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임윤경 평택평화센터 대표

임윤경 평택평화센터 대표
임윤경 평택평화센터 대표

모처럼 긴 추석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지하철 요금 인상과 전기. 수도요금 인상, 고물가, 고금리, 고유가, 실질임금 하락 등 20년 만에 직면하게 된 실제 물가 상승이다. 보수적인 경제신문들도 일제히 하반기 경제를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판은 엉뚱하게도 이념논쟁에 빠져 있고 정책다운 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올해도 저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국가 재정이 제 역할을 못해 생긴 탓도 크다.

80조에 해당하는 부자감세와 대기업 감세 법안을 통과시켰고 내년에도 3조 이상의 부자감세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부자감세, 대기업 감세만을 해주면서 국가 재정이 어떻게 되든 말든, 국민들의 삶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는 듯 보인다. 이러다보니 청년예산 삭감, 사회서비스원 운영 예산 삭감,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 전면 삭감, 동료지원가(장애인) 예산 삭감, 중증장애인공공일자리 예산 전면 삭감 등 공교육, 건강, 돌봄 정책 등 광의의 공동체에 대한 재정정책이 사라지고 국가 재정이 해야 할 역할을 서민들이 감당하게 되었다.

이런 속에서도 예산이 증액된 부처가 있다. 바로 국방부 예산이다. 국방비는 59조 5885억원으로 전년대비 ‘4.5% 증액’ 되었다. 그것도 모자라 추석 전에 치러진 국군의 날 ‘서울 도심 시가 행진’을 위해 장병 6700명, 장비 340대가 투입되었고 예산만 101억9000만원이었다고 한다. 행사 예산이 모자라 민간기업 협찬을 받았고 그것도 모자라 각 부대에서 A4용지나 필기구 같은 사무용품을 사는 일반 수용비까지 끌어다 썼다고 한다. 국가 재정이 바닥이고 서민 경제가 어려운데 이런 행사에 장병들의 사무용품 비용까지 끌어다 쓴 것을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상대적으로 청년 일자리 예산은 불과 553억원이다. 숙박과 음식점에 취업한 청년만 9만명. 청년의 상용직은 줄고 불안정 일자리가 대폭 늘었다. ‘쉬는 청년’도 역대 최대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 일자리 예산보다 1000배가 넘는 금액을 국방비라는 명목으로 쓰는 건 너무나 큰 사치 아닌가?

 

진정으로 강한 나라는

국민 대다수를 빚쟁이로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 다수의 정당한

욕구와 약자들의 돌봄을

제대로 만족시키는 나라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GDP(국내 총생산) 대비 100%를 넘은 지 오래이다. 국민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또한 200%가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즉 전 국민이 1년간 버는 돈보다 빚이 더 많다는 의미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빚 내서 집 사라’ 하더니 문재인 정부에서는 ‘빚내서 집 사도 우린 몰라’라, 윤석열 정부는 이념논쟁과 안보논리에 빠져 있어 ‘각자 대출 받아 해결해’하는 꼴이다.

수치상으로는 유렵 열강 수준의 ‘작은 군사대국’이 우리나라다. 군사대국을 만든 한국 지배층은, 왜 경제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었을까? 왜 국민 대부분이 빚쟁이가 되도록 방치했을까? 진정으로 강한 나라란 단순히 명목상의 국민총생산이 많고, 무기를 많이 사들이며, 군인 머릿수가 많은 나라가 아니다. 진정으로 강하려면 다수의 정당한 욕구, 약자들의 돌봄을 제대로 만족시켜야 하는 경제 구조를 만들어야 가능하다. 빚지지 않고는 먹고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수백만 명에 이르는 대한민국. 서민들은 미래가 불안하다. 삶도 지갑사정도 빠듯할 뿐만 아니라 마음의 여유도 시간적 여유도 없다. 그러고보니 ‘빨리 빨리’ ‘바쁘다 바빠’는 현대판 가난의 상징이라 했던가. 시간에 쪼들리고 일상이 고된 대한민국. 우리는 당분간 불안과 상대적 빈곤의 시대를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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