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은 우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

판공비 소송에서 승소를 한 뒤 많은분들이 격려와 축하의 말들을 해주시는 것을 보면서 시민들은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평택시의 행정에 대해 억울해하고, 답답해한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1년이나 걸렸던 평택시와의 지난한 판공비 소송을 이겼다는 통쾌함 이전에 이번 일이 계기가 되어 평택시의 폐쇄성과 오만한 행정이 정말 개선된다면 큰 기쁨일 것이다.

그동안 참여자치연대가 판공비공개운동을 많은 어려움 속에도 진행한 이유는 "정보가 없으면 참여도 없다"라는 말처럼 '알권리의 보장 없이는 시민의 참가'에 의한 행정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행정부패의 방지, 행정의 감시를 위해서도 판공비공개는 시급한 일이다. 폐쇄행정으로 인한 부정부패와 그로 인해 초래되는 공공재정의 낭비는 대부분 시민의 감시가 미치지 않는 밀실정치가 구조적으로 가능한 데에서 기인한다. 판공비공개운동은 바로 사전예방을 위한 납세자 운동의 출발이자 귀중한 민주주의의 초석이다. 판공비공개를 포함한 행정정보의 공개는 시민의 알권리 보장, 시민의 행정참여의 확보, 행정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 시민의 권익보호를 위한 시대의 흐름이자 최소한의 행정서비스인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많은 부분에서 눈가리고 아웅하는 형식적 정보공개만 반복되는 과정이다. 판공비는 당연히 시민이 낸 세금으로부터 편성되는 예산항목중의 일부이고, 공적인 용도로 적정하게 사용되어야 하는 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공직사회에서는 언제부터인가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이 판공비를 자신의 '쌈짓돈'으로 생각하는 풍토가 자리잡아 왔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 드러난 것처럼 판공비 지출 관련 문서의 공개는 관관접대, 관언접대, 관과 토호세력 유착 등의 고질적인 부조리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기에 판공비공개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예산감시운동이 보다 심화 확대되고 다른 예산 항목에 대한 감시, 나아가 지방자치단체 예산 전반에 대한 감시와 제도개선운동에 이르기가 용이해지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올해 평택시장은 3억이 넘는 판공비를 쓰고 있지만, 그 돈이 선심성 접대비와 격려금으로 쓰이고 있을 거라는 추측만 할뿐, 증빙서류가 공개되고 있지 않아 제대로 공적용도로 쓰이고 있는지 자신할 수 없다. 산술적으로 시장임기 7년동안 약 20억이 넘는 판공비가 '쌈짓돈' 처럼 쓰여졌다고 짐작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평택시의 계속된 거부로 인해 결국 소송을 통해 판공비 서류 일체를 공개 받을 수 있게 되어, 판공비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조만간 시민들에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은 다행한 일이다.

내년 선거를 의식하여 패소를 감수하고 고등법원에 항소하여 '시간끌기'를 할 확률은 있지만, 평택시가 판공비를 제대로 사용했다면, 납세자인 시민들에게 그 사용내역과 지출증빙서류를 공개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평택시는 희망이 있는가?

나는 있다고 본다. 비록 일부 경직된 공직사회의 무사안일한 행정으로 인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시민이 부담하는 구조는 개선되고 있지는 못하기에 좌절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 같은 시민단체가 시민들속에 자리잡아 가고, 행정권력을 향해 당당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가 지역사회의 근저에서부터 도도한 변화의 흐름이 강렬히 일어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변화를 이끄는 희망의 주인공은 당연히 평범한 모든 시민이다. 하나하나 잘못된 성역을 무너뜨리고 있는 도도한 시민사회의 물결을 누구도 막지는 못할 것이다. 그 물결이 평택시의 희망이다.

지금 평택에는 많은 문제로 인해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호환경 소각장 폐쇄운동, 평택호 보전운동, 미군기지 확장반대운동, 올바른 장애인복지회관 건립운동, 잘못된 시의 예산낭비를 막기 위한 운동 등 어떤면에서는 갈등을 불러 일으키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거칠수도 있지만 그런 소중한 시민행동이 있기에 지역사회의 잘못된 구조와 의식이 하나둘 깨져 나가는 것이다. 행동하는 시민이 아름다운 사회가 21세기의 희망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고, 감시 받지 않는 밀실행정에 낭비가 뒤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나라곳간이 알뜰하게 운영되는지를 감시하고 그 정보를 공개토록 하는 일, 시민사회의 당당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야말로 시민의 권리이자 주인으로서의 당연한 의무이다. 지역의 주인 나라의 주인이 나서지 않으면 지역살림, 나라살림을 돌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의 손으로 투명하고 깨끗한 참여자치사회를 건설해 나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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