이 아니다. 전시회가 열린다고 할 때 관객은 그저 한 번 둘러보고 가면 될 지 모르지만 그 전시를 위해 뒤에서 고생한 이들이나 과정은 그야말로 험난하기만 하다.
그 첫 번째 어려움이 예산이다. 작품 한 점을 일주일 대여하는 데 보통 300만원이 기준이고 보니 입체 작품 19점과 평면 작품 11점 등 총 29점을 한 달 간 전시하려 할 때 들어갈 예산이 얼마인가. 다행히 이 문제는 평택 미협 지부장이 나서서 중앙 미술계에 영향력 있는 인사를 통해 정책적인 배려로 해결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서 가능했다. 평택처럼 중앙 예술의 소외지대에서 그런 전시를 유치하려고 하는데 도와주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하지만 그런 배려에서도 실제로는 예산이 전무한 실정이었다. 다행히 평택시가 연초에 배정한 1,000만원이 있었기에 몇몇 평택시 도의원과 시의원 그리고 시청 관계자들의 도움을 얻으면서 경기문화재단을 6개월 간 노크한 끝에 회기 중 예산을 배정 받는 특별한 케이스로 일부의 예산을 또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충분한 예산확보에는 크게 미흡하여 최근, 평택에 개점한 대형 할인점 ㅇ마트를 찾아 지원을 요청할 요량이었으나 점장을 만나기도 전에 사무실 밖에서 직원과 서서 몇 분간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 박대를 받고 돌아서기도 했다.
다행히 기대도 하지 못하던 개인 사업가가 나서서 아주 쉽게 부족한 예산을 '협찬'이라는 명분으로 채우는 호의를 받아 이 전시를 갖게 된 것이다.

겨울 방학을 전후하여 한달 간(12. 15 - 1. 13) 열리는 이 전시는 가볼 곳이 없는 어린 학생들은 물론 일반 성인들도 한 번쯤은 가볼 만한 것이다. 어떤 명분과 의미도 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 관심과 사랑 없이는 메아리에 불과하다. 평택호 예술관 개관행사로서가 아니라 언제나 그런 대형 전시를 볼 수 있으려면 관람객들의 관심과 사랑이 이어져야 한다. 그것만이 백남준 대신 평택예술가의 작품을 걸어도 사람들이 찾아주는 길이 되고 오늘 백남준 비디오 아트를 초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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