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호흡 여유로움 어쉬운 정치 현실… 상생(相生)적 사고방식 가졌으면

우리는 매 순간마다 숨을 쉬며 살아가는데 이 숨쉬기가 워낙 원초적인 생리현상이다 보니 그 중요성을 까마득히 잊고 있다. 호흡은 태어나면서부터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레 이뤄지니까 사실 별로 신경 쓸 일도 아니다. 그런데 숨쉬는 것처럼 중요한 것도 없다. 숨을 잘 쉬면 정신수양이 이뤄지고 건강해지며 장수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주 옛날부터 국선도라는 단전호흡 수련법이 전해져 오고 있다. 고구려시대에는 조의선인( 衣仙人)이라 해서 훌륭한 인재를 뽑았는데 이들은 단전호흡 등 심신수련을 통하여 인격수양과 무술연마를 했다. 을지문덕, 양만춘, 을파소 등이 대표적인 조의선인들이었다. 신라의 화랑들도 명산대첩을 찾아다니며 심신을 연마하고 풍류와 멋을 추구하면서 도를 닦았는데 여기에서도 단전호흡이 주요 수련과목이었다. 김유신, 관창, 원술 등은 잘 알려진 화랑들이었다. 조선조 시대에는 퇴계 이황 선생이 도인법이라는 기체조를 하면서 단전호흡 수련을 했다고 한다.

오늘날은 주로 건강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단전호흡 도장을 찾고 있다. 현대의학이 한계를 드러내자 대체의학과 함께 기(氣)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단전호흡 수련자들이 날로 늘고 있다. 단전호흡으로 건강을 회복한 사람이 많다고 한다. 단전호흡은 육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수양에도 좋다고 한다. 단전호흡을 통해 숨고르기를 하면 마음이 정리되고 온 몸에 기가 원활하게 돌기 때문에 건강이 자연히 뒤따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단전호흡법에 따라 숨을 깊이 단전까지 들이마시고 한참 멈추었다가 내쉬면 몸 속에 있는 노폐물과 함께 욕심도 빠져나가면서 단전에 응축되었던 기가 온 몸에 퍼지고 힘과 여유가 넘치게 된다.

병약하거나 스트레스에 의해 지쳐 있는 사람들일수록 숨의 길이가 짧으며 가슴 얕은 곳으로 숨을 쉬고 있다. 많은 현대인들은 무엇인가에 쫓기면서 가쁜 숨을 몰아 쉬고 있다. 숨가쁘게 일하고 숨가쁘게 먹고 마시며 또 운동도 숨가쁜 것만 골라서 한다. 그래서 그런지 국가나 사회도 똑같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여유 있어 보이는 것이 별로 없다. 만연하고 있는 사회 병리현상들은 모두 이렇게 숨가쁘게 돌아가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를 보면 그제나 이제나 한결같이 숨가쁜 장면이다. 요즈음 한창 뜨고 있는 드라마인 여인천하를 보면 서로 상대방을 찍어 내는데 혈안이 돼 있다. 그래서 참으로 위대하신 조광조 선생이 찍혀 나갔다. 현대 정치사도 마찬가지다. 찍어 내는 정치의 점철이다.

단전호흡의 기(氣) 차원에서 보면 상사(相死)주의적 사람과 상생(相生)주의적 사람이 있다. 가쁜 숨을 몰아 쉬는 사람들은 기가 잘 안 돌아 몸과 마음 속에 나쁜 기운만 충만해 있으므로 저만 살려고 자포자기 상태에서 남을 해치려 드는데 이는 결국 자신도 죽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상사주의적이다. 요즈음 정치인들이 거의 다 이런 범주에 드는 것 같다. 이에 비해 단전호흡 수련을 하여 기 순환이 잘되는 사람들은 몸 안에 좋은 기운만 감돌고 있으므로 넘쳐 나는 기를 남에게 나눠 주며 같이 살자는 태도를 취한다. 상생적 사고방식에 사는 사람들이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윈윈(win win) 전략이 이런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인들 중에 이런 범주에 드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최근 대권주자들의 할딱거리는 숨소리가 들려 오고 있다. 숨소리를 들어보면 그들 중에는 단전호흡 수련을 한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그들의 말을 들어 보면 상생이 아니라 거의 상사에 가깝다. 호흡이 가쁘고 얕고 거칠면 그렇다. 대권주자들은 탁월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말과 행동에서 탁월한 덕과 여유가 별로 없어 보인다. 이런 점에서는 지방 정치가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모든 정치인들에게 단전호흡 수련을 권하고 싶다. 수련하는 한 시간 동안 몸을 풀고 단전 깊숙한 곳까지 숨을 들이 마셨다가 내쉬면 마음이 비워지고 손발이 따뜻해지면서 여유가 생긴다. 그러면 수양이 되고 국민을 위해서 말 한마디라도 어떻게 해야 하며 행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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