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선 행(평택녹색소비자연대 사무처장)

2005년 11월 경기도교육청의 통계에 따르면 평택에는 중학교가 21개교에 학생수 1만6699명, 고등학교가 17개교에 학생수 1만4132명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3만명이 넘는 신입생과 재학생들이 등교를 준비하며 신학기 시장을 형성한다. 그 중 교복만 살펴보면 남학생 겨울옷(동복) 1벌(재킷, 남방, 바지, 카디건) 가격이 대략 25만원 안팎이다. 여기에 체육복, 벨트, 넥타이, 실내화 등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을 더하면 30만원이 훌쩍 넘는다. 하복 1벌(남방, 바지)은 8만원 안팎으로 보통 2벌을 구입하며 15만원이 넘는다. 신입생이 지불하는 교복가격은 연40만원~50만원에 이른다. 여학생의 가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신입생 1만명이 40만원의 교복을 최소한 1벌 구입한다면 연40억원의 시장이 평택에서 형성된다.


교복 가격에 대한 논란은 시민단체와 학부모로부터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선정하여 과다한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으며, 유통단계가 복잡해지면서 유통마진이 증가하는 등 교복가격은 시나브로 오르고 있다. 가뜩이나 공교육비 외에 사교육비의 부담이 늘어만 가는 추세에 학부모들은 교복의 가격이 부담되지 않을 수 없다. 혹자는 3년간 40만원이면 비싸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왜 교복가격만을 문제로 삼는지 항의하기도 한다. 그러나 교복은 일방통행이라 정해 놓은 디자인, 가격에서 다양한 선택의 여지가 없기에 소비자의 권리는 자꾸만 뒷전으로 밀리기만 한다.


교복을 저렴한 비용으로 구입하는 방법으로 공동구매가 있다. 성공적으로 공동구매를 실시해 가격 거품을 걷어내고 대기업의 가격보다 10만원 이상 저렴하게 구입한 사례는 인터넷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공동구매를 추진하는 주체로 먼저 학교를 들 수 있다. 학교장의 확고한 의지도 중요하겠지만 실질적인 주체는 학교운영위원회이다. 설문조사에서부터 업체선정, 견학, 계약이행 등 일련의 과정을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이끌어 간다.


지난해 11월26일 대법원은 교복가격 담합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25억6천여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교복3사가 낸 시정명령 등 취소청구 소송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전국학생복발전협의회를 만들어 학생복 판매가격 결정 방법이나 인하율 등의 기준을 제시하고, 학생복 제조ㆍ유통업체들이 학부모회 등에서 추진하는 학생복 공동구매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방해한 사실 등이 인정된다”고 판결하였다. 이는 6년 전에 교복 3사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한 사실의 재연이다. 그동안 과징금을 부과하였지만 유통구조가 개선되거나 교복가격이 획기적으로 저감되지 못하였던 현실을 생각한다면, 이번 조치야말로 특별한 특단의 조치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이번에 일반 학부모의 교복가격 부담을 고려하여, 5월까지 교복착용을 유예토록 하고 학교운영위원회 등에게 교복 공동구매를 권장한 것은 만시지탄이나 환영할만한 조치이다. 평택에는 신학기가 시작되고 신입생 입학식을 준비하면서 자율복장으로 5월 이후에 교복을 입는 학교도 있고 입학식부터 교복을 입는 학교도 있다. 교복 입는 시기를 늦춘 것은 학교와 학부모에게 공동구매할 수 있는 시간을 공식적으로 부여한 것이다. 이제 공은 학부모와 소비자의 손으로 넘어온 것 같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새롭게 결성되어 교복공동구매에 대한 강력한 의지로 공동구매를 추진한다면,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크게 줄이고 합리적인 소비생활의 출발이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학교운영위원회에 대한 학부모의 기대와 관심이 커지는 이유이다. 평택에는 38개의 중ㆍ고등학교가 있다. 교복 공동구매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학교가 늘어나는 것을 기쁘게 상상한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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