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 하 식 한광고교 국어교사
지역민에 도움 안되는 매립계획 이해 안가
내가 머무는 평택이란 지역에는 이따금씩 찾아가 바다 내음을 맡으며 갯벌의 운치를 한껏 맛볼 수 있는 '행담도'라는 섬이 있다. 글자 그대로 언제 가봐도 해맑은 섬. 도서의 대부분이 구릉지인 까닭에 밭뙈기라 할만한 터전도, 논마지기랄 벌판도 없이 주민 대부분이 대대로 굴이랑 바지락 등을 양식하며 조용히 살아간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행담도를 가로 걸쳐 턱 버티고 앉아 무려 7,310m에 달한다는 거대다리를 건설하여, 동양최대의 휴게소에다 녹색으로 뒤덮은 생태공원을 거창하게 기획한 것까지는 그런 대로 괜찮았으나, 위험천만하게도 발상이랍시고 한다는 짓이 행담도를 깔아 엎어 면적을 그 몇 배로 늘릴 궁리를 하는 바람에, 도무지 돈을 주고도 못 살 아까운 천연의 향기로운 갯벌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버렸다면,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 치고 어느 누구라서 그냥 가만 멍하니 두고만 볼 참이런가!
이른바 "행담도 갯벌매립" 건이 그것인 바, 그 동안 국토확장과 농지확보,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공단개발확대 등의 눈부신 명목 아래 너무나 무차별적으로 간척사업을 강행함으로써, 광활하기 그지없던 연안갯벌도 거의 소멸되는 가운데 특별관리 해역으로 지정해야 할만큼 이 유역의 수질이 극도로 악화되어 있을진대, 바닷가 푸른 물에 발 담그고 앉아 아름다운 노을에 비껴 살포시 나를 향하여 속삭이던 예쁜 섬이 시커먼 시멘트로 메워져 사라져버린 일대의 을씨년스런 풍경은 굳이 아니 봐도 너무 훤하지 않은가.
기존 사업계획에서 호텔과 눈썰매장 및 주차타워 건설 계획을 취소해 비록 29%를 줄인 규모라고는 하나, 공사와 업체의 논리대로 각종 위락시설이 거창하게 들어섰다고 치자. 오염물질을 과다 배출시키는 반환경적인 시설이 경쟁하듯 난무할 것이 아닌가. 특히 개발면적의 절반이나 차지한다는 골프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다량의 맹독성 물질은 어찌할 셈인가. 즉 우수 유입시 잔류농약을 바다로 방류함으로써 독을 품은 수산물이 우리네 밥상으로 버젓이 되돌아오는 기막힘만은 지레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필자가 듣기에 행담도 주변의 해양레저단지 조성을 위해 갯벌이 없어지고 나면, 해수호에 큰 변동이 생겨 평택시내 저지대가 수장됨은 물론 대규모 항구와 공단건설 등으로 이미 유역폭이 좁아져 해수흐름의 이상으로 인해 합덕지방 우강평야의 농경지 배수조절에도 문제발생이 예견되는 바, 장차 홍수가 되어 닥칠 치명적인 악재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전문가마다 입맞춰 이구동성으로 경고하고 있는 중차대한 사안을 그저 강 건너 불 구경하듯 간과할 터인가.
어디 그뿐인가. 유흥시설에서 내뿜는 각종 퇴폐문화는 노유(老幼)를 가릴 것 없이 몸과 맘을 검게 물들이며 거침없이 두고두고 줄줄 흘러내릴 꼴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닌가. 결국 주민의 입장에 서서 생각할 때,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과 행락객들의 틈에 끼어 함께 즐길 수 있는 명승지가 되기보다는, 온갖 불편을 감수한 채 먼발치에서 속이 상해 바라봐야만 하는 볼썽사나운 상황의 도래가 명명백백한 것이다.
따라서 내륙과 연계된 관광코스가 개발되면 지역경제가 회생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환상은 애시당초 버리는 편이 현명하다. 도리어 그 동안 지역사회의 소비계층인 다양한 방문객과 관광객이 행담도로 역이동하는 기현상이 벌어져 외려 기존 지역상권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고, 지금보다도 훨씬 줄어든 관광수입과 지역경제의 위축만 남긴 채 대기업(일부 수익금은 외화로 유출)과 도로공사만 배부르게 되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환경친화적인 행담도 개발을 위한 현실적 대안은 없는가?
행담도는 기존의 섬 면적만을 활용하여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쾌적한 고속도로 휴게소로 만들어야 한다. 행담도에 휴게소만 건설하고 갯벌을 매립하지 않는다면 일부 특정 계층을 위한 개발이 아닌 누구나가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되는 당당한 명분과 함께, 환경도 지켜지고 주변지역의 연계관광을 통한 지방경제 발전에도 나름대로 기여하게 될 것이며, 인근주민과도 화합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다행히 이번에 이 건에 대한 관계당국의 전면 재검토 의견이 나오는 등 괄목할만한 사태의 진전이 있기는 하지만,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해양수산부 및 환경부의 불가의견이 한국도로공사에 의해 왜곡 조작되어 자행된 사실이 일부 밝혀진 만큼 일체의 위법적인 계획은 당장 철회되어야 하며, 차제에 관련부처 의견을 무시하고 추진되어온 그간의 실상을 만천하에 공표하는 조치가 당연할 것이다.
아울러 주민설명회를 빙자하여 이해가 얽힌 평택과 당진 양측의 분란을 조장하는 듯한 오해의 소지는 완전히 불식되어야 한다는 것과, 이후의 난개발로 인한 모든 피해사항은 시행주체의 귀책사유에 해당한다는 점도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엄숙히 밝혀두고자 한다.
아무튼 이것저것 감안하여 행담도에 관한 현안을 두루 살펴볼진대, 현재의 판단으로는 인근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이 분명하다. 모든 개발계획은 해당 지자체와 구성원, 그리고 주변생태계가 함께 공유하는 합의여야 한다는 데도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더 이상의 갯벌매립 획책은 중단해야 마땅하다.
재잘거리며 좋아라하는 두 아이들과 함께 여름방학이면 어김없이 통통배에 몸을 싣고 찾았던 섬. 아담한 섬 주위를 돌아 칡넝쿨 헝클어진 해변을 걸으며 추억 어린 고동을 한 움큼씩이나 주워 담고는 해거름이 바닷물 속에 드리울 때까지 우리 넷만의 낭만을 남몰래 구가하던 섬. 아, 허나 시방은 배가 아닌 차로 멋없이 들락거려야만 한다니! 행담이라는 이름을 처음 듣고서 밤새 뒤척이며 못내 궁금해하던 그 시절이 새삼 그리워진다.
조하식 : 월간?맥문학 수필등단, 한양대학교 교육학석사, 한광고등학교 국어교사
평택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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