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박근혜가 이명박 뒤집는다”

중앙  일보 정치부장대우가 15일 출간된 자신의
          책을 들여다보고 있다.

재보선의 여인’ 저력 발휘하지만 후보단일화 어려울 것 

 노무현은 ‘경상도 후보’ 확고…고건은 진대제와 연대해야

우리 신문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여의도통신은 지난해 12월 15일 전영기 중앙일보 정치부문 부장대우를 만났다. 국회의원 모니터 전문매체인 여의도통신이 인터뷰 대상자를 정치인이 아니라 언론인으로 선택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는 그날 막 나왔다는 한 권의 책을 가지고 왔다. <2007년 대선 승자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이 달린 이 책의 판권에는 실제로 발행일이 ‘2006년 12월 15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잘 알다시피 2007년은 대선의 계절이다. 이맘 때 쯤이면 봇물을 이루는 대선 관련 서적 출간의 물꼬를 연 그로부터 여의도통신은 대선 기상 예보를 들어보기로 했다.

전 기자의 책은 몇 가지 측면에서 주목된다. P=f(S, H, E)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집권함수를 창의적으로 제시한 것이 그렇고, 21개 집권요소를 동원해 유력 대선주자들의 집권예상점수를 직접 매겼다는 것이 그렇다. 실제로 이 점수 매기기 작업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선두다툼 추이를 두 번이나 정확하게 맞추기도 했다.

인터뷰는 두 개의 주제를 가지고 진행됐다. 텍스트에 해당하는 책을 두고 나눈 이야기와 텍스트를 덮어놓고 자유롭게 나눈 이야기가 바로 그것. 그러나 지면의 한계 때문에 전자의 이야기는 건너뛸 수밖에 없었음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 참고로 지금부터 등장인물 뒤에 붙는 거추장스런 직위나 직책은 과감하게 생략했음을 밝혀둔다.

노무현이 ‘경상도 후보’를 고집하는 이유
-당신이 개발한 집권함수와 21개 집권요소를 동원해 2007년 12월 대선에서 누가 승자가 될 것인지 말해 달라.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보자면 이명박이 유리한 것만은 사실이다. 그는 성장이라는 시대정신의 구도를 선점했다. 경부운하라든가 과학비즈니스도시 건설 등 성장의 원천을 찾는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실현 가능성 여부는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이 사람들의 폐부에 꽂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로써 이명박은 시대와 성장의 민심을 읽었고, 컨텐츠(내용)도 있다는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박근혜는 어떤가?
“박근혜는 컨텐츠가 굉장히 부족하다. 단아한 이미지 같은 것으로 계속 점수를 따고 있는 상황이다. 권력의 의지는 강화되었지만 이명박이 여러 가지 면에서 점수를 많이 따고 있기 때문에 추월당한 것이다. 그러나 4월에는 박근혜가 좀더 유리하다. 격차가 좁혀지는 요인들이 기다리고 있다. 재보궐 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흔히 박 전 대표를 선거와 관련해 ‘마이더스의 손’이라고 한다. 그것은 박근혜만 가지고 있는 강한 힘이다. 재보궐 선거는 4월에 있는데, 그 효과가 한두 달 지속되면서 뒤집을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그 약효가 두 달만 유지된다면 경선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동부리그에 비해 서부리그에는 스타 선수가 적다. 서부리그의 최종 후보는 누가 되리라고 보는가? 고건인가? ‘제3의 후보’인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고건과 노무현의 싸움이 될 것이다.”

-그게 무슨 말인가? 노무현은 선수가 아니지 않은가?
“타고난 싸움꾼인 노무현이 큰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고건은 한 번도 싸움을 해 본적이 없다. 서부리그의 대표선수가 되려면 절차가 필요하다. 강한 파이팅 이슈를 가지고 리그 대표가 되기 위한 싸움을 해야 하는데, 언제 한번 제대로 싸운 적이 없다. 고건은 대통령 노무현과 싸워야 한다. 노무현이 내다보고 있는 길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사실 그거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노무현이 대선에서 경상도 후보를 낸다는 것이다.”
-경상도 후보라고 했는데, 실명을 말할 수 있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김두관, 유시민, 김혁규 등이 있다.”

고건은 진대제와 연대하는 것이 좋다

-노무현의 다음 수순은 뭐라고 보나?

“김대중과의 연대가 있을 것이다. 호남 민심을 끌어당겨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노무현이 지금 통합신당을 반대하는 이유인데, ‘집토끼’인 호남과 벌써부터 하나가 되려고 하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다음은 충청도 전략인데, 충청도는 이익투표를 한다고 본다. 충청도는 이익을 제공하면 따라온다는 인식이 노무현에게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같은 것 말이다. 이것이 노무현이 보는 길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현재 민주당과 단순하게 통합하는 것보다는 노무현의 길이 훨씬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통합신당은 경상도와 충청도를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건의 경쟁력을 어떻게 봐야 하나? 범여권이 침체할 때 독자적인 힘으로 지지도가 올라가면 보색효과를 높이면서 후보로서의 가치가 수직 상승할 텐데 동반 하락하고 있다.
“고 전 총리는 ‘휴식형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메이킹 리더십이 부족하다. 사실 고건은 이런 때일수록 영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고건이 할 일은 두 가지다. 노무현에게 붙어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자신의 편으로 끌어와야 한다. 고건의 최대 약점은 호남 출신이라는 것이다. 호남의 인구는 동부지역의 2분의 1도 안 된다. 따라서 강력한 러닝메이트를 찾아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진대제가 좋다. TK 출신이고, CEO형이고, 성취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이런 사람을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 승리는 하나다. 지역을 잡고, 시대를 읽는 것이 승리의 요인이다.”

-고건의 권력의 의지가 약하다고 봐야 하는 것인가?
“약하다. 권력의 의지가 강하려면 권력이 아닌 것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노무현은 이런 면에서 칭찬해주고 싶다. 권력의 의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지금 다 버리고 있다. 우선 언론의 지지를 포기하고 있지 않은가. 승리를 위해서라면 임기도 내던질 태세다. 권력의 의지라는 것은 바로 이런 거다. 집권을 위해서라면 예의도, 가치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노무현이 이 점에서는 강하다. 고건이 권력의 의지가 있다면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것도 해야 한다. 그것은 행정형 리더십을 포기해야 가능하다.”

박근혜와 이명박 각자 출마 가능성 50%

-동부리그의 플레이오프전이 성사할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는가?
“이명박과 박근혜의 경선 가능성을 묻는 듯한데 안 될 수도 있다. 이명박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4개월째 박근혜를 10% 격차로 앞서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의 성은 견고하다. 저소득층에서도 박근혜 지지도가 앞선다. 한나라당 대의원이나 당원들의 성향도 비슷하다. 이명박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남의 잔치’에 들러리로 들어가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다. 비슷한 예로 박근혜는 지난 9월 말 경선 참여를 선언했지만 이명박은 아직도 안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다수의 후보가 난립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
“박근혜와 이명박이 따로 출마할 가능성이 50%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동부리그의 박근혜와 이명박, 서부리그의 고건 아니면 제3의 후보가 맞붙는 3강 구도가 될 수도 있다. 이런 구도 하에서는 서부리그 후보가 고건이나 노 대통령이 미는 후보로 단일화되면 서부리그가 이긴다. 동부리그의 후보단일화 여부가 올해 대선 승리의 관건이다.”

-이번 대선에서 예상되는 돌발변수를 예측해 본다면?
“북한의 급변 사태를 들 수 있다. 지금 베이징 6자회담은 국면적인 정세의 변화에 불과하다. 구조적으로는 북한 내부가 곪아 터지고 있다. 이번에 미국이 북한의 돈줄을 잡아챈 것이라든지 사치품 반입을 제한한 것이 큰 효과를 봤다. 시행착오 끝에 미국이 김정일의 급소를 알아낸 것이다. 김정일은 점점 궁지에 몰릴 것이고, 대선을 앞두고 붕괴되면 연쇄적 대량 난민사태가 올 수도 있다. 또 북한의 핵물질을 과연 누가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생긴다. 그렇게 되면 주권적으로 비어있는 북한의 영토를 누가 보호할 것인가? 중국이 올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최소한 영토에 대한 욕심은 없다. 이런 면에서는 적어도 두 나라가 우리 편이다. 이런 급박한 상황이 오면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도 있다. 사회적인 합의가 되면 선거가 연기될 수도 있다.”

중임제 개헌 피하는 한나라당은 바보

-이 책을 통해서 당신이 진정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좋은 대통령을 뽑아보자는 거다. 2007년에는 안희정이 언급한 평화와 복지에 집중할 여유가 없다. 도리어 평화와 복지의 비용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로 넘어가기 위해 12년이나 보냈지만 아직도 이러고 있다. 선진국에서 이런 예가 없었다. 평화와 복지를 위해서라도 먼저 성장과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갈라진 세력들과도 손잡고 성장과 통합을 이뤄내는 대통령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 헌법 70조만 바꾸는 ‘원 포인트 개헌’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는데,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는가?
“물론이다. 4년 중임제로 바꾸는 원 포인트 개헌을 반드시 해야 한다. 지금 한국의 많은 문제는 대통령 개인이 못나서 생긴 것이 아니다. 현 대통령 제도의 실패라고 보는 것이 옳다. 한번 하고 나면 끝이기 때문에 집권할 때는 평가를 받지만, 집권 후에는 애초부터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다시 집권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거시적인 차대의 정책이 아니라 미시적인 당대의 정치에 집착하게 된다. 무엇보다 먼저 선거의 핵심 기능은 평가가 아닌가. 그런 점에서 보자면 반대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바보다. 정권을 평가받는 시스템으로 가면 한나라당에 두 번의 패배를 안긴 이미지 정치가 통하지 않게 된다. 결국 새로 등장하는 여권의 후보가 내년 초에 이 문제를 다시 제기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담: 정지환 여의도통신 대표기자
정리/사진=여의도통신 이정원/한승호 기자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