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우와 떠나는 생태기행 62
자동차 연료가 휘발유·경유·LPG 등 화석연료에서 수소·전기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평택시는 ‘대한민국 수소1번지’라는 비전을 내세우며 수소충전소·생산기지 등 인프라 구축과 친환경자동차 구입 보조금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그레이수소 생산시설이라고 주민들로부터 비판받던 평택시 수소생산기지와 연계해 탄소 포집·활용(Carbon Capture&Utilization, CCU) 시설이 정상 가동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원정리 수소생산기지를 방문했다.
원정리에 에너지 관련시설 집중
공정에 필요한 해수취수에 적합
대규모산단 경기남부지역 밀집
에너지 수요처와의 거리 가까워
수소생산기지는 서해안인 포승읍 원정리에 있다. 평택시청에서 출발해 수소생산기지로 가는 국도 38호선 여기저기가 공사 현장이다. 진위천을 건너는 궁안교는 새로운 다리가 기존 다리 옆에 나란히 증설되고, 증설된 다리와 확장되는 국도를 연결하는 중장비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포승읍 내기리를 지나 원정리 마을을 지나자 대규모 에너지 시설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남양호와 SK LPG저장탱크가 가장 먼저 보이고, LPG 운반용 대형 탱크로리 트럭이 드나든다. 산에는 석유 저장탱크가 큰 덩치를 감추고 숨어있다. 서쪽에는 화력발전소 굴뚝과 발전설비가 보이고,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 도시와 산업단지로 공급하는 송전탑·송전선로가 동쪽북쪽으로 끝없이 이어진다. 우리 일행은 발전소 옆 도로를 따라 이동하다 수소를 생산하는 구조물과 탄소를 포집하는 시설에 도착한다. 남양만의 남측 해안에 LNG저장탱크가 여럿 보인다.
포승읍 원정리(아산국가산업단지 원정지구)는 전력을 생산하는 화력발전소,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LNG 인수기지, 석유·LPG 저장시설에 최근에는 수소생산기지까지 정말 다양한 에너지 관련 시설이 모여있다. 다양한 에너지 산업 관련 시설이 모인 것은 평택항으로 석유·천연가스 등 연료를 수입해 액화천연가스를 장기간 저장해 도시가스를 생산하는 기화공정에 필요한 해수를 취수하기에 적합한 위치이기 때문이다. 평택화력발전소 전력생산 과정에 냉각수로 이용하고 배출되는 온배수를 도시가스 기화 공정에 활용하면 열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특히 수요 측면에서 경기남부지역에 반도체·자동차 공장 대규모 산업단지가 밀집해 있어 생산지와 에너지 수요처의 운송 거리가 가깝다.
수소생산기지 최근 흑자로 전환
이산화탄소 포집시설 준공으로
산업생태계 확장 등의 기반 마련
15톤 증설공사를 마무리하면
배관망을 통해 수소 직접 공급
평택도시공사·한국가스기술공사·경기도·정부가 공동 출자한 수소생산기지는 2022년 7월 준공한다. 설립 초기 수소 인프라들이 적자로 운영을 감당하던 상황에서 운전 기간이 늘어나 기술이 축적되어 최근에는 수소생산 판매 수익구조가 흑자로 전환되고 있다. 기존 수소생산설비 옆에 수소를 하루 15톤 생산하는 수소생산기지를 증설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그런데 화석연료인 도시가스를 원료로 수소를 생산하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기 위해 수소생산시설에서 배관으로 직접 연결해 이산화탄소 포집시설이 2025년 10월에 준공되어 탄산음료·반도체 제조 공정에 활용하는 산업 생태계 확장과 블루수소 생산 기반을 마련했다.
평택항 수소교통복합기지도 조성해 물류트럭, 수출용 자동차 운반용 카캐리어 등 대형트럭을 충전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대용량 수소충전시설을 운영 중이다. 수소생산기지 증설공사가 마무리되면 수소생산시설과 배관망을 연결해 수소를 직접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 11월 11일 평택시는 평택항을 탄소중립 그린수소항만으로 조성하기 위해 현대자동차그룹·평택지방해양수산청·경기평택항만공사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협약에 따라 ▲평택항 기아현대글로비스 사업장 내에 수소연료전지 발전기 도입을 위한 기술개발 ▲수소 항만장비 및 트럭, 수소충전소, 수소암모니아벙커링 등 친환경 항만 전환 지원 같은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평택지제역 인근 공영버스차고지 내에는 SK 하이버스 평택모곡수소충전소가 운영되고 있다. 대형버스 충전을 위한 액화수소 충전소도 운영 중이다. 시내버스와 삼성전자 직원 출퇴근을 위한 수소 통근버스 등 대형버스 여러 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다. 수소자동차 보급 확대, 수소 시내버스 증차와 함께 충전소 확대, 수소생산량 증설이 시급하다.
수소도시 정책 목표에 우호적 여론
형성하려면 충전소 인프라 확대와
안정적 공급망 구축에 투자 늘려야
수소도시 계획을 지속해서 추진한
정책…장기적으로 긍정평가 얻을 것
수소자동차를 구입해 3년간 이용하고 있다. 요즘 환율로 인해 휘발유·경유 등 주유비가 많이 인상되는 경제 상황에서 수소충전비는 부담이 덜하다. 현재 평택 지역 수소충전소에서 공급받는 수소는 평택수소생산기지에서 도시가스 개질 공정으로 생산한 수소와 대산석유화학단지 공장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공급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석유화학 업종의 생산 부진으로 부생수소 발생량이 줄어들어 수소 공급 부족 문제로 수소차 운전자들의 불편이 간헐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소자동차 운전자들은 여전히 실시간으로 ‘하잉’ 앱을 검색해 충전소를 찾아야 한다. 장거리 운행에는 자동차 계기판을 수시로 살펴보며 충전소를 방문해 수소를 가득 충전한다. 수소자동차 운전자들을 수소도시 정책 목표에 우호적인 여론 주도층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충전소 인프라 확대와 함께 안정적인 수소 공급망 구축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평택항 항만 준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준설토 투기용으로 계획된 유휴수면 약 727만㎡(220만평)에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해양수산부에 건의했다. 해양수산부에서 받아들일 경우 국내 최대 규모인 500MW급 태양광 재생에너지 단지가 조성된다. 경기도는 공유수면 사용 등 인허가 절차를 위해 실무협의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앞으로 평택항에 태양광발전으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수소(수전해) 방식이 추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장선 평택시장이 ‘대한민국 수소1번지’라고 자랑하며 수소도시 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정책은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다. 평택시는 평택항 LNG인수기지가 있어 도시가스를 이용한 수소생산과 그린암모니아 수입에 유리하다. 특히 미세먼지가 나쁜 지역이라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청정연료인 수소 관련 인프라 구축 정부공모사업 선정에도 우선 고려 대상이다.
박환우 환경전문기자
경기도탄소중립도민추진단 평택시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